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이 호반도시보다 문화도시로 불리게 된 이유는?

이규승 2023. 11. 27.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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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작품이 완성되는 현장이 가다 '춘천공연예술연습공간'

[이규승 기자]

 '춘천공연예술연습공간'(강원도 춘천시 삭주로 3)은 최대 번화가인 명동거리에서 도보로 5분 남짓 거리에 위치했다. 춘천에서 가장 중심지인 이곳엔 학교와 경찰서, 공공기관 등이 바로 보일 정도로 생활하는데 불편함 따윈 느낄 수 없다. 남춘천역에서 멀지 않은데 바로 인근엔 넉넉한 공영주차장까지 있어서 공연을 준비하는 예술가들에겐 안성맞춤이다.
ⓒ 필립리
 
굳게 닫혀진 문틈 사이로 판소리의 한 대목이 희미하게 들린다. 방음이 확실해 보이는 두터운 문이 가로막고 있지만, 연습을 위해서 배우들이 오갈때마다 소리가 새어나온다. 추임새에 대한 호기심 덕분인지 소리가 나는 곳을 따라 주위를 맴돌았다. 본공연을 앞두고 배우들은 극도로 예민해 보인다. 연습에 몰두하고 있는 그들에게 말을 붙여볼 엄두가 나지 않았지만, 이렇게 무대작품이 완성되는 과정을 어깨 너머로 엿볼 수 있었다. 

'춘천공연예술연습공간'(강원도 춘천시 삭주로 3)은 최대 번화가인 명동거리에서 도보로 5분 남짓 거리에 위치했다. 춘천에서 가장 중심지인 이곳엔 학교와 경찰서, 공공기관 등이 바로 보일 정도로 생활하는데 불편함 따윈 느낄 수 없다. 남춘천역에서 멀지 않은데 바로 인근엔 넉넉한 공영주차장까지 있어서 공연을 준비하는 예술가들에겐 안성맞춤이다. 이렇게 일상적인 도시 풍경에서 판소리의 제작과정을 목격하게 되니 며칠 후에 완성될 본공연에 대한 호기심은 더욱 커진다.

"원래는 춘천여자고등학교로 사용했었죠. 앞에 보이는 건물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학교로 사용하는 용도는 그 수명을 다했고, 이곳은 공연예술연습공간으로, 앞 건물은 춘천시청의 제2청사로 쓰고 있습니다."

빼곡하게 들어선 대형 건물들 사이로 연습공간이 있을 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현장 매니저의 소개로 공간을 둘러보니 두 동의 건물에 중규모를 위한 연습실 한 개와 대규모 공연이 가능한 네 개의 연습실 등이 구비되어 있다. 각 실마다 샤워실과 탈의실은 기본이고 어떤 곳은 그랜드피아노까지 있을 정도로 다양한 종류의 공연을 준비하는데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개별 연습실에는 최신 음향시스템부터 무선마이크, 블루투스까지 없는 게 없을 정도로 운영자의 자부심이 드러났다. 덧붙여 공기청정기와 청소기까지 최신형으로 구비하여 연습하는 이용자들을 세심하게 배려했다. 민간 시설에 비해 "턱 없이 저렴한 대관료 때문에 질이 낮지 않을까?"라는 필자의 우려에 매니저는 한 번이라도 이용한 사람이라면 그런 오해는 불식될 것이라 자신있게 말했다. 

"이용률은 75%가 웃돌 정도로 반응은 폭발적이에요. 특히 오늘같은 평일이나 혹한기(11월부터 내년 2월까지)에는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오후나 저녁이 되면 거의 모든 연습실이 만석이 됩니다. 다른 곳과 비교해서 이용률이나 만족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하하)"

춘천이 문화도시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
 
 춘천공연예술연습공간을 운영하는 매니저는 “원래는 춘천여자고등학교로 사용했었죠. 앞에 보이는 건물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학교로 사용하는 용도는 그 수명을 다했고, 이곳은 공연예술연습공간으로, 앞 건물은 춘천시청의 제2청사로 쓰고 있습니다.”이라고 설명했다.
ⓒ 필립리
 
대부분의 사람들은 춘천을 '호반의 도시'라고 부른다. 그것은 소양호, 춘천호, 의암호 등 강과 호수가 많고 주위를 둘러봐도 물을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천연의 자연환경보다는  '문화도시'로서의 이미지가 강해진 듯하다. 이렇게 춘천이 문화를 전면에 내세운 배경에는 지난해 문화도시 조성사업을 추진한 전국 18개 문화도시들 중에서 2년차 사업에 대한 정부 평가에서 최우수도시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이렇게 춘천이 문화적 성과를 뚜렷하게 나타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춘천이 보유한 환경적 요인이 탄탄하기 때문이라 얘기한다. 

