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임금체불은 범죄행위… 노사법치 원칙은 모두에게 공정 적용"(종합)

배경환 2023. 11. 28.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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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체불은 가족 삶 위협" … '근로기준법' 등 신속 처리 촉구
릴레이 순방에는 "다자무역질서라는 크고 믿을만한 운동장" 평가
행정 전산망 먹통 지적하며 "사이버 공격 염두 두고 철저 파악해야"

윤석열 대통령은 28일 산업현장의 임금 체불을 범죄행위로 규정하며 "임금을 제때 받지 못하는 것은 근로자와 그 가족의 삶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근로자들이 하루라도 빨리 체불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며 상습 체불 사업주에 불이익을 주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의 신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해 "올해만 벌써 22만명 이상의 체불 피해자들이 발생했고 피해액은 1조4000억원을 넘었다"며 이같은 당부를 건넸다.

상습적으로 임금을 체불한 사업주들에 대한 형사처벌은 물론 공공입찰 제한이나 금융권 대출 제재 등 페널티를 강화하는 것은 윤 정부 노사 정책의 핵심 기조다. 정부와 여당도 이를 기반에 둔 '상습체불 근절대책'을 내놓은 상황으로, 윤 대통령은 연말을 맞아 민생 현장에서의 최우선 개선 사안으로 '임금 체불'을 지목한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임금 체불에 대해 "가족의 삶을 위협하는 것"이라며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들이 임금 체불로 학자금을 상환하지 못하거나 주거비용을 충당하지 못해 신용불량으로 이어지는 경우들도 많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우리 법은 임금 체불을 형사 범죄행위로 다루고 있다"며 "노사법치의 원칙은 노동자와 사용자 모두에게 공정하게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 법안들의 신속한 처리도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상습 체불 사업주가 정부의 각종 보조사업에 참여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공공입찰과 금융거래에도 불이익을 주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이번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해 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제재와 함께 근로자들이 밀린 임금을 수월하게 받을 수 있는 제도 지원도 언급했다. 사업주가 정부의 융자제도를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그 요건을 완화하는 '임금채권보장법' 개정 논의도 촉구했다. 현재 체불임금을 지급하기 위해 정부의 융자를 신청하려는 사업주는 재고량이 50% 이상 증가하거나, 매출액이 15% 이상 감소해야 한다는 등의 요건을 증명해야 하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순방 기간에도 정부부처가 민생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면서 인터넷쇼핑몰 대형 플랫폼 독과점, 빈대 방역 문제 등도 꺼냈다. 윤 대통령은 "조그마한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시는 분은 온라인 시장이 점점 독과점화되면서 주위에 비슷한 업체들이 폐업해 이제 절반도 남지 않았다"며 "독과점화된 대형 플랫폼의 폐해와 문제점에 대해 정부가 강력한 제도 개선의 의지와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청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영국 국빈 방문, 프랑스 파리에서의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전 등 앞선 열흘간의 순방 성과도 국민들과 공유했다. 특히 각 순방에서 경제적 실익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데 집중했다. APEC 정상회의 기간에서 이뤄진 미국 자동차·반도체 기업들의 투자 신고(총 11억 6000만 달러), 영국 국빈 방문에서 마련한 32조원 규모의 신규 원전 사업 진출 기반, 한-프랑스 간 AI(인공지능), 퀀텀, 우주, 방산 협력 등이 대표적으로 윤 대통령은 "변변한 자원 하나 없는 우리나라가 세계적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것은 기업들이 마음껏 뛸 수 있는 다자무역질서라는 크고 믿을만한 운동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는 미뤘다.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과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이 상정되지 않으면서다. 순방 성과 후속 조치와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 발표 등 우선은 민생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다.

두 법안은 지난 17일 국회에서 정부로 이송돼 다음 달 2일이 처리 시한으로, 이번 주 중 별도로 임시 국무회의를 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하지만 거부권 행사는 사실상 불가피하다. 대통령실은 노란봉투법의 경우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파업을 조장하고 산업 현장에 혼란을 가져올 소지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맞춰 민생 경제 회복을 위한 정부의 지원 의지도 재차 밝혔다. 윤 대통령은 "먹을 것, 놀 것, 쉴 곳이 없으면 근로자들과 가족이 가려고 하지 않는다. 사람이 찾지 않는 곳은 기업도 찾을 수가 없다, 기업도 갈 수가 없다"며 "산업단지 안에 편의시설과 여가시설 등 근로자들을 위한 기본 시설의 설치 진입 자체를, 기본 시설의 진입 자체를 막아놓은 '산업입지법'을 하루속히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단지 업종 유연화를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윤 대통령은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첨단 업종들이 나오는데, 법은 그대로 있으니 산업단지의 모습도 과거에 멈춰 서 있다"고 지적하며 "기존 산업단지에 첨단 산업과 신산업이 들어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입주업종을 제한하는 '산업집적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최근 행정 전산망 마비 사태에 대해서는 면밀한 분석을 지시했다. 쪼개기 발주, 관리업체의 잦은 교체와 같은 고질적 관행의 문제 등을 언급하며 "외부 사이버 공격의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철저하게 파악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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