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직 노동자 보호' 가능케 한 호주의 특수한 상황
[신준식]
호주 경제 성장은 1920년부터 시작되어 1970년 초 석유 파동으로 야기된 경제위기 이전까지 문제가 없었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 후 시작된 경제 붐은 약 30년간 지속된다. 복지국가를 위한 경제 정책이 유지되었다. 호주사회는 경제의 황금시대를 통해 대량생산, 완전고용, 대량 소비로 특징지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호주의 임금 및 노동조건은 1904년 설립된 독특한 독립적인 화해와 중재위원회(이하, 중재위원회)가 중앙 집중적인 권한으로 결정하였다.
이 결정 원리는 직종-산별 차원에서 실현되어 왔기 때문에 임금결정에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이 비교적 잘 적용되어 공정성Equity이란 가치가 실현되었다. 노동자들의 임금은 업종 및 산별협약들Awards에 의해서 결정되어 차이가 별로 없었다.
1983년부터 연방 노동당 정부는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신자유주의에 대항하는 사회·경제정책을 추진했다. 대기업 중심의 경영자 단체는 이 정책에 반발하면서 인원감축downsizing과 기업혁신 전략restructuring을 통해 생산의 주체를 중소기업으로 이동시켰다. 임시직 Casual, 파트타임, 계약직 등 비정규직이 늘어나 고용구조와 고용형태에 변화가 시작되었다.
호주의 전통적인 임금 결정원리도 도전에 직면했다. 그래도 1990년까지는 기업별 단체협상이 없었다. 직종 및 산별 협상과 중재위원회의 결정 의한 중앙 집중적인 직종 및 산별 협약에 따라 임금이 결정되어 같은 직종 또는 산업에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이 유지되었다. 노동조합들도 평등성을 중시하는 사회주의 성향이 강한 간부들에 의해 운영되었다.
1991년 연방정부의 실권을 인계받은 연방 노동당의 폴 키팅 수상은 기업의 압력에 굴복하여 신자유주의적 노사관계 정책을 도입한다. 노사관계의 분권화, 노동시장의 유연화, 직업 형태 다양화와 하도급이 차츰 확대되었다. 연방 노동당 정부는 국제경쟁력과 생산성을 향상하기 위해 임금과 노동조건의 결정에 있어서 직종 및 산별 협약보다는 각 기업과 노동조합의 교섭으로 결정되는 '기업협약Enterprise Bargaining Agreement, EBA'에 중점을 두는 노사개혁을 단행했다. 호주는 의원내각제이기 때문에 총선에서 국회 하원의 다수 의석을 차지한 당이 정부를 구성한다. 상원을 거쳐야 법안이 법률이 되지만, 정부의 정책에 따른 법안이 하원을 통과하는 것은 쉬운 편이다.
이런 개혁은 직종 및 산별 협약들은 최저 임금·노동조건을 위한 사회안전망으로 하고 별도로 개별 기업과 업종 및 산별 노동조합 사이에 맺어지는 기업협약(EBA)을 법으로 권장하는 정책을 통해 이루어졌다. 이런 노사개혁은 노동조합의 강한 반발이 예상되었다. 하지만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의 강한 영향력 아래서 호주노동조합들은 연방 노동당 정부가 도입한 사회·경제 정책의 구체적인 한 형태인 노사관계의 분권화와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타협 차원에서 받아들였다. 전국 노동운동에 크게 영향력을 미치는 금속, 건설, 공공, 해운 노동조합의 간부들도 사회주의 성향에서 노동당 좌파로 차츰 교체되기 시작하였다.
한편 노동조합들의 전략은 직종 및 산별 협약들에 내포된 공정성의 가치를 패턴 기업협약 (하나의 기업협약 모델을 만들어서 전 업종 또는 기업에 확산시키는 협약)을 각 기업협약에 적용하려고 했다. 기업협약의 주체는 기업과 각주를 대표하는 업종 및 산별 노동조합이다. 투쟁력이 강한 산별 노동조합은 패턴협약을 통해 직종 및 산별 협약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기업협약을 맺어 조합원들의 임금과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전략을 성공시켰다. 하지만 전략적 타협은 전 직종 및 산별에 적용되는 임금. 노동조건의 약화와 기업별 단체협약의 임금 및 고용조건이 비교적 양호한 상태 유지라는 동일 업종 및 산업 노동 시장의 이중구조가 형성되었다.