그중 공연예술을 활성화하기 위해서 가장 기본이 되는 환경적 요인으로는 공연장과 연습실을 꼽는다. 공연장은 정부기관과 지자체에서 뚜렷한 기조만 가지면 큰 예산이 들더라도 조성하는데 불편한 점이 없다. 하지만 연습실은 위의 상황과 얘기가 달라진다. 적당한 장소가 있더라도 상대적으로 이슈가 되지 못할뿐 아니라 투입대비 수익성에서 상당부분 불리하기 때문에 섣불리 첫삽을 뜨기 쉽지 않다. 더구나 대부분의 연습실은 지하에 곰팡이 냄새를 맡으며 연습을 하는 편이다. 또한 치솟는 월세를 견디지 못해 도심의 외곽지역으로 철저하게 내몰리고 있는 현실이다. 그러나 춘천은 가장 핫한 번화가에 오롯이 공연연습만을 위한 건물 두 동을 내어줌으로써 다른 지역과 다른 연습환경을 갖춘 것만으로도 분명히 놀라운 발전이다.  

하지만 몇 개의 조건만 맞는다면 이런 비슷한 환경을 갖춘 연습공간은 민간시설에서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겠냐는 물음에 공간을 소개하는 현장 매니저는 오케스트라를 위한 연주에 최적인 공간이라 대답했다. 실제 공연장에서 있는 조건과 똑같은 사양의 그랜드피아노가 자리를 차지했다. 이에 "실제 보이는 부분보다 안보이는 곳에 더 많은 신경을 썼다"며, 공간에 대한 자부심을 숨기지 않았다. 심지어 단원들이 앉는 의자도 여느 연습실의 그것과는 차원이 다르단다. 마치 이곳은 오케스트라를 연습하는데 한치의 부족함도 느끼지 못하게 실제에 가장 가깝게 구성해놓은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솔직히 오케스트라가 완벽하게 연습할 수 있는 공간을 현장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잖아요? 그래서 다른 연습공간의 이용률도 높지만, 음악을 연습하기 위해선 이곳만한 곳이 없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큰 장점으로는 '가격'(대관료)이 아닐까요?"

부연설명을 덧붙이자면, 춘천에는 음악(클래식)을 전문적으로 활동하는 단체들이 많은 편이다. 그들은 가격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정식 공연이 올라갈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데, 이런 완벽한 환경은 춘천이 음악과 문화도시로서 타이틀을 차지하는 데 크게 이바지한 셈이다.

'아름답게 꽃피울 공연예술을 응원합니다'
 
 몇 개의 조건만 맞는다면 이런 비슷한 환경을 갖춘 연습공간은 민간시설에서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겠냐는 물음에 공간을 소개하는 현장 매니저는 오케스트라를 위한 연주에 최적인 공간이라 대답했다. 실제 공연장에서 있는 조건과 똑같은 사양의 그랜드피아노가 자리를 차지했다. 이에 "실제 보이는 부분보다 안보이는 곳에 더 많은 신경을 썼다"며, 공간에 대한 자부심을 숨기지 않았다. 심지어 단원들이 앉는 의자도 여느 연습실의 그것과는 차원이 다르단다. 마치 이곳은 오케스트라를 연습하는데 한치의 부족함도 느끼지 못하게 실제에 가장 가깝게 구성해놓은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 필립리
 
모든 공연 예술인은 마지막 퍼즐이 완성되기 직전까지 연습을 멈추지 않는다. 무용가는 몸으로 움직임을 연습하고, 음악가는 악기로 연주를 연습한다. 여기에 가수는 목소리로 노래를 연습한다. 이런 연습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 있는데 무대작품이 마지막 퍼즐을 끼어맞추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 연습공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언젠가 무대에 올릴 공연예술 작품을 위해 예술가는 집중해서 연습할 공간을 찾는다. 그곳에서 연습을 마치면, 비로소 우리가 무대 위에서 만나는 멋진 공연의 결과물을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공연예술인들이 마음껏 연습할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은 실정이다. 

