구찌 역사상 초유의 사태…디자이너들 집단행동 나서 "정리해고가 유행"

로마→밀라노 사무실 재배치에 반발해

명품 브랜드 구찌의 로마 직원 50여명이 자신들을 밀라노 사무실로 재배치한 회사의 결정에 반발해 회사 설립 102년 만에 첫 파업을 벌였다.

구찌 노조 "로마→밀라노 재배치는 사실상 '인원 감축'" 주장

[이미지출처=픽사베이]

27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 명품 그룹 케링의 자회사인 구찌는 지난달 로마의 디자인 담당 직원 219명 가운데 153명을 내년 3월까지 500㎞ 떨어진 밀라노 사무실로 재배치한다고 통보했다. 이에 노동조합 이탈리아노동총동맹(CGIL) 지역 사무소는 회사의 결정이 합리적이지 않은 만큼, 재배치가 아닌 감원이 실제 목표라고 반발했다.

재배치를 통보받은 직원 일부는 이날 로마 사무실 앞에서 '구찌는 정리해고가 유행이다' 등의 내용을 담은 현수막을 들고 4시간 동안 파업을 벌였다.

이는 구찌 102년 역사상 크리에이티브 직원들이 벌인 첫 집단행동이라고 외신은 전했다.

키아라 지아노티 노조 대표는 "로마 디자인 사무실은 디자이너들이 일하고 있는 모든 컬렉션이 탄생한 '구찌의 심장부'"라면서 "케링이 구조조정을 이용해 만족스럽지 않은 조건을 제시받거나 가족들로 인해 로마를 떠날 수 없는 직원들을 내쫓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모든 직원이 몇 달 내에 다른 도시로 이동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자녀가 있거나 부모가 있는 직원은 대안이 없는 상태로 남겨질 위험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명품 브랜드 ‘구찌’의 로마 직원 50여명이 밀라노 사무실 이전에 반발해 회사 설립 102년 만에 첫 디자이너 파업에 돌입했다. 사진은 17일 집회에 나선 구찌 노조의 모습. [사진 제공=구찌 노조]

노조 사무국장은 "모두가 사무실 이전에 따라 움직일 수 있는 조건을 제시받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는 집단 해고"라며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로마에 남을 것으로 예상되는 직원 66명의 미래도 불확실하다"라고 우려했다.

구찌 "인원 감축 아냐…경제적 지원도 제공할 것"

하지만 구찌 대변인은 "이번 이전이 감원을 포함하지 않는다"며 "현재 규정을 완전히 준수해 이전이 시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는 피해 직원들을 위해 경제적 지원 조치도 제공하겠다고 부연했다.

그는 "밀라노로의 전략적 재배치를 통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그의 다른 팀들은 이미 밀라노에 기반을 둔 회사의 전략적 부서와 긴밀히 협력할 기회를 가짐으로써 필요한 상호작용과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나리 인턴기자 forsythia26@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