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가 좋은 남자, 혼자는 싫은 여자... 이들에 공감했다

장혜령 2023. 11. 28.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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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싱글 인 서울>

[장혜령 기자]

 영화 <싱글 인 서울> 스틸컷
ⓒ 롯데엔터테인먼트
 
<싱글 인 서울>은 연말을 맞아 싱글은 싱글대로, 커플은 커플대로 따스한 마음을 품고 돌아갈 수 있는 무해한 영화다. 전작 <레드카펫>으로 생동감 넘치는 대사와 유머러스한 설정으로 호평받은 박범수 감독의 9년 만의 신작이다. <건축학개론>의 명필름이 제작에 참여해 수준 높은 로맨스를 완성했다.
다정한 철벽남과 어설픈 능력녀
  
 영화 <싱글 인 서울> 스틸컷
ⓒ 롯데엔터테인먼트
 
논술강사 영호(이동욱)는 자신을 사랑하며 사는 싱글로 여전히 혼자만의 세상을 즐기는 데 익숙했다. 취미로 감성 사진과 싱글 라이프를 끄적여 SNS '인플루언서'로 인기도 얻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출판사에서 세계의 도시를 테마로 싱글 라이프를 써보자는 솔깃한 제안이 들어온다. 자신만의 에세이를 쓰고 싶었던 영호는 편집장 현진(임수정)과 만나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한다.

영호는 뼛속까지 싱글 예찬론자다. 상대방의 마음을 알 길 없어 전전긍긍하기보다 철저히 혼자이길 원하며, 완벽하다고 믿는 사람이다. 하지만 일은 똑 부러지지만 일상은 허당스러운 현진을 만나 조금씩 변화한다. 저런 모습은 질색이라 여겼는데 은근히 귀여운 구석도 발견하게 된다.

싱글에게 썸은 불륜이라 믿었는데, 일로 만났던 현진을 지켜보며 매일이 축제같이 설렌다. 특히 에세이를 써 내려가면서 필력과 '흑역사'까지 교정하며 일취월장한다. 싱글도 좋지만 둘이면 더 좋은 일들이 계속 쌓이자 어쩌면 커플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혼자여도, 둘이어도 좋아!
  
 영화 <싱글 인 서울> 스틸컷
ⓒ 롯데엔터테인먼트
 
출판, 연애, 영화 모두 혼자서는 할 수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 글은 혼자 쓰지만 한 귄의 책으로 우리 손에 오기까지 교정, 편집, 홍보 등 다양한 과정을 거친다. 연애도 그렇다. 두 사람이 동시에 마음을 확인할 수 있지만 고백을 통해 전달되고 둘의 마음이 일치하면 합쳐지는 게 정석이다. 영화도 두말할 것 없는 협업 프로세스를 거친다. 시나리오, 연출, 배우, 다수의 스태프가 모여 만든 영화가 관객과 만나는 까닭이다.
흰 종이에 검은 글자를 넣어 책으로 탄생하는 순간과 미성숙한 사람이 사랑을 매개로 성장하는 과정이 맞물린다. 어설펐던 첫사랑의 실패를 딛고, 나를 위하는 것이야말로 인생을 알아가는 순간임을 깨닫는다. 하지만 영화 속 '싱글이지 않는 자 유죄'라는 대사에 깊게 공감하는 부분도 없지 않다. 혼자 살며 누릴 수 있는 자유만큼 달콤한 것도 없으니 말이다. 관객 각자의 현실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는 소소한 재미가 공감 포인트다.
  
 영화 <싱글 인 서울> 스틸컷
ⓒ 롯데엔터테인먼트
 
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2019)에서 짧게 옛 연인으로 만난 바 있는 이동욱, 임수정이 4년 만에 정식으로 호흡을 맞추었다. 자발적 싱글을 선택한 남자와 싱글 라이프 책을 펴내야 할 편집장이 일로 만났다가 서로에게 물들어 가는 과정이 티키타카 펼쳐진다.

둘의 케미도 자연스럽게 이어져 좋지만 출판사를 배경으로 각기 다른 조연 캐릭터의 맛깔스러운 등장도 재미를 안긴다. 특히 이상이는 이미 뮤지컬계의 스타로 예능에서도 실력을 유감없이 뽐낸 경험자다. 영화 속에는 눈치 없고 답답한 인턴으로 분했지만 기타 치며 노래 부르는 반전 매력을 선보여 신 스틸러로 활약했다.

캐릭터의 매력뿐만 아닌 일상적인 '서울의 이면'과 '책이 주는 아날로그 감성'이 담겨 있는 현실 공감 로맨스다.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은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다. 랜드마크 곳곳이 이색적으로 느껴질 만한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늘 바쁘게 지나치기만 했던 일상의 공간을 카메라를 통해 바라보는 풍경이 색다르게 만끽할 수 있다.

<달짝지근해: 7510> < 30일 > 같은 로맨틱 코미디 영화가 대세인 가운데 인기를 이어갈 후발 주자로 나선 부담도 커 보인다. 영화의 메인 테마로 쓰인 악동 뮤지션의 '오랜말 오랜밤'을 흥얼거리며 극장을 떠나는 경쾌한 발걸음이 예상된다. 찬바 람이 불어오는 극장가에 훈훈한 바람을 불어 넣어 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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