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세상 읽기] AI 연예인의 습격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를 관통하는 주인공은 다스베이더다. 목소리는 성우 제임스 얼 존스가 연기했다. 1977년에 처음 등장한 이 시리즈는 얼 존스를 스타덤에 올려놓았다. 당시 40대 중반이었던 그는 이제 90대 노인이 됐지만, 디즈니는 그의 목소리가 등장하는 ‘스타워즈’ 연작을 계속 내놓고 있다. 그 비결은 AI 기술이다. 다스베이더 역은 그만하겠다고 선언한 존스는 자기 목소리를 AI로 재생해서 사용하는 데 동의했다.
올해 할리우드의 작가·배우 파업에서 주요 이슈 중 하나가 AI의 사용이었다. AI가 나이든 유명 배우의 이미지와 목소리를 대체한다면 존스처럼 추가 노동 없이 수익을 올릴 수 있겠지만, 제작사가 배우의 동의 없이 사용하거나, 무명 배우에게 하루 일당만 주고 이미지를 가져다 사용하는 식으로 ‘비용 절감’에 들어갈 경우 배우라는 직업이 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초상권을 두고 배우와 씨름하느니 아예 처음부터 AI 연예인을 만들려는 기업들도 있다. AI 연예인이 새로운 아이디어는 아니지만, AI 기술의 빠른 발전과 각종 필터를 활용한 AI 생성 이미지의 대중화로 과거보다 진입 장벽이 크게 낮아졌다. 최근 스페인의 한 광고 에이전시는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들과 까다로운 협상을 하는 데 지쳤다며 아이타나 로페즈라는 AI 인플루언서를 만들었다. 현재 13만 명이 넘는 팔로워를 확보한 아이타나 로페즈는 한 달에 우리 돈 1400만원 넘는 수익을 올리고 있다.
소수의 최상위 노동자 외에는 AI와 로봇으로 대체되는 추세는 연예계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제임스 얼 존스처럼 로봇과 경쟁하지 않고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배우가 AI 복제를 허용하는 것도 이런 추세를 앞당기는 역할을 한다.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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