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 사냥꾼’ 셰얼하오의 반격, 삼성화재배 주인 28일 가려진다

손민호 2023. 11. 27.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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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얼하오 9단이 27일 삼성화재배 결승 2국에서 승리하고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손민호 기자

‘대마 사냥꾼’ 셰얼하오의 반격이 시작했다. 2023 삼성화재배의 주인은 28일 열리는 결승 최종국에서 가려지게 됐다.

27일 경기도 고양시 삼성화재 글로벌 캠퍼스에서 열린 2023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결승 2국에서 셰얼하오 9단이 딩하오 9단과 초대형 대마 싸움을 벌인 끝에 흑 227수 만에 불계승했다. 25일 결승 1국에서의 패배를 통렬하게 설욕한 셰얼하오는 28일 결승 최종국에서 삼성화재배 첫 우승에 도전한다.

딩하오와 셰얼하오의 결승 2국은 근래에 보기 힘든 대마 싸움이 펼쳐졌다. 중국 선수끼리의 결승전이었지만, 바둑 팬으로서는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바둑이었다. 타협과 바꿔치기가 대세가 된 현대 바둑에서, 그것도 상금 3억원이 걸린 삼성화재배 결승전에서 30점이 넘는 대마의 사활을 놓고 벌이는 대결은 관전의 재미를 만끽하게끔 하는 명승부였다.

이번 대회에서 가공할 공격력을 선보였던 셰얼하오가 우변 접전에서 백 대마 2개의 사활을 추궁하는 데 성공했다. 궁지에 몰린 딩하오가 우변 대마부터 살리고 우상귀부터 중앙까지 이어진 대마는 사활 승부로 맞섰다. 바둑판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한 초대형 대마의 사활이 걸린 절체절명의 상황. 셰얼하오의 대마 사냥이 시작됐다.

27일 삼성화재배 결승 2국에서 대국 중인 딩하오 9단. 대마 사활이 몰리면서 패배했다. 손민호 기자

이번 대회 냉정한 승부 호흡을 보였던 딩하오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시간도 턱없이 부족했다. 딩하오가 116수째 초읽기에 들어갔을 때 셰얼하오에겐 1시간 6분이나 남아 있었다. 대마가 몰리면서 유리했던 형세도 흑 우세로 바뀌었다. 더욱이 상대는 8강에서 당대 최강 신진서 9단의 대마를 잡아 버린 괴력의 소유자였다. 1분 초읽기 속에서 대마를 살려내야 하는 딩하오는 연신 괴로운 신음을 뱉어냈다.

딩하오도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악착같이 흑의 약점을 파고들어 백 대마를 거의 살려냈다. 한 수만 더 보강하면 완생을 선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미 바둑은 크게 기울어져 있었다. 백 대마가 살아도 집으로 안 된다는 걸 확인한 딩하오가 재차 승부를 걸어갔다. 백 대마를 포위한 상변 흑 대마와 좌변 백 대마의 수상전을 끌어냈다. 하지만 백의 수가 부족했다. 최후의 수상전마저 안 되는 상황. 딩하오는 힘없이 초시계를 누르고 고개를 숙였다. 셰얼하오의 창이 마침내 딩하오의 방패를 뚫어낸 순간이었다.

딩하오 9단(왼쪽)과 셰얼하오 9단의 삼성화재배 결승 2국 대국 모습. 사진 한국기원

명승부를 거듭하는 셰얼하오와 딩하오의 2023 삼성화재배 결승 대결은 28일 최종국에서 최후 승자가 가려진다. 기세를 탄 셰얼하오의 역전 우승이 가능할지, 아니면 냉철한 승부사 딩하오가 셰얼하오의 파상 공세를 막아낼지 관심이 집중된다.

2023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는 중앙일보가 주최하고 삼성화재해상보험이 후원하고 한국기원이 주관한다. 상금은 우승 3억원, 준우승 1억원이다. 모든 대국은 정오에 시작한다. 흑 6집반 공제. 각자 제한시간 2시간, 1분 초읽기 5회가 주어진다.

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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