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서 첫 한인 장관 탄생…한국어로 선서문 낭독

기자 출신 6선 베테랑 정치인…"한국인 정체성 강조"

27일(현지시간) 뉴질랜드에서 3개 부서 장관에 임명된 멜리사 리(한국명 이지연). ⓒ페이스북/뉴시스

뉴질랜드에서 처음으로 한인 장관이 탄생했다.

라디오 뉴질랜드(RNZ) 방송 등에 따르면 27일(현지시간) 신디 키로 뉴질랜드 총독은 뉴질랜드 웰링턴 정부청사에서 열린 새 정부 출범식에서 국민당의 멜리사 리(한국명 이지연) 의원을 경제개발부, 소수민족부, 미디어·통신부 등 3개 부서 장관으로 임명했다. 리 의원은 기자 출신으로 뉴질랜드에서 6선 의원을 지낸 베테랑 정치인이다.

그는 이날 취임 선서에서 영어와 한국어를 섞어가며 선서문을 읽어 주목을 받았다. 리 장관은 한국어로 “본인 멜리사 이지연은 법에 따라 찰스 3세 국왕 폐하와 그의 후계자 및 왕위 계승자에게 진정으로 충성을 다할 것을 선서합니다”며 “본인 멜리사 이지연은 뉴질랜드 행정부 집행위원회 장관으로 임명됐으며 원활한 뉴질랜드 국정 운영을 위해 필요한 경우 항상 최선의 판단력을 발휘해 총독에게 자유로이 자문하고 조언할 것을 선서합니다”고 말했다.

리 장관은 이날 선서문 낭독을 마친 후 개인 소셜미디어를 통해 “오늘 공식적으로 장관으로 선서했다”며 “한국어로 선서하면서 한국인의 정체성을 인정받을 수 있어 자랑스럽다. 크리스토퍼 럭슨 국민당 정부의 일원이 된 것이 매우 자랑스럽다”고 소회를 밝혔다.

리 장관은 1966년생으로 한국에서 태어난 뒤 말레이시아로 넘어가 유년 시절을 보냈다. 이후 호주 디킨대학에 입학해 커뮤니케이션학을 공부했고, 1988년 뉴질랜드로 건너가 기자와 앵커 생활을 20년 가량 했다. 언론인 생활 시절 그는 아시아인 문화와 이슈를 중점적으로 다루며 이름을 떨쳤고, 2008년 보수 성향의 국민당에서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 생활을 시작한 뒤 지금까지 정치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