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고삐풀리는 AI'의 마지막 가드레일

최일권 2023. 11. 27.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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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인공지능(AI)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오픈AI 이사회의 샘 올트먼 축출사태의 파장은 컸다.

그의 최고경영자(CEO) 해임부터 복귀까지 걸린 기간은 일주일도 채 안됐지만 '윤리와 상업화의 기로'에 서 있던 AI산업의 큰 흐름을 결정지었다는 점에서 분수령으로 불릴만 하다.

공교롭게도 '챗GPT' 출시 1년을 맞이한 시점과 맞물린 올트먼의 오픈AI 복귀는 AI의 상업화에 가속도가 붙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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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인공지능(AI)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오픈AI 이사회의 샘 올트먼 축출사태의 파장은 컸다. 그의 최고경영자(CEO) 해임부터 복귀까지 걸린 기간은 일주일도 채 안됐지만 ‘윤리와 상업화의 기로’에 서 있던 AI산업의 큰 흐름을 결정지었다는 점에서 분수령으로 불릴만 하다. 공교롭게도 '챗GPT' 출시 1년을 맞이한 시점과 맞물린 올트먼의 오픈AI 복귀는 AI의 상업화에 가속도가 붙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벌써부터 인간을 뛰어넘는 AI 개발이 시작됐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하지만 거대한 흐름의 변화에서 기대 보단 우려가 앞서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AI의 지나친 발전에 따른 결과는 차치하더라도 급격한 상업화가 언론은 물론이고 문화예술 등 다양한 콘텐츠 발전에 도움이 될지 장담할 수 없다. 상업화의 성공을 위해선 활용되는 데이터 양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콘텐츠와 창작자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는 아직 미비한 게 현실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AI상업화 열풍이 불 경우 콘텐츠 보호는 더 취약해질 수 있다. 정부는 다음달 발표하는 ‘인공지능(AI) 활용 가이드라인’을 통해 ‘AI 데이터로 활용되는 저작물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기로 정한 상태다. 하지만 불과 4개월 전만 하더라도 ‘AI학습을 위해 데이터를 활용하는 경우 저작권 침해 면책 요건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관련 산업 육성을 위해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에 대해선 저작권이 적용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인데, 콘텐츠 관련 단체들의 반발과 설득이 이어지자 순식간에 입장이 바뀌었다