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내년 경제정책, 방어적으로

2023. 11. 28.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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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한 해를 되돌아봐야 하는 시기다.

코로나19의 후유증에서 완전히 벗어나고 인플레이션도 진정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맞이했지만 국내외에서 예상치 못한 사건이 잇따르면서 앞을 가늠하기 어려웠던 한 해였다.

그 결과 올해 우리 경제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이라는 3고(高) 속에서 성장률이 사상 최초로 1%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일관된 정책을 통해 안정기반을 다지고 경제주체들의 신뢰를 쌓아 간다면 내년에도 우리 경제에 예상을 뛰어넘는 반등의 기회가 올 수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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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벌써 한 해를 되돌아봐야 하는 시기다. 코로나19의 후유증에서 완전히 벗어나고 인플레이션도 진정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맞이했지만 국내외에서 예상치 못한 사건이 잇따르면서 앞을 가늠하기 어려웠던 한 해였다. 올해 우리 경제만 놓고 보더라도 세계적인 고금리에다 지정학적 불확실성 증대 등으로 수출이 부진하고 설비투자가 위축됐다. 안으로는 높아진 금리로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증가해 소비가 둔화되고 부동산시장의 불확실성은 높아졌다. 대내외 여건과 맞물려 원화 가치가 출렁거리고 금융시장 변동성도 확대됐다. 그 결과 올해 우리 경제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이라는 3고(高) 속에서 성장률이 사상 최초로 1%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1960년 이래 우리 경제 성장률이 2%대에도 미치지 못했던 경우는 네 차례에 불과하다. 석유파동과 정치적 혼란이 겹쳤던 1980년과 외환위기가 발생했던 1998년, 그리고 코로나19가 확산됐던 2020년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으며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에는 0%대 성장을 했다. 따라서 올해는 이 같은 역사적인 위기상황이 있었던 경우를 제외하고는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하는 해가 될 것이다. 그런데 올해보다 성장률이 낮았던 과거 네 차례는 그 이듬해 성장률이 1981년 7.2%, 1999년 11.5%, 2010년 6.8%로 예상을 뛰어넘는 높은 반등세를 보였다.

그렇다면 내년에도 빠른 회복세를 기대할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쉽지 않아 보인다. 미국의 고금리 정책은 아직도 그 끝을 알 수 없고 강대국 간 갈등, 국지적 전쟁 등 지정학적 위험도 계속되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막대한 가계부채, 투자 부진 등 문제가 산적해 있다. 이에 따라 정부와 주요 기관의 내년 성장률 전망은 2%대 초반에 불과하다. 기껏해야 잠재성장률 근처로 복귀할 것이라는 의미인데 1%대 성장에 이은 2%대 초반 성장으로 경기회복을 체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최근 한국금융연구원이 주최한 세미나에서 대부분 금융산업 종사자인 참석자의 40% 이상이 설문조사에서 내년 성장률을 1.5% 이하로 전망했다.경제주체들의 심리도 매우 비관적인 것이다. 경기 비관론이 확산되고 경제심리가 위축되면 실제 경제의 움직임도 이를 따라갈 가능성이 커진다. 경제도 심리에 상당부분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내년 경제정책 방향을 놓고 정책 당국의 고민도 무척 깊을 것이다. 그런데 정책방향 설정에 앞서 경기 부진과 심리 위축의 이유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부가 곳간을 잠근 채 경기부양을 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우리를 둘러싼 여건이 매우 불확실해 어디에서 무슨 일이 발생할지, 또 그 여파가 어떻게 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확산돼 있는 것이 근본 원인이다. 인구 급감, 생산성 하락 등에 따른 한국경제의 미래에 대한 위기의식도 작용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섣부른 경기부양책을 앞세운 공격보다는 외부 충격이 쉽게 뚫고 들어오지 못하도록 튼튼한 방어망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경제의 건전성을 강화하고 불안요소를 제거해 경제주체들의 자신감을 회복시키는 것이다. 그래야 향후 여건이 개선될 때 더욱 빠르게 반등할 수 있다. 정책이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정책이 상황에 따라 조변석개식으로 운용된다면 오히려 교란 요인으로 작용한다. 정부 정책에 경제주체들이 신뢰를 가지고 따를 때 의도된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일관된 정책을 통해 안정기반을 다지고 경제주체들의 신뢰를 쌓아 간다면 내년에도 우리 경제에 예상을 뛰어넘는 반등의 기회가 올 수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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