연습공간 부족으로 고민하는 공연 예술인들을 위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연습공간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는데, 그런 과정을 거쳐 빛을 보게된 곳이 전국에 위치한 '아르코공연연습센터'이다. 전국에서 총 19곳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는 공연예술연습공간 중 문화예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도시인 춘천에 위치한 춘천공연예술연습공간은 타 기관에 비해 모범적임 운영사례로 손꼽히기도 한다.

춘천공연예술연습공간을 이용하는 예술인은 다양하다. 음악 관련 축제가 많은 지역답게 합창, 오케스트라 등의 음악 단체가 많은 편인데, 연극·뮤지컬·전통 등을 소화하는 단체들도 많이 찾는다. 춘천공연예술연습공간은  "시민과 예술인이 함께한다"는 비전 아래 춘천의 예술을 꽃피우기 위해 많은 사업들을 전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춘천시청도 춘천의 문화도시 지정을 위해 예술인들을 위한 지원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발전해나가는 춘천의 문화예술 장르 중 공연예술 중심에는 춘천공연예술연습공간이 있습니다. 많은 공연 예술인이 연습을 위해 이곳을 찾는데, 처음 춘천공연예술연습공간을 마주한 이들은 제일 먼저 감탄을 내뱉지 않을 수 없어요. 이만큼 훌륭한 시설은 실제로 만나기 쉽지 않기 때문이죠."

연습공간은 주변 환경도 중요한데, 춘천공연예술연습공간은 소음 민원에서 자유로운 위치에 있다 보니 야간 연습에도 안성맞춤인 편이다. 피아노, 발레바, 빔프로젝터 등 어떤 장르이든 연습할 수 있도록 물품을 갖추고 있는 것도 이곳의 자랑이다. 춘천공연예술연습공간을 이용하는 예술가들은 이런 시설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어서 춘천 지역의 공연예술이 더 발전할 수 있을 거라고 입을 모아 칭찬한다. 

"춘천에서 전문 공연 예술인을 위한 연습공간은 찾아보기 힘들었어요. 전문 공연 예술인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을 타고 이곳을 전문예술인의 대관률은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는 중입니다."

수많은 공연예술이 탄생한 연습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춘천을 '호반의 도시'라고 부른다. 그것은 소양호, 춘천호, 의암호 등 강과 호수가 많고 주위를 둘러봐도 물을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천연의 자연환경보다는 ‘문화도시’로서의 이미지가 강해진 듯하다. 이렇게 춘천이 문화를 전면에 내세운 배경에는 지난해 문화도시 조성사업을 추진한 전국 18개 문화도시들 중에서 2년차 사업에 대한 정부 평가에서 최우수도시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이곳을 알게 된 이후에 줄곧 이곳에서 연습해서 관객들에게 공연을 선보였죠."

서울과 경기권에서 활동하다가 2018년부터 고향인 춘천에서 활동을 시작한 손기주 작가. 극작가이자 연출가, 배우이기도 한 그에게 춘천공연예술연습공간은 그동안 수많은 작품을 탄생하게 만들어준 공간으로 기억한다. 극단 무쏘의 뿔 <음악으로 보는 보이체크>는 이곳에서 연습한 이후 2018년 서울미래연극제에서 우수상을 받은 바 있다. 또한 극단 무소의 뿔 <수업>을 비롯해서 창작극 활성화를 위해 기획한 신진예술가들의 <혜옴티다>, 3.1운동 100주년 기념 뮤지컬 <100년의 함성> 등을 모두 이곳에서 연습하며 작품을 완성시켰단다. 손 작가는 연습뿐 아니라 작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프레젠테이션, 회의, 오디션 등 모든 활동을 연습공간에서 진행했다. 그가 속한 극작가들의 모임인 '플랫폼_작두'도 여기에서 낭독극을 준비해왔다. 

"모두 공연을 준비하는데 솔직히 이만한 조건을 갖춘 곳을 찾기는 쉽지 않죠. 춘천의 전문 공연 예술가로서 이 공간이 지역 공연 문화 발전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순 없습니다."

공연예술연습공간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민간 공연예술단체 및 예술가에게 안정적인 연습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창작여건 및 창작기반 조성에 목적을 두고 있다. 본 사업은 안정성과 지속성을 쫓기 위하여 중앙정보, 지역자치단체(또는 지역문화재단) 및 공익 재단 등이 보유하고 있는 유휴공간을 우선적으로 선정한다. 선정된 후 최초 조성된 연도를 기준으로 10년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리하에 조성 및 운영되고 있으며, 이후 지역으로 환원되는 공간으로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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