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 유치전, 윤석열이 치르는 가치외교 중간시험

안홍기 2023. 11. 27.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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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야드 우세를 뒤집을 중국이란 지렛대가 없다

[안홍기 기자]

 영국 국빈 방문과 프랑스 방문 일정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6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1호기편으로 귀국하며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30년 세계박람회(EXPO) 유치 경쟁에서 한국은 '막판 역전승 전략'으로 임하고 있다. 지지 국가 확보에 객관적인 열세를 보이기 때문인데, 최근엔 88서울올림픽 유치전을 재조명하는 보도들도 나온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가치외교'가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지는 아직 모른다.

2030년 엑스포 개최 도시를 결정하는 BIE(Bureau International des Expositions) 총회는 프랑스 파리에서 중부유럽시간으로 28일 오후에 열린다. 후보는 한국의 부산,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 이탈리아의 로마 3곳이다. 부산이 노리는 건 2차 투표 역전승이다.

BIE 회원국은 182개국, 후보 도시는 3곳. 투표에서 3분의 2 이상 지지를 받으면 개최지로 확정되고, 그렇지 않으면 1·2위 도시끼리 2차 투표를 해서 더 많은 표를 받은 곳이 개최지가 된다. 부산이 2차 투표 역전승을 노리는 것은 1차 투표에선 리야드가 1위를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리야드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엑스포 2030 유치를 공식 발표한 지난 2021년 10월 이전부터 엑스포 유치를 추진하면서 지지 국가 확보를 위한 외교전을 펼쳐왔다. 외교 활동 뒤 상대 국가가 리야드를 지지하기로 했다고 공표하면서 '대세는 리야드' 분위기를 형성해왔다.

사우디아라비아 언론들도 리야드 지지 국가가 나올 때마다 적극 보도하고 있는데, 사우디아라비아 영자신문 <아랍뉴스>(Arab News)의 인터넷판 기사를 검색해 찾은 결과는 총 104개 나라다. 검색 기간은 엑스포 유치 공식 발표 시점부터 11월 24일 현재까지이고, 아랍연맹이나 중앙아시아 5개국처럼 여러 나라가 함께 리야드를 지지한 경우도 포함했다.

권역별로 보자면 아프리카 40개국, 중남미 22개국, 아시아 21개국(중동 11개 국 포함), 태평양도서국 13개국, 유럽 8개국이다. BIE 회원국 절반 이상이 리야드 지지를 약속했지만 1차 투표로 끝낼 수 있는 3분의 2 이상, 122개 국까지는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외신 중에는 리야드를 지지하는 국가가 122개국에 이른다고 보도하는 곳도 있다.

부산이 2차 투표로 가서 막판에 역전하기 위해선 리야드가 확보한 표를 빼올 수밖에 없는 상황.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월 유엔 총회 참석을 계기로 미국 뉴욕에서 엑스포 유치전을 펼친 것이 대표적인데, 무려 41개국과 양자회담을 하고 여러 나라와 동시에 만난 것까지 총 48개국을 만났다.

이때 윤 대통령이 만난 국가 중 리야드 지지를 이미 선언한 국가가 26개국이다. 파라과이 대통령은 윤 대통령과 사우디아라비아 외무장관을 차례로 만난 뒤 트위터에 리야드 지지를 공개 선언했다. 파라과이의 경우엔 녹색경제 사업에 사우디아라비아의 자금을 활용할 수 있다는 유인이 컸다. 리야드를 지지하는 다른 저개발·개발도상국들 중에도 이와 비슷한 경우가 많다.

일본? 아프리카에 쓸 지렛대는 중국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활동을 위해 프랑스를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1월 24일(현지시간) 파리 브롱냐르궁에서 열린 국경일 리셉션에서 축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26일 그동안 지지 도시를 밝히지 않았던 일본이 부산을 지지할 거라는 소식을 보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해 온 점을 고려해 이같이 결정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부산세계박람회유치위원회는 일본이라는 한 나라의 한 표가 아니라 다른 나라의 지지에 미칠 영향력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특히 아프리카에선 한국보다 일본이 더 영향력이 있다. 아프리카에는 BIE 회원국이 49개에 이른다.

하지만 아프리카에 그 어느 나라보다 확고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중국은 이미 리야드 지지를 선언한 상태다. 지난 1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에서 한중 정상회담은 열리지 않았다. 아프리카에 중국이라는 지렛대를 쓸 수 있는 가능성은 '0'이다. 중국은 여러 태평양도서국에 대해서도 큰 영향을 미친다.

한중 사이에는 엑스포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많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정상 간 소통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기시다 일본 총리를 7번이나 만나는 등 윤 대통령은 한미일 3개국의 연대를 공고히 하는 데에 힘을 쏟고 있다. 윤 대통령이 외교 현장에서 즐겨 말하는 '자유, 인권, 법치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에 중국은 들어 있지 않다. 이것이 자유 민주주의 체제 국가 간 연대를 공고히 하는 가치외교라는 것이다.

중국뿐 아니라 가치외교의 대상이 되지 않는 나라들은 많고, 각 나라 대표단은 한 표씩만을 행사한다. 이 점에서 국가 간 외교 총력전이 펼쳐진 이번 엑스포 유치전의 결과는 윤석열 대통령의 가치외교가 지구촌 어디까지 통하는지 볼 수 있는 중간시험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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