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민의 사이언스&테크놀로지] 며칠이면 집 한 채 뚝딱!… 성큼 다가온 로봇건설 현장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현장 투입
독성·고열 페인트 작업 대체 가능
최근엔 3D프린팅 기술 주목받아
20세기 말 등장해 현재도 대중의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컴퓨터 게임 ‘스타크래프트’는 다양한 기지를 건설하고 이곳에서 다시 전투유닛을 생산해 적과 싸우는 게임이다. 이 게임에서 ‘SCV’라는 이름의 ‘건설로봇’이 등장하는데 명령만 내리면 어디서나 혼자서 병영, 연구소, 공장 등을 뚝딱 지어낸다. 비록 게임 속 설정이지만 ‘미래가 되면 로봇이 건설을 담당할 것’이라는 설정이 인상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건설로봇은 어떤 로봇을 말할까. 넓은 의미에선 건설현장에서 쓰이는 자동화, 자율화 기능의 기계장치는 모두 다 건설로봇으로 부를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시장에서 ‘이것이 건설로봇’이라고 받아들여지는 구분은 있다. 시장조사 전문기관 마켓앤드마켓 등에 따르면 건설로봇은 크게 세 종류로 볼 수 있는데, 첫째는 기존 건설장비에 무인화, 자율화 기능을 얹어 로봇으로 만든 것이다. 두 번째는 기존 공장 등에서 사용하던 산업용 로봇팔을 건설용으로 개조한 것이다. 건설현장에서 배관, 전기장치 등을 설치하거나, 벽돌을 쌓는 등 다양한 작업에 쓸 수 있다. 마지막으로 미래형 건설로봇으로 각종 첨단기술을 통해 개발한 고성능 미래형 로봇을 건설에 활용하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가장 주목받는 것은 역시 건설장비 형태다. 굴착기, 크레인, 불도저 등에 원격조종기능, 인공지능(AI) 등을 추가한 것으로, 현재 볼 수 있는 건설용 로봇은 상당수가 이런 형태다. 사람이 접근할 수 없는 현장 작업에 이런 형태의 건설로봇이 자주 투입된다.
대표적인 사례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복구 현장이다. 건설이 아닌 잔해제거 등의 작업이지만 실제 로봇 건설장비가 현장에서 활약한 대표적인 사례다. 국내기업 두산인프라코어가 지원한 원격조종 건설로봇 ‘밥캣 T300 컴팩트 로더’ 2대가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내부의 복구에 실제로 쓰인 바 있다. 밥캣은 그래플(집게모양 장비)을 부착한 건설로봇으로 고무로 만든 무한궤도(일명 캐터필러)로 움직인다. 약 13㎞ 거리에서 원격조종이 가능하다. 7대의 카메라, 온도 감지기, 송수신용 라디오 장치와 방사선 센서가 장착돼 있고 예상치 못한 현장 상황에도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특수 제작됐다. 좁은 공간에서 굴착, 짐싣기, 밀어내기 등의 작업이 가능해 원전 내부의 파편과 잔해 정리 과정에서 활약하고 있다. 이 밖에 스웨덴도 비슷한 형태의 건설로봇을 지원했다. 체르노빌에서 사용된 적 있었던 블로사의 해체 로봇 블록(Brokk) 90, 블록 330을 지원해 후쿠시마 현장에서 활약 중이다. 두 종류 모두 강철파일을 이용해 건축물 벽 등을 부수는 해체작업 전용 로봇이다. 이 밖에 독일 푸츠마이스터사의 콘크리트 덤프트럭에 원격조종 기능을 추가한 로봇트럭도 투입된 바 있다. 최근에는 이런 무선조종식 건설장비를 넘어서 간단한 작업은 AI가 자체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건설로봇이 등장하고 있다.
산업용 로봇팔을 건설용으로 개조한 형태도 인기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에서도 최근 이런 장비를 개발, 도입했다. 건설현장의 대표적인 고위험 작업으로 분류되는 독성, 고열 페인트 작업을 로봇으로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국내 최초로 현장에 적용했다. 드릴링, 페인트칠 등 단일 작업은 물론 용접, 자재정리 등 다양한 정밀 작업에 두루 쓰일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이 개발한 ‘다관절 산업용 로봇’도 건설용 로봇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AI 미장로봇’을 개발한 바 있는데, 3D스캐너와 4개의 미장날이 장착된 2개의 모터를 회전시켜 콘크리트 바닥 면을 다듬는다.
기존 건설로봇의 틀을 깬 첨단 로봇도 최근 속속 도입되고 있다. 최근엔 미국의 보스턴다이내믹스사가 개발한 네 발 로봇 ‘스팟(SPOT)’이 건설현장에서 인기다. 위험할 수 있는 건설현장 내 점검을 로봇에 맡기고 있다. 최근엔 3D프린팅 기술이 대세다. 목재와 철근, 콘크리트 등의 자재를 쌓아두고 가져다 조립하는 모든 작업을 로봇이 알아서 처리하긴 쉽지 않다. 따라서 다양한 재료를 현장에서 즉시 쌓아 올릴 수 있는 3D프린팅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재료만 확보되면 장소를 가리지 않고, 나아가 지구 밖 외계 행성에서도 집을 지을 수 있어 실제로 항공우주 분야 전문가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로봇 자동화에 따라 인력 사용 및 환경 영향을 줄일 수 있고 작업에 필요한 재료만 사용한다. 여기에 건설기간 단축, 탄소배출 저감 등 다양한 장점이 있어 전체적으로 이익이 크다.
대표적으로 독일 사례를 들 수 있다. 독일의 건축가 ‘멘세-코르테’와 ‘SSV 아키텍텐’은 3D프린팅 전문회사 ‘페리 3D 컨스트럭션’과 공동으로 유럽 최대 규모의 3D프린팅 건물을 지난 7월 완공한 바 있다. 이 건물은 유럽에서 가장 큰 3D건물로, 단지 140시간 만에 완공됐다.
미래의 건설현장은 다양한 형태의 건설로봇이 협업해 일하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굴착기, 불도저 형태의 로봇이 기초작업을 맡고 3D프린터 건설로봇이 건물의 뼈대와 벽체를 올리면 산업용 로봇팔이 배관, 내장재 등을 척척 조립해 나가면서 건설과정 대부분을 자동화할 수 있다.
이런 장점 때문에 대규모 건설사는 사실 대부분 건설로봇 관련 기술 확보에 잰걸음을 하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2021년 초 3D프린팅 로봇 개발에 성공하고, 시험용 건축물 제작을 통한 프린팅 로봇의 출력 성능 테스트까지 마쳐 화제가 된 바 있다. 삼성물산은 지난 9월 건설로봇 스타트업인 로보콘에 150억원을 투자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로보콘이 보유한 철근 자동화 가공 로봇을 건설현장에 도입하면 시너지가 클 것이란 판단에서다. 심지어 그다음 달인 10월엔 삼성벤처투자가 결성하는 건설로봇 관련 ‘SVIC 66호 신기술사업투자조합’에 495억원의 현금출자를 가결한 바 있다.
얼라이드 마켓 리서치의 2020년 보고서에 따르면 건축용 3D프린팅 산업은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 2022년부터 2027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이 100%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2027년 시장 규모는 총 400억 달러(약 52조2400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현실에서 로봇 한 대가 모든 건설을 뚝딱 해치우긴 무리가 있다. 그러나 미래의 건설현장을 로봇이 맡게 될 것이라는 건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며칠이면 집 한 채가 뚝딱 완성되는 세상은 이미 우리 눈앞으로 다가와 있는 셈이다.
전승민 과학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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