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크라이 포 미 아르헨티나 [김선걸 칼럼]

김선걸 기자(sungirl@mk.co.kr) 2023. 11. 27.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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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걸 주간국장
최근 매경이코노미는 커버스토리로 마약을 다뤘다. ‘스며드는 마약, 휘청이는 한국’이라는 기사다. 코로나19가 종식되자 동남아의 마약들이 몰려들어 한국이 ‘마약 신흥 시장’으로 떠오른다는 내용이다. 올해 9월까지 마약 사범 수가 2만명으로 급증했다. 미국 마약단속국(DEA)처럼 초월적 단속기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1월 21일에는 모든 언론이 아르헨티나의 극우 정치인 하비에르 밀레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는 기사를 실었다. 그는 ‘중앙은행 폐지’ ‘美 달러 공용화폐 사용’ ‘공기업 전부 민영화’ 등 극단적인 공약을 내세웠다. 도대체 경제가 어떤 지경이면 저런 초월적인 공약을 냈나 싶었다.

두 기사는 관련 없는 기사다. 그런데 양쪽이 묘하게 오버랩되는 느낌이 들었다.

아르헨티나는 1950년대 세계 5대 부국으로 꼽혔고 한때 영국과 포클랜드 전쟁으로 맞짱을 떴던 나라다. 필자 세대는 10대 때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참여한 ‘엄마찾아 삼만리’를 흑백 TV로 봤다. 그 아름다운 감성을 잊지 못한다. 이탈리아 어린이(마르코)의 엄마가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돈을 벌러 해외로 간다. 그런데 엄마 편지가 끊기고 아프다는 소식을 전해 듣자 어린 마르코가 홀로 이역만리로 엄마를 찾아나서는 스토리다. 당시 엄마가 돈 벌러 간 부자 나라가 바로 아르헨티나(부에노스아이레스)였다.

아르헨티나는 곡물 자급률 100%가 넘고 셰일가스나 리튬 등 자원마저 풍부하다. 소고기, 콩만 팔아도 국민을 먹여 살릴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런 풍족함 때문일까. 국민들이 ‘퍼주기’ 좌파 포퓰리즘을 선택했다가 돈이 떨어지면 정반대의 극우 정치인에게 투표하고, 얼마 못 가 공짜 복지를 그리워하는 널뛰기를 계속하고 있다. 그 결과 9차례의 국가부도를 맞았고, 지난달 물가 상승률이 140%에 기준금리가 연 133%다. 점심 먹는 사이에 밥값이 오른다니 말 다했다.

포퓰리즘과 마약은 공통점이 있다. 대략 세 가지 정도다.

첫째 이들은 대상을 서서히 황폐화시킨다. 마약에 중독되면 환청, 환각이 생기고 정신 착란으로 이끈다. 먹는 마약에서, 코로 들이마시다가, 결국 주사기까지 가면 치료는 쉽지 않다. ‘퍼주기’로 미래를 갉아먹는 좌파 포퓰리즘도 이와 닮았다. 극우인 밀레이 대통령은 “사회주의자는 쓰레기, 인간 배설물”이라고 했다. 표현이 과했다고 생각하지만 직접 겪은 사람의 분노는 짐작이 간다.

둘째 중독성이다. 마약은 끊기 힘들고 더 강한 환각제를 찾게 한다. 포퓰리즘 역시 재정이 바닥나도 ‘퍼주기’를 멈추는 건 힘들다. 그 달콤함을 잊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마지막은 파국이다.

세 번째 공통점은 제3의 ‘나쁜 놈’만 이익을 본다는 데 있다. 넷플릭스 드라마 ‘나르코스’의 실제 악당 콜롬비아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는 한때 세계 7위 부자에 올랐다. 지난 1990년 포브스지는 그의 재산을 300억달러(약 36조원)까지 추산했다. 대부분 미국의 중독자들 돈이다. 포퓰리스트 독재자들도 국민 세금으로 생색내며 권력을 누린다. 결국 국민만 피해자다.

한때 ‘청정국’이던 한국에 이제 마약상과 포퓰리즘이 안개처럼 스며들고 있다.

이들은 똑같이 이렇게 말한다. “딱 한 번만 (선택)해보세요.”

마약은 바로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 그런데 포퓰리스트들이 문제다. 그들은 ‘돈 크라이 포 미 아르헨티나’ 같은 노래를 속삭이며 감성에 호소하는 능력도 갖고 있다. 깨어 있지 않으면 어느새 중독될 것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36호 (2023.11.29~2023.12.0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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