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휴전 종료 하루전 "연장 원한다, 인질 추가석방 고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휴전이 종료 하루를 앞둔 가운데 세 번째 인질·수감자 교환이 이뤄졌다. 하마스는 휴전 연장을 위해 추가로 인질을 석방할 의향이 있음을 내비쳤다. 미국·카타르·프랑스 등을 포함한 국제사회도 휴전 연장을 촉구하고 나섰다.
2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타임스오브이스라엘·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이날 하마스는 이스라엘측 인질 17명(이스라엘인 14명, 태국인 3명)을 석방했다. 앞서 24일 1차 석방 때 24명(이스라엘인 13명, 외국인 11명), 전날 2차 석방에는 17명(이스라엘인 13명, 외국인 4명)을 풀어줬다.
이로써 휴전 기간(24일 오전 7시~28일 오전 7시) 중 지난 3일 동안 석방된 이스라엘 측 수감자는 58명이다. 이중 외국인을 제외한 이스라엘인은 40명이 풀려났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수감자 및 억류자 가운데 총 117명을 석방했다. 앞서 이스라엘은 하마스와 휴전 합의에서 ‘자국 인질 1명당 팔레스타인인 3명’을 맞교환하기로 한 결과다.
휴전 종료 하루 앞…하마스 "휴전 연장 원해"
휴전 기간 가자지구에는 연료와 식수, 의약품을 실은 구호 트럭 수백 대가 들어가 인도주의 위기에 몰렸던 민간인의 숨통을 터줬다. 휴전 1일 차인 지난 24일엔 137대, 2일 차엔 187대의 지원 물자가 가자에 반입됐다. 유엔 인도주의 업무조정국(OCHA)에 따르면 가자지구 북부에는 전날 트럭 61대가 도착했다.
가자지구에 구호트럭을 몰고 간 유니세프 관리자는 “이곳 사람들은 물을 받자마자 그 자리에서 마시고 있다”면서 “굶주림과 갈증, 공포로 인해 공황에 내몰린 상태”라고 전했다. 이어 “구호물자가 계속 가자 북쪽으로 들어가고 있지만, 주민들은 포격이 재개될 것을 너무도 두려워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에 전했다.
하마스는 가자지구에 들어오는 구호품이 합의 내용보다 적다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휴전 이틀째인 25일엔 인질석방 과정 중 하마스가 돌연 이스라엘이 구호트럭을 합의한 분량의 절반도 보내지 않았다며 제동을 걸어 예정보다 7시간 정도 지난 한밤중에야 인질 석방이 이뤄졌다.
하마스는 휴전 종료 하루 전인 이날 성명을 통해 “약속한 나흘의 휴전이 끝난 뒤에도 휴전이 연장되길 원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앞서 인도주의적 휴전 협정에 합의한 것만큼 상당한 숫자의 인질을 석방하는 노력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구체적인 석방 인원이나 대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AFP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하마스가 현재의 휴전을 2~4일 연장할 의향이 있다고 중재자들에게 알렸다”며 “하마스는 이 기간 이스라엘 인질 20~40명의 석방을 보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앞서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휴전 연장 조건으로 ‘하마스가 인질 10명 석방 시, 휴전 하루 연장’에 합의한 바 있다.
美·佛 등 국제사회 "인질 석방 위해 휴전 연장"
미국 등도 일제히 휴전을 연장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6일 긴급 대국민 연설에서 “인질 추가 석방을 위해 휴전을 연장하는 것이 나의 목표”라면서 “이번 휴전을 내일 이후까지 이어가 더 많은 인질이 풀려나고 인도주의적 도움이 가자지구에 도달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아직까지 하마스 등이 억류하고 있는 미국민 인질은 모두 풀려나지 않은 상태다. 당초 미국은 1차 석방이 이뤄진 24일, 인질 중 미국 국적자 3명이 모두 풀려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휴전 3일째인 26일에야 미국·이스라엘 이중국적자인 4세 소녀 애비게일 이단이 미국 국적자 중 처음으로 석방됐다.
프랑스 역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임시 휴전이 “모든 인질이 석방될 때까지 이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카트린 콜로나 프랑스 외무장관은 프랑스 BFMTV에서 “우리의 인질과 다른 인질들의 석방을 촉구하며, 이를 위해 휴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마스에 잡힌 프랑스인 인질 중에 석방된 사람은 아직 없다.
이날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는 전화 통화를 통해 가자지구 휴전 연장에 의견을 모았다고 이집트 매체 아흐람이 이날 보도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요르단 외무장관 역시 영국 런던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휴전 합의가 연장돼 적대 행위가 완전히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양측 중재를 맡아온 카타르의 셰이크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총리도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에 “우리가 바라는 건 휴전 기간을 연장하고, 나머지 인질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이어가는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파악되지 않은 인질들의 소재가 변수가 될 수 있다”면서 “(추가 석방 대상이 될) 40명의 여성과 어린이 인질은 하마스가 아닌 다른 무장 단체들에 붙잡혀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언급했다.
이스라엘 "휴전 끝나면 총력전"…서안 습격도
국제사회의 휴전 연장 바람과는 달리, 이스라엘은 휴전 기간이 끝나면 가자지구에서 총력전을 벌이겠다는 뜻을 재차 밝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개전 후 처음으로 가자지구를 방문해 “하마스 제거, 모든 인질의 귀환, 가자가 다시는 이스라엘의 위협이 되지 않도록 보장하는 것 등 세 목표가 있다”면서 “승리할 때까지 그 어떤 것도 우리를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바이든 대통령과의 통화에서도 “일시적 휴전이 끝나면 총력을 기울여 가자지구 군사작전을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앞선 합의대로 하마스가 매일 10명씩 추가로 인질을 석방하면서 휴전을 연장하는 방안은 환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의 임시 휴전 중인 25~26일 이틀간 서안 지구에서 기습 작전을 펼쳐 최소 8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숨졌다고 밝혔다. 사망자 중 한 명은 미성년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AFP통신은 “최근 20년간 서안지구에서 벌어진 이스라엘 공격 중 가장 치명적”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이스라엘군은 몇 달 전 서안지구 세차장에서 이스라엘인 아버지와 아들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팔레스타인인을 체포하기 위해 제닌 난민 캠프에서 작전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5명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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