1996년 보수 연방 자유국민연합당이 정권을 잡은 후부터는 신자유주의 이념에 따라 강력하게 추진되는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으로 노정 간에 갈등이 증가했다. 사회주의 성향이 강한 노동조합 간부들이 은퇴하고 새로운 지도부는 차츰 노동당 계열이 차지하면서 노동조합의 전투력도 상대적으로 약화하기 시작했다.
이런 정책에 의해 하도급의 증가와 비정규 노동자들이 더욱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런 보수당 정부의 사회경제정책은 기업 규모의 축소에 따른 기술훈련 투자 감소에 따른 기술 부족 현상, 고용형태의 변화에 따른 직업 건강 안전 관리의 문제로 상해와 책임 회피로 인한 사회적 비용증가 등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조합들은 공정성을 담보하는 새로운 정책과 제도들을 개발해 이런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 그 결과로 국가, 사용자 그리고 노동조합 사이에 갈등, 타협, 협력 관계 속에서 이를 극소화하는 제도들도 생겨났다.
생산 주체의 변화와 고용형태의 변화로 인한 문제로 공정성에 바탕을 둔 임금 및 고용조건을 결정하는 전통과 노동자의 권리가 심한 도전과 응전이 지속되고 있다.
호주 통계청은 모든 노동자 중 유급연가 혹은 유급 병가를 가지지 않는 노동자를 임시 노동자들 casual workers 로 규정하고 있다. 임시직이란 개념은 역사적으로 금속산업에서 시작되는데, 1920년 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금속 산업 협약에 정규직 풀타임 노동자의 '주별 고용'과 다르게 시간별 고용으로 일하는 노동자란 개념으로 도입되었다(Owens, 2001: 124-5).
임시직이란 개념이 생겨나면서 임시직에게 추가로 지급되는 임금도 도입되었다. 호주제조업노동조합은 1921년 임시직 노동자의 추가 임금은 10%라고 했다(Pocock, Buchanan, Campbell, 2004: 41). 그 당시 정규직 노동 자의 시간당 임금이 100이라면 임시직 노동자의 시간당 임금은 110이었다.
임시 및 계약 노동자의 비율이 한 자리 숫자 미만이었던 1970년대까지만 해도 호주 노동운동은 임시 및 계약 노동자의 증가 억제정책에 중점을 두었다 (AMWU, 1995). 이런 정책에도 불구하고, 1979년의 노동 인구대비 임시직은 10%, 계약직 17%가 되었다. 1999년에는 임시직 20%와 계약직이 20% 로 증가했다(Buchanan, 2004: 4). 1990년 초부터 심화한 기업과 정부의 노동시장의 유연화 정책으로 임시직과 계약직은 더욱 늘어난다. 노동운동의 억제정책은 성공을 거두지 못하게 된 셈이다. 노동운동은 현실 상황을 인정하고, 비정규직을 적극적으로 보호함으로써 증가를 억제하는 정책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이런 정책을 수립하고 실천할 수 있었던 것은 호주노동조합의 형태, 독립적인 조정기구 존재 그리고 사회가 공정성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전통 등에 기인한다. 첫째, 호주의 노동조합이 직종 및 산별 형태였고, 직종·산별노조 형태로 정책 결정되고 실천되었다는 것이다. 둘째, 독립적 조정기구인 호주 노사관계위원회(중재위원회 후신)의 권한이 전통적으로 막강했다는 것이다. 셋째, 호주 사회 전반에 공정성이란 의식이 퍼져 있었기 때문에 임시직 보호 정책과 운동이 사회적으로 인정받았다. 이런 배경 속에서 호주 노동운동은 비정규직 보호 조항을 직종별·산별 사용자 단체들 및 각 기업과 협상을 통하여 협약들과 기업협약 속에 각각 포함할 수 있었다.
촘촘하게 임시직을 보호 정책을 강화하다 보니 임시직 노동자들의 임금을 계산도 다소 복잡하다. 호주통계국은 2022년 8월 현재 임시직 노동자 수는 270만 명이고 전체 노동자의 23.5%라고 했다(ABS, 2022). 이들에게 지급되는 임금을 살펴보자. 일반적으로 임시직 노동자들에게는 정규직 시간당 임금의 25%를 더 지급한다. 산별로 임시직 추가임금 비율은 그 직업이 본업이라고 생각되는 업종은 비교적 높은 비율 그리고 추가 노동이라고 여겨지는 업종은 비율이 조금 낮다.
호주의 임금과 노동조건 방식이 1990년대부터 통상적으로 직종 및 산별협 약과 기업별 협약에 따라 결정되어 오고 있다. 이 두 가지 방식에 포함되지 않는 노동자들을 위해서 전국 최저 임금을 정한다. 현재 전국 최저 임금은 시간당 23.23 호주불(한화 19,765원)이다. 이 경우 최저 임금을 받는 정규직 노동자의 주당 최저 임금은 표준 노동시간 38시간(시간당 23.23불)으로 계산 하면 882.80센트이다. 직종·산별협약 적용 노동자의 최저 임금은 그 협약이 정해 놓은 최저 임금을 받는데, 이 금액은 전국 최저임금보다 높다. 기업협약에 적용되는 정규직 노동자들은 기업의 상황에 따라 다르나 직종·산별협약 적용 노동자들보다 높은 임금을 받는다.
임시직 노동자들의 시간당 최저 임금 경우는 위 세 가지 각각 다른 최저 임금에다 통상적으로 25%를 더 받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임시직 노동자들은 최저 임금만 받는 노동자들이 아니다. 임시직 노동자들의 임금은 동일노 동을 하는 정규직 노동자의 시간당 임금보다 25%가 더 많다. 최저 임금과 임시직 노동자의 임금은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임시직 임금은 최저 임금 관점보다는 정규직과 동일노동 동일 시간당 임금 그리고 임시직 추가임금이라는 점에서 계산해야 한다.
호주가 가지고 있는 특수한 상황이 임시직 노동자들 보호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 노동조합들은 임시직 노동자들을 조합원으로 적극적으로 받아들인다. 임시직이 받을 수 없는 4주의 연가, 병가, 공휴일 임금 지급 등을 추가임금으로 계산하여 더 지급하는 정책을 더욱 강화해 오고 있다. 현재 임시직은 통상적으로 25% 임금을 더 받으나 제조업 노동조합과 진보적 학자들은 변화된 상황에서 정규직과 비교해 손해가 되는 여러 사항을 고려한다면 임시직 추가임금 비율을 42%~45% 정도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임시 노동자도 정규직이 받는 퇴직연금, 장기근속 수당 등을 받을 수 있는 정책을 개발하여 직종 및 산별협약과 기업협약에 반영하고 있다.
호주 임시직의 임금에는 공정성이란 사회적 가치가 깊게 자리 잡고 있다. 노동조합의 임시직 보호 정책과 투쟁은 정규직과 차별을 극소화하는 방향으로 전개된다. 시대적 상황에 따른 정규직 임금과 노동조건에 따라 임시직의 임금과 노동조건도 변화하고 있다.
참고문헌
1. Australian Bureau of Statistics(ABS) (2022), https://www.abs.gov.au/media-centre/mediareleases/slower-recovery-casual-work-continues-2022
2. Australian Manufacturing Workers Union (AMWU) (1995), Variation to the Metal Industry Award and an outline of a case that would limit the employment of casual, September
3. Buchanan, J. (2004), Paradoxes of significance: Australian casualisation and labour productivity, ACIRRT(Australian Centre of Industrial Relations Researching and Training)
Working Paper 93, Paper Preprepared for ACTU, RMIT and the Age Conference 'Work Interrupted: Casual and insecure employment in Australia', Hotel Sofited, Melbourne, 2
August
4. Owens, R. (2001), The 'Long-term or Permanent Casuals' - An Oxymoron or 'a well enough understood Australianism' in the Law?, Australian Bulletin of Labour, 27:2, June, pp. 118-
136
5. Pocock, B., Buchanan, J. and Campbell, I. (2004), Securing Quality Employment: Policy options for Casual and Part-time Workers in Australia, Chifley Research Foundation, April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호주한인교육문화센터 연구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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