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1st] 2연패 홍명보 ② "히딩크 시절 몸소 느껴봤는데, 올겨울 잘 보내야 내년을 안 말아먹는다"

김정용 기자 2023. 11. 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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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울산현대 감독. 서형권 기자

[풋볼리스트=울산] 김정용 기자= 홍명보 울산현대 감독은 K리그1 2연패를 소재로 한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내년 1년을 말아먹을 수도 있는" 위험에 대해 이야기했다. 최근 경기력이 떨어진 선수단으로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를 통과해야 하고, 동시에 겨울 이적시장을 준비해야 한다. 그는 머릿속이 복잡하다고 했다. 인터뷰 ①편에서 다루지 않은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모았다.


▲ 올 겨울이 위험한 이유, 내가 겪어봐서 안다


홍 감독은 ACL과 내년 1월 카타르 아시안컵으로 인해 국가대표급 선수들의 휴식 스케줄이 꼬일 것을 우려하고 있다. ACL 조별리그로 인해 K리그1 종료 후 12월 12일까지 조금 더 시즌이 이어진다. 이를 통과할 경우 내년 2월 12일경 16강을 치러야 하므로 다음 시즌 시작 역시 K리그1보다 이르다. 게다가 아시안컵에 참가하는 울산 선수는 5명 안팎으로 그 어느 팀보다 많을 전망이며 김영권 등 30대가 포함돼 있다. 이처럼 겨울 휴식을 대표팀 때문에 거르는 30대 선수는 이듬해 큰 위기를 겪을 수 있다는 걸 홍 감독은 경험으로 안다.


"일부 선수가 내년 1년을 완전히 말아먹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그런 적 있다. 일본(가시와레이솔)에서 뛰던 2000년에 J리그와 대표팀을 합쳐 50경기 가까이 뛴 시점이었는데 히딩크 감독님이 그때 오셨다. 휴식 없이 동계훈련을 따라갔다. 빡세게 대표팀 훈련을 소화했는데, 그때까지는 몸이 아주 좋았다. 그런데 겨울에 쉬질 못하니까 이듬해 몸이 뚝뚝뚝뚝 떨어지더니 결과적으로 피로골절을 앓았다. 몇달 쉬고 겨우 회복했지만 스스로 그런 경험이 있다보니 지금 머리가 굉장히 아프다. 겨울에 얼마나 쉬게 할 지. (비슷한 경우 시즌 중 휴가를 주는 해외 사례도 있다는 이야기에)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나도 고민이다."


▲ 리빌딩? 누가 나갈지 먼저 지켜봐야


홍 감독의 머리를 아프게 하는 또 한 가지 화두는 리빌딩이다. 겨울 이적시장에 대해 구상하고 물밑에서는 이미 움직여야 하는 시기다. 문제는 K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 전성기 나이 또는 어린 선수를 파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선수들이 국내에서 다 이뤘다고 생각하면 해외 진출을 원하기 마련이다. 울산은 겨울을 앞두고 선수 이탈 소문이 자주 들려오는 팀 중 하나다. 울산은 노장 비중도 높다. 35세 이청용, 34세 김태환과 김기희, 33세 김영권과 주민규, 32세 조현우 등이 팀의 한 축을 이룬다. 일단 홍 감독은 "요즘 (피지컬 코치) 선생님들이 몸 관리를 잘 해 줘서 5명 정도 되는 34~35세 선수들은 충분히 더 해줄 수 있다"고 전제했다. 오히려 베테랑들이 팀에서 해 주는 역할을 매우 중시하는 편이다.


"우승했으니까 누가 나갈지, 어떤 선수로 메워야 할지 고민이 더 심해진다. 그게 제일 고민이다. 다만 우리팀의 경우 유럽에 갔던 선수들이 다 성공한 건 아니었다. 그런 사례까지 설명하면서, 선수들과 만나 이야기를 할 것이다. 감독이 도와줄 수 있는 게 뭔지, 또 조언할 수 있는 게 뭔지 이야기할 것이다. 그밖에 리빌딩의 방향성을 이미 잡아 두진 않았다. 구단과 슬슬 이야기를 해봐야 한다. 울산이 17년 동안 우승하지 못했던 아쉬움은 깼다. 사실 ACL보다 K리그였는데 1차 미션을 깼다. 이젠 정말 좋은 팀으로 가기 위한 과정이다. 젊은 팀으로 갈 건지, 혹은 어쩔 건지 이제 결정해야 한다."


▲ 2002년 대표팀 대 2023년 대표팀? 걔네가 더 센데, 4강은 글쎄


요즘 축구팬들이 심심하면 꺼내는 놀이는 '2002 한일 월드컵 4강팀'과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를 보유한 현재 대표팀' 중 어느 쪽이 강하냐는 질문이다. 월드컵 브론즈볼(MVP 3위) 수상자였던 홍 감독은 "지금 애들이 잘 할 것 같다"고 대답했다. 그렇다면 지금 팀이 4강을 갈 수 있는지 따져봤더니 "그건 제가 답을 못할 것 같은데"라고 했다. 중요한 건 한국 축구가 21년 만에 한층 성장했다는 것이다.


"보기 즐거운 선수는 이강인. 우리 팀에서도 칭용이 스타일이 비슷한데 그렇게 공 잘 차는 사람과 같이 뛰면 선수들이 먼저 재미있어하는 게 보인다. 이청용은 그 태클만 안 당했어도 더 좋은 선수가 됐을 거라고? 그럼. 이번 아시안컵은 잘할 것이다. 물론 유럽에서 왔다갔다하는 게 쉽진 않지만, 국민들의 기대가 있고 새로운 감독도 왔으니 좋은 성적 거두길 바란다."


홍명보 울산현대 감독. 김정용 기자
나상호, 주민규, 이승우, 헤이스, 홍명보 감독(왼쪽부터, 이상 팀K리그).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포항전 수비축구? 나는 신념이 있었다


이야기 도중 홍 감독은 논란의 포항전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지난 9월 30일 포항 원정에서 울산은 기습적인 스리백으로 수비에 치중해 0-0 무승부를 거뒀다. 선두 울산이 왜 '안티풋볼'을 하냐는 비판이 뒤따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홍 감독은 포항전에 평소처럼 나가는 게 오히려 나약한 거고, 수비축구는 신념이 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 근거를 대는 홍 감독은 당시 포항과 울산의 흐름이 어땠는지도 여전히 암기하고 있었다.


"노선을 바꾸려면 신념과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 우린 올해 딱 한 경기가 있었는데 그게 포항전이었다. 만약 원래 울산이었으면 무조건 졌을 경기다. 직전 포항의 10경기 전적이 5승 5무였고, 우린 아마 3승 3무 4패였을 거다. 맞붙으면 누가 이기겠나? 팀 미팅도 그렇게 했다. 로고 떼고 누가 이기겠냐고 물어봤다. '5승 팀이 이기겠죠' '그게 포항이야, 이쪽이 우리 울산이고.' 이 경기가 굉장히 고비였다. 만약 졌다면 우승권에 어떤 영향일 미쳤을지 모른다. 비기고 나서 팀 분위기가 조금 더 올라왔다."


사진= 풋볼리스트,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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