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 위해 재입국…마음 씀씀이도 MVP였던 페디
역대 프로야구 외국인선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투수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에릭 페디(30·NC 다이노스)가 2023년 최고의 별로 우뚝 섰다.
페디는 27일 서울시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KBO 시상식에서 최우수선수상인 MVP를 수상하고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한국야구기자단 투표(전체 111표)에서 가장 많은 102표(득표율 91.9%)를 받아 한화 이글스 내야수 노시환(6표)과 LG 트윈스 외야수 홍창기(2표) 등을 여유롭게 제쳤다. 이와 더불어 다승(20승)과 평균자책점(2.00), 탈삼진(209개) 그리고 올해 새로 생긴 수비상 등 4개 부문 트로피를 더해 5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역대 외국인선수의 MVP 수상은 이번이 5번째다.
2015년 에릭 테임즈의 뒤를 이어 NC 소속 MVP 계보를 이은 페디는 “믿어지지가 않는다. KBO리그로, 또 NC로 오지 않았다면 이 상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강인권 감독님과 동료들에게 이 기쁨을 돌리겠다”고 울먹였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워싱턴 내셔널스의 5선발로 활약하다가 자리를 옮긴 오른손 정통파 페디는 올 시즌 KBO리그의 명실상부 최고 에이스였다. 국내 무대에는 생소한 ‘스위퍼’라는 구종을 앞세워 홀로 20승을 따냈다.
사실 페디는 이미 한국을 떠난 상태였다. NC가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하자 지난 8일 아쉬움을 삼킨 채 고향인 미국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이번 KBO 시상식에서 4관왕 등극이 확정됐고, MVP 수상도 사실상 유력해지자 NC 구단과 협의해 다시 한국을 찾았다.
외국인선수가 시상식 참석을 위해 재입국하는 경우는 극히 드문 일이다. 전날 페디와 함께 입국한 페디의 아버지는 지난달 아들이 받았던 최동원상 트로피도 직접 챙겨와 의미를 더했다.
다승과 평균자책점, 탈삼진 1위를 뜻하는 투수 트리플 크라운은 40년 넘은 프로야구 역사에서도 흔치 않은 대기록이다. 해태 타이거즈 왕조의 주역인 선동열이 1986년과 1989~1991년까지 총 4차례 달성했고, 2006년 한화 류현진이 신인으로는 역대 최초로 3관왕을 차지했다. 이어 2011년 KIA 타이거즈 윤석민이 명맥을 계승한 뒤 10년 넘게 주인공이 나타나지 않았다.
명맥을 이은 페디는 “오늘 이렇게 많은 상을 받을 수 있던 것은 모두 NC 덕분이다. NC의 모든 구성원들에게 감사를 전한다”면서 “창원팬들께서도 정말 많은 도움을 주셨다. 이제 내게 창원은 ‘제2의 고향’이다”는 말로 기쁨을 나눴다.
한편 이날 시상식에선 한화 노시환이 생애 처음으로 홈런왕을 차지했다. 올해 31개의 아치를 그려내 차세대 거포로 떠올랐다. 이와 함께 101타점으로 타점왕까지 휩쓴 노시환은 “앞으로 국가대표 4번타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NC 외야수 손아섭은 타격왕(타율 0.339)과 안타왕(187개)의 영예를 가져갔다. KBO리그 대표 교타자로 잘 알려져 있지만, 타율 1위는 이번이 처음이다.
또, KT 위즈의 2003년생 영건 박영현은 역대 최연소 홀드왕(32개)이 됐고, SSG 랜더스 마무리 서진용은 세이브상(42개)을 거머쥐었다. 두산 베어스 외야수 정수빈은 39차례 베이스를 훔쳐 생애 처음으로 도루왕이 됐고, LG 홍창기는 득점 1위(109개)와 출루율 1위(0.444)를 휩쓸었다.
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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