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과 춤춘 파키스탄 10대 소녀, 친부에 살해당해

"파키스탄서 매년 여성 1000명 명예살인"

파키스탄에서 10대 소녀가 소셜미디어(SNS) 동영상에서 소년들과 춤추는 모습을 촬영했다는 이유로 친부에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미지출처=픽사베이]

28일(현지시간) 파키스탄 일간 돈(Dawn)과 dpa 통신 등에 따르면 파키스탄 북서부 카이버 파크툰크와주 코히스탄 지역 경찰은 전날 친딸을 살해한 혐의로 한 남성을 체포했다. 이 남성은 지난 24일 자택에서 16~17세 딸에게 여러 번 총을 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남성은 4일 전 또래 여자친구, 소년들과 함께 춤추는 동영상을 찍었다는 이유로 원로회의 지시에 따라 딸을 살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경찰은 SNS에 올린 해당 영상이 조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경찰은 원로회가 해당 영상에 등장한 또래 여자친구에게도 살해 지시를 한 것으로 보고 이들을 보호하는 조처를 하는 한편, 친부에게 '명예살인'을 지시한 마을 원로회 관계자들도 체포하기 위해 수사하고 있다.

명예살인이란 파키스탄 등 남아시아 이슬람권에서 마을 원로회의 결정 등에 따라 집안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로 아버지나 오빠 등 집안 구성원이 해당 구성원을 살해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슬람 율법이 엄격한 곳에서는 여성이 정해진 남성과 결혼을 거부하거나, 혼인 전 남성과 잠자리하는 등의 일을 집안 명예를 더럽힌 일로 간주한다.

파키스탄 인권단체 '파키스탄인권위원회(HRCP)'에 따르면 파키스탄에서는 매년 약 1000명의 여성이 명예살인에 희생되고 있다.

이번 사건이 발생한 코히스탄 지역에서 2011년에도 남녀가 어울리는 SNS 영상을 본 원로회 지시로 5명의 소녀가 무고하게 목숨을 잃은 바 있다.

이 같은 폐습을 방지하기 위해 2016년 정부가 명예살인 처벌을 '징역 25년 이상'으로 강화하는 법을 통과시켰지만,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

구나리 인턴기자 forsythia26@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