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 약사의 중독 탈출] <7> 게임 카르텔과의 전쟁
청소년 교육 현장은 게임에 과몰입하는 청소년들에 대한 우려와 각종 결과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게임에 빠진 자녀들 때문에 괴로워하는 교사나 양육자들은 “십대들이 게임으로 일상과 정신과 몸이 망가지는 게 눈앞에 보이는데도 왜 게임에 대한 사회적 통제가 미비한가”라며 성토한다.
그런데도 게임 사업으로 돈을 버는 이들은 게임 중독의 해악성에 대한 경고를 최대한 축소·은폐하려 한다는 의혹을 받는다. 게임 중독의 해악성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게임시간 제한법 등을 추진하는 입법자들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실상 ‘게임이라는 행위에 중독된다는 것이 과연 가능한가?’, 혹은 ‘게임이 사회적 일탈 행위나 범죄와 관련이 있는가?’ 등에 대해 교육 현장에서는 게임 중독은 존재하며 매우 유해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하지만 게임이 무해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최근 게임 중독 이슈에 대해 갑론을박할 필요가 없어졌다.
2019년 5월 25일부로 게임중독을 포함한 제11차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ICD)안이 최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72차 세계보건기구(WHO) 총회 B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이에 ‘게임 이용 장애’라는 정식 질병코드(6C51)가 도박 중독(6C50)과 같은 분류인 중독성 행위 장애(Disorders due to addictive behaviors)로 등록된 것이다. 쉽게 말해 게임 중독은 엄연히 존재할 뿐 아니라 게임 중독은 치료해야 할 질병이라는 판단이 국제적으로 표준화된 것이다.
개정된 질병분류 기준은 2022년부터 적용됐다. 이제 각국 보건당국은 질병 관련 보건 통계를 작성해 발표하게 되며, 예방과 치료를 위한 예산을 배정할 수 있게 됐다. 미국의 정신 장애 진단 및 통계편람(DSM-5)에서는 ‘인터넷게임 장애’에 대한 면밀한 연구와 검토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기술하기도 했다.
ICD-11에 명시된 ‘게임장애(gaming disorder)’, 즉 게임 중독의 증상으로는 ‘적절한 게임 플레이 시간 조절 불가’, ‘게임과 여타 행동의 우선순위 지정에 있어서 장애를 겪음’, ‘게임으로 인한 부정적인 결과를 무시함’ 등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연구해 한국콘텐츠진흥원에 제출한 ‘2021년 게임 과몰입 종합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게임 과몰입 위험군은 불안, 우울, 충동성, 부주의, 학업 스트레스 등이 모두 게임 일반 이용 군보다 높게 나타났다. 정현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에 따르면 게임 중독자 중에 우울 증상이 발생하는 경우가 높다. 우울증이 게임에 빠져들게 하지만 정작 게임에 빠져들면 우울함이 더 심해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또 대인 관계가 단절되기 쉬우므로 게임중독과 우울 증상은 서로 상승효과가 있다고 보는 것이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국내 한 조사에 따르면 십대들이 게임에 과몰입하는 첫 번째 이유로 스트레스 특히 학업 스트레스를 꼽고 있다. 학업 스트레스를 잠시 잊기 위해 게임을 시작했다가 수십 분, 수 시간이 눈 깜짝할 사이 흘러가고 이런 행동은 더 깊은 학업 저조를 양산하기 쉽다. 게임에 빠진다는 것은 부족한 사회성의 ‘결과’라고 주장하는 전문가도 많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게임이 사회성 부족의 ‘원인’이라고 지목하기도 한다. 한창 또래와 함께 어울리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게임에 과몰입하는 것이 오히려 사회성을 키울 시간과 여건을 가로막는 원인이 됨으로써 ‘부정적 되먹임(negative feedback)’을 가속하는 것이다.
게임은 십대들에게 적절히 부여돼야 할 교육의 자산을 누림에 있어서 큰 방해 요소가 된다. 주의력, 인지력, 판단력, 기억력 등 뇌 기능의 저하, 시력 저하, 운동 부족에 의한 체력저하 등 여러 문제점이 지적된다. 양육자들은 차세대에게 디지털 게임 중독의 폐단을 미리 교육해 중독을 예방하며, 더 재미있고 보람된 일들을 찾아내고 경험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또한 성령의 열매인 ‘절제’를 키울 수 있도록 어릴 적부터 심혈을 기울여 양육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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