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대세터' 김다인, 경험 쌓고 더 노련해졌다
[양형석 기자]
현대건설이 안방에서 GS칼텍스를 제압하고 2위 자리를 굳게 지켰다.
강성형 감독이 이끄는 현대건설 힐스테이트는 26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2라운드 GS칼텍스 KIXX와의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25-21, 25-15, 20-25, 25-19)로 승리했다. 지난 3일 GS칼텍스와의 1라운드 맞대결에서 0-3으로 무기력하게 패했던 현대건설은 23일 만에 다시 만난 GS칼텍스를 상대로 승점 3점을 따내면서 2위 자리를 굳게 지켰다(7승 4패).
현대건설은 팀의 기둥 양효진이 블로킹 5개를 포함해 69.57%의 성공률로 21득점을 기록했고 레티치아 모마 바소코가 19득점, 위파위 시통이 16득점, 정지윤이 12득점을 올리는 고른 활약을 펼쳤다. 이날 현대건설은 특정선수에 대한 의존 없이 3명의 날개 공격수가 모두 20% 이상의 이상적인 공격 점유율을 기록했다. 코트 안 5명의 공격수들을 적절히 활용하며 팀 승리를 이끈 김다인 세터의 고른 분배 덕분이었다.
▲ 김다인 세터는 이다영 이적 후 2020-2021 시즌부터 현대건설의 주전세터로 활약했다. |
ⓒ 한국배구연맹 |
현대건설은 2006-2007 시즌이 끝나고 주전세터 이숙자(정관장 레드스파크스 코치)가 FA자격을 얻어 GS칼텍스로 이적했지만 현대건설의 세터난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2008-2009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 지명을 받고 현대건설에 입단한 목포여상 출신의 염혜선 세터(정관장)가 입단 첫 시즌부터 신인왕에 선정되면서 현대건설의 새로운 주전 세터로 일찌감치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염혜선 세터는 2010-2011 시즌부터 2013-2014 시즌까지 무려 네 시즌 연속으로 여자부 세터상을 수상하며 리그 정상급 세터로 군림했다. 염혜선이 현대건설의 붙박이 주전세터로 활약했던 2010-2011 시즌과 2015-2016 시즌에는 현대건설이 챔프전 우승을 차지하며 황금기를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염혜선 세터는 2016-2017 시즌이 끝난 후 FA자격을 얻어 IBK기업은행 알토스로 이적했다.
2017-2018 시즌을 앞두고 현대건설 사령탐에 부임한 이도희 감독(현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대형 유망주 이다영 세터(볼레로 르 꺄네)를 새 주전세터로 낙점했다. 그리고 이다영 세터는 2017-2018 시즌부터 2019-2020 시즌까지 84경기에 출전하며 현대건설의 토스를 책임졌다. 같은 기간 현대건설이 V리그에서 소화한 경기가 87경기였으니 이다영 세터가 무려 현대건설이 치른 경기의 96.55%를 소화한 셈이다.
특정 선수, 특히 공격을 거의 시도하지 않는 세터 포지션의 선수가 감독에 의해 붙박이 주전으로 낙점 받으면 부상 같은 큰 변수가 없는 한 시즌 내내 풀타임 주전으로 활약하는 경우가 많다. 이다영 역시 이도희 감독 부임 후 세 시즌 연속 풀타임 주전으로 활약했는데 이다영이 현대건설의 대체불가 주전세터가 되면서 본의 아니게 피해자(?)가 생기고 말았다. 바로 이다영의 백업이었던 김다인 세터였다.
포항여고를 졸업하고 2017-2018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4순위로 현대건설에 입단한 김다인 세터는 입단하자마자 이다영이 주전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출전기회가 더욱 줄었다. 실제로 이다영이 주전 도약 후 세 시즌 동안 84경기에 출전한 반면에 김다인은 프로 입단 후 세 시즌 동안 단 6경기 출전에 그쳤다. 심지어 2년 차 시즌이었던 2018-2019 시즌에는 정규리그에서 단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하기도 했다.
▲ VNL과 아시안게임을 경험한 김다인 세터는 이번 시즌 더욱 노련한 경기운영을 선보이고 있다. |
ⓒ 한국배구연맹 |
그렇게 프로 입단 후 코트에 나서지 못하고 웜업존만 달구던 김다인 세터는 2019-2020 시즌이 끝난 후 뜻밖의 기회가 찾아왔다. 현대건설의 주전세터였던 이다영이 FA자격을 얻어 쌍둥이 언니가 있는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로 이적한 것이다. 이다영의 이적으로 졸지에 주전세터를 잃은 현대건설은 이다영의 보상선수로 신연경 리베로를 지명하고 다시 기업은행과의 트레이드를 통해 프로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이나연 세터를 영입했다.
하지만 이다영 이적 후 지난 세 시즌 동안 현대건설의 주전세터로 활약한 선수는 경험 많은 이나연 세터가 아닌 프로 입단 후 세 시즌 동안 기회가 찾아오길 기다리며 발톱을 감추고 있었던 김다인 세터였다. 김다인 세터는 172cm 56kg의 작은 체구에도 빠른 토스워크와 고른 분배를 앞세워 이나연 세터와의 주전경쟁에서 우위를 점했다. 결국 김다인 세터는 2라운드로 프로에 입단해 주전으로 성장한 입지전적인 성과를 올린 세터가 됐다.
2021-2022 시즌은 김다인 세터가 현대건설의 주전을 넘어 리그 정상급 세터로 도약한 시즌이었다. 김다인 세터는 2021년 현대건설의 컵대회 우승과 2021-2022 시즌 정규리그 우승을 이끌며 세터부문 베스트7에 선정됐다. 현대건설은 지난 시즌에도 개막 15연승을 기록했다가 후반기 외국인 선수의 부상과 부진으로 성적이 하락하면서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했지만 김다인이 두 시즌 연속 세터 부문 베스트7에 선정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었다.
이번 시즌 현대건설은 선두 흥국생명의 초반 상승세 속에 GS칼텍스와 치열한 2위 경쟁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현대건설의 야전사령관 김다인 세터가 있다. 정지윤이 부상에서 회복하면서 적어도 공격력 만큼은 '완전체'에 가까워진 현대건설은 김다인 세터의 고른 공격분배를 통해 점점 위력을 더해가고 있다. 외국인 선수 모마가 26.36%의 공격 점유율만 기록하고도 무난히 승점 3점을 따냈던 26일 GS칼텍스전이 좋은 예다.
김다인 세터는 올 한 해 발리볼 네이션스리그와 항저우 아시안게임 등 각종 국제대회에서 대표팀의 주전세터로 활약했다. 비록 올해 여자배구 대표팀의 성적은 매우 좋지 않았지만 김다인 세터는 올 한 해 대표팀에서 가치를 매길 수 없는 매우 귀한 경험을 쌓았다. 그리고 여러 국제대회를 통해 쌓인 경험들이 코트에서 본격적으로 발휘된다면 김다인 세터는 이번 시즌에도 '리그 최고세터'의 지위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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