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은 사람들

신아연 2023. 11. 27.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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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마지막 월요일이네요.

제가 되고 싶은 더 나은 사람이란 다른 사람을 돕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사람은 죽을 때까지 행복을 추구하는 존재인지라 저 또한 행복하고 싶은데, 만사를 고려할 때 제가 누릴 수 있는 행복은 다른 사람을 돕는 데서 오는 행복밖에는 없겠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제가 이 콘서트를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고 한 이유는 다음 글에서 말씀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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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3 관동대학살 100주기 추모제 동행기 13]

[신아연 기자]

(* 지난 기사 "일본 지하철 게시물... '관동대학살' 언급은 없었다"에서 이어집니다)

11월의 마지막 월요일이네요. 겨울의 터널로 본격 진입하는 계절처럼, 겨울로 들어선 제 나이에 걸맞게 영혼이 깊고 그윽해지고 있는지를 점검합니다.

저는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저의 장래 희망입니다.

제가 되고 싶은 더 나은 사람이란 다른 사람을 돕는 사람입니다. 제게는 그 길만이 행복인 것 같습니다.

사랑하는 두 아들도 옆에 없고, 보고 싶은 손자도 사진 속에서 뿐이고, 연애할 남자도 없고, 인생을 즐길 돈도 없고, 작가로서 명예나 인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건강도 곧 없어질테고, 결국 혼자 늙어갈 현실에서 보통 사람들이 꼽는 행복의 조건이 제게는 해당되는 게 없습니다.

그러나 사람은 죽을 때까지 행복을 추구하는 존재인지라 저 또한 행복하고 싶은데, 만사를 고려할 때 제가 누릴 수 있는 행복은 다른 사람을 돕는 데서 오는 행복밖에는 없겠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다른 사람을 돕는다고 하니 되게 거창하게 들리지만 제 수준에서 돕는 거야 뻔하지요.

첫째, 저는 다른 사람의 말을 귀담아 들어줍니다. 그걸 제일 잘 합니다. 둘째, 저는 사람들의 장점을 잘 발견하고 그것을 통해 그 사람이 성장하도록 북돋워주는 말과 행동을 합니다. 셋째, 저는 공감하고 위로하는 따듯한 글을 쓸 줄 압니다. 그래서 단 몇 명에게나마 제 글이 온기가 되어 줄 거라 믿습니다.

이 세 가지를 지속하는 것으로 저는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합니다. 행복한 사람이 되려고 합니다. 그리고 어쩌면 제가 추구하는 행복이 '찐행복'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관동대학살 다큐 영화 <1923> 제작을 후원히기 위해 열린 김현성의 이등병의 편지 40주년 기념 콘서트
ⓒ 인디컴 노래의 인문학
 

지난 주 금요일(24일),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다녀왔습니다.
<1923>이란 제목으로 관동대학살에 관한 다큐 영화가 제작 중입니다. 베를린 영화제에 출품할 예정인 김태영 감독의 이 영화를 후원하기 위해 콘서트가 열린 거지요. 이날 공연 수익금 전액이 영화 제작비에 보태졌습니다.

이 영화에는 지금 제가 쓰고 있는 씨알재단 주관, 도쿄 아라카와 강변 관동대학살 100주기 추모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9월 3일, 추모제 현장을 영상에 담기 위해 김태영 감독이 일본으로 직접 날아오셨지요. 김현성님과 함께요.
 관동대학살 다큐 영화 <1923> 김태영 감독(좌)과 이등병의 편지를 작사 작곡한 김현성 님과 함께, 9월 3일 일본 아라카와 강변 관동대학살100주기 추모제에서
ⓒ 씨알재단
 
김현성님은 누구냐고요? 이분을 노래로 소개하면 "아~~, 그분이 그분이군요!"하고 대한민국 국민 모두 고개를 끄덕이실 거예요. '이등병의 편지'와 '가을 우체국 앞에서'를 만드신 분입니다.
지난 금요일 <콘서트 다큐 1923>은 '이등병의 편지'를 작사 작곡한 김현성 님이 이 노래의 4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였습니다.
 1923 다큐 콘서트 초대가수 윤도현 씨
ⓒ 신아연
 
 '이등병의 편지'와 '가을 우체국 앞에서'를 작사 작곡한 김현성 씨
ⓒ 신아연
 
'이등병의 편지'는 윤도현과 김광석이 부른 것으로 유명하지요. 김광석은 이 세상에 없어서 못 왔고 윤도현은 왔습니다. 윤도현은 '가을 우체국 앞에서'도 불렀지요.
 
가을 우체국 앞에서 그대를 기다리다
노오란 은행잎들이 바람에 날려가고
지나는 사람들 같이 저 멀리 가는 걸 보네
세상에 아름다운 것들이 얼마나 오래 남을까
한여름 소나기 쏟아져도 굳세게 버틴 꽃들과
지난 겨울 눈보라에도 우뚝 서있는 나무들 같이
하늘 아래 모든 것이 저 홀로 설 수 있을까
가을 우체국 앞에서 그대를 기다리다
우연한 생각에 빠져 날 저물도록 몰랐네


제가 이 콘서트를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고 한 이유는 다음 글에서 말씀드릴게요.
이등병의 편지 

집 떠나와 열차타고 훈련소로 가는 날
부모님께 큰절하고 대문밖을 나설 때
가슴 속에 무엇인가 아쉬움이 남지만
풀 한포기 친구얼굴 모든 것이 새롭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생이여

친구들아 군대가면 편지 꼭 해다오
그대들과 즐거웠던 날들을 잊지않게
열차시간 다가올 때 두손 잡던 뜨거움
기적소리 멀어지면 작아지는 모습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꿈이여

짧게 잘린 내 머리가 처음에는 우습다가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에 굳어진다 마음까지
뒷동산에 올라서면 우리 마을 보일런지
나팔소리 고요하게 밤하늘에 퍼지면
이등병에 편지 한장 고이 접어 보내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꿈이여


(* 다음 기사에 계속됩니다.)

덧붙이는 글 | 제 블로그와 브런치에도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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