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총선 출마할 장관들, 조속히 거취를 결정하라
한동훈, 부적절한 언행에 ‘팬덤’ 겨냥 행보까지
나랏일 우선해야…출마한다면 즉각 물러날 때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24일 울산 HD현대중공업을 찾은 자리에서 “미국 정치인이 공개 석상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을 흑인 비하 용어로 지칭하면 즉각 영원히 퇴출당할 것”이라며 “‘이게 민주당이다. 멍청아’라고 하는 게 국민이 더 잘 이해할 것 같다”고 했다. ‘암컷’ 막말과 “이게 민주주의야, 멍청아”라는 2차 비하성 글로 논란을 일으킨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되받아 저격한 것이다.
‘당원 자격정지 6개월’이란 중징계를 받고도 반성은커녕 “내가 뭘 잘못했나”라는 식으로 처신한 최 전 의원은 ‘정치 퇴출 대상’이란 비난을 받아도 과하지 않다. 그러나 현직 법무부 장관이 정치인의 혐오성 발언에 또 다른 혐오성 발언으로 맞선 건 다른 문제다. 적절했다고 보기 어렵다.
한 장관은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자신을 ‘건방진 ×, 어린 ×’이라 부른 데 대해서도 “운동권 경력 하나로 도덕적으로 우월한 척하며 정치를 수십 년간 후지게 했다”고 했다. 또 검사 탄핵을 추진하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듯 “고위 공직자가 법인카드로 소고기·초밥을 사 먹는 게 탄핵 사유”라고도 했다. 장관의 발언이 혐오성 정치 언어와 뒤섞이면 시시비비를 떠나 소모적 논란을 낳고, 정치 혐오를 부추기는 역효과를 부를 우려가 크다.
총선 출마설이 파다한 한 장관의 잇따른 현장 방문도 뒷말을 낳고 있다. 한 장관은 울산에 앞서 대구와 대전에도 갔고 “여의도 사투리가 아닌 5000만 명이 쓰는 문법을 쓰겠다”는 발언도 했다. 지지자들에 둘러싸여 사진 찍고 사인도 해줬다. ‘현장 의견 청취’란 게 법무부 설명이지만 정치인들의 팬 미팅을 방불케 하는 행보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공직선거법 9조) 위반 시비로 번질 우려도 있다. “한 장관이 세금으로 사전 선거운동을 한다”며 야당이 국회 차원의 조사를 거론하고 나선 점을 직시하기 바란다. 한 장관이 26일 고교 동기인 배우 이정재와 서초동 갈빗집에서 저녁 자리를 갖고 주변 시민들에게 사인해준 것도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둔 행보가 아니냐는 구설을 낳고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지난주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과 만나 당내 문제를 논의하는 등 총선을 의식한 행보를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장관이 이러면 부동산 부양책, LH 혁신안 등 국토부 현안들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여권에선 한·원 장관을 비롯해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둔 장관이 8명에 달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나랏일에는 순서가 있다. 사표를 내고 물러나기 전까지는 장관의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 그리 못 하겠다면 윤석열 대통령이 총선에 출마할 장관들의 거취를 조속히 결정해 주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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