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오자마자 '갑'에 경고…"임금 체불은 범죄, 상습 사업장 불이익"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임금 체불 사업주와 거대 플랫폼 사업자 등 이른바 ‘갑(甲)’에게 경고장을 날렸다. 영국 국빈방문 및 프랑스 순방 귀국 후 첫 번째 국무회의에서 임금체불이 형사범죄 행위라는 점을 상기시키고, 독과점 대형 플랫폼의 제도 개선 의지를 내비쳤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올해만 벌써 22만명 이상의 체불 피해자들이 발생했고, 피해액은 1조4000억원을 넘어서고 있다”며 “두 번 이상 반복된 임금 체불액도 전체 액수의 약 80%에 다다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임금을 제때 받지 못하는 것은 근로자와 그 가족의 삶을 위협하는 것”이라며 “특히,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이 임금 체불로 학자금을 상환하지 못하거나 주거비용을 충당하지 못해 신용불량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이 있다”고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 법은 임금 체불을 형사 범죄행위로 다루고 있다”며 “노사 법치의 원칙은 노동자와 사용자 모두에게 공정하게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상습 체불 사업주가 정부의 각종 보조사업에 참여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공공입찰과 금융거래에도 불이익을 주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이번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해 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덧붙였다.
대형 플랫폼 개혁 의지는 현장 목소리를 소개하면서 내비쳤다. “해외 순방 기간에도 대통령실과 정부 부처는 현장 목소리를 듣기 위해 민생현장을 많이 찾았다”고 소개한 윤 대통령은 “조그마한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시는 분은 ‘온라인 시장이 점점 독과점화돼 주위에 비슷한 업체가 (상당수) 폐업해서 이제 절반도 남지 않았다’면서 독과점화된 대형 플랫폼의 폐해와 그 문제점에 대해 정부가 강력한 제도 개선 의지와 관심을 가져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평소 경쟁에 기반한 시장의 순기능을 강조해온 윤 대통령은 그만큼 독과점을 해소해야 한다는 의지도 강하다. 이달 초 타운홀 미팅에서 은행을 예로 들며 “독과점 시스템을 어떤 식으로든 경쟁이 되게 만들어야 한다”고 언급한 게 대표적이다.
순방 기간 불거졌던 행정 전산망 ‘먹통’ 사태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공공서비스 전산 시스템 사고가 쪼개기 발주, 또 관리업체의 잦은 교체와 같이 고질적인 관행의 문제인지, 아니면 시스템 관리상의 문제는 없었는지 면밀하게 분석해야 한다”며 “우리나라 공공인프라 시스템에 대한 외부 사이버 공격의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철저하게 파악해야 할 것”이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엔 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민주평통) 21기 전체회의에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개회사에서 북한이 핵에 집착하는 것과 관련해 “핵 포기가 궁극적으로 독재 권력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라며 “북한의 핵과 미사일은 정권 옹위 세력을 결집시키는 수단”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북한은 핵 무력 사용 위협을 가해 우리 국민의 안보 의지를 무력화하고, 동맹·우방과의 공조를 와해시키려고 한다”며 “그러나 터무니없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윤 대통령은 “상대방의 선의에 기댄 평화는 꿈과 허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인류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며 “진정한 평화는 압도적이고 강력한 힘과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 언제라도 그러한 힘을 사용할 것이라는 단호한 의지에 의해서 구축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3축 체계(핵ㆍ미사일 선제 타격, 미사일 요격, 대량응징보복) 구축 ▶핵 기반 군사 동맹으로 업그레이드한 워싱턴 선언 ▶한ㆍ미ㆍ일 미사일 정보공유 시스템 등의 대북 억지력 강화 등을 열거했다.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해 윤 대통령은 “북한 인권의 참혹한 실상이 전 세계에 알려지면서 북한의 변화를 촉구하는 국제사회의 연대와 협력이 강화됐다”며 “대한민국은 2024년, 25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으로 활동하면서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조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 인권의 개선 없이 민주평화통일의 길은 요원하다”고 못 박은 윤 대통령은 “자유와 인권과 법치에 기반한 민주평화통일이야말로 우리 한반도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전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호 기자 kw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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