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간 장애인 공짜로 부리고 괴롭힌 대가는…"징역 3년"
장애인 직원을 발가벗겨 내쫓는 등 괴롭히면서 17년 동안 월급도 제대로 주지 않은 사장에게 실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지난 9일 준사기, 횡령, 근로기준법‧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장애인복지법 위반으로 기소된 김치공장 사장 A씨에 대해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2억 넘게 임금 안 주고, 예순 넘은 장애인 때리고 내쫓기도
피해자 B씨는 1955년생 지적장애인이다. A씨는 1999년 한 김치공장에서 함께 일하며 B씨를 처음 알게됐고, 이후 2005년 자신이 직접 김치공장을 차리면서 B씨를 데려와 일을 시키기 시작했다. B씨는 2021년 9월 퇴사하기 전까지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하루 10시간씩 주 6일을 일했다.
A씨는 "한 달에 한 번 통장에 월급 넣고 있고, 나이가 더 들면 양로원 같은 시설에 갈 때 한 번에 줄게"라고 말하며 B씨의 통장을 자신이 관리했다. 그러나 사실 A씨는 이 통장에 임금을 입금하지 않았고, 2017년부터 3년간은 B씨 명의 통장으로 들어오는 국민연금 총 1621만원을 빼서 쓰기도 했다.
2021년 B씨가 퇴직한 뒤 체불임금과 퇴직금을 주지 않아 문제가 시작됐고, A씨는 2022년 10월 기소됐다. 17년간 총 체불임금 2억 1189만원, 퇴직금 2961만원, 국민연금 편취액 1621만원 등을 모두 합하면 2억 5000만원이 넘는다. 수사과정에서 A씨가 2021년 ‘아침 일찍 일어나지 않는다’며 B씨의 뒤통수를 때리고 몸통을 걷어차고, 또 다른 날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 일하지 않겠다고 고집부린다’는 이유로 “옷이랑 다 내가 사준 거니 다 내놓고 나가라”며 B씨를 나체 상태로 내쫓아 30분간 회사 주변 배회하게 한 사실도 드러났다
“무서워하고 잘 따르는 것 이용” 질타해도, 초범·공탁으로 감형
A씨는 재판에 넘겨진 뒤 3000만원을 공탁하고 연금 편취액 1621만원을 입금하며 선처를 구했지만, 청주지법 영동지원 형사1단독 원운재 판사는 “재산상 손해를 온전히 회복하기에 부족한 금액이고, 16년 6개월간 피해자로부터 빼앗은 자유는 어떤 방법으로도 돌려줄 수 없다”며 지난 2월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A씨는 항소심에서 3000만원을 더 공탁했고 징역 3년형으로 감형받았다. 다만 B씨가 공탁액 6000만원을 모두 받는다 하더라도 미지급 임금 2억 1189만원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대법원은 원심의 논리에 이상이 없다고 보고 이를 그대로 확정했다.
“이건 인신매매 사건”… 특별법은 계류 중
당초 검찰은 A씨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다. 양형기준이 없는 장애인복지법을 제외하고 준사기(2년 6개월~6년), 근로기준법 및 퇴직급여법(8개월~1년 6개월), 횡령(4개월~1년 4개월) 양형기준 하한을 더하면 3년 6개월인데, 이보다 낮은 형이 확정됐다. 학대행위 빈도가 낮고 정도가 비교적 가벼웠고 의식주 및 의료를 제공한 점 등이 유리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장애인 착취·학대 사건을 다뤄온 변호사들은 현재의 법체계가 장애인 학대 사건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법무법인 원곡 최정규 변호사는 “이 사건은 단순한 임금체불이나 사기가 아니라, ‘신안 염전 노예’사건처럼 인신매매의 성격을 띠는데 기존의 형법이나 장애인복지법을 아무리 적용해도 한계가 있다”며 “(장애인 착취 사건과 관련해서도) 양형기준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에는 지난 4월 김예지 의원 등이 발의한 ‘장애인 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계류돼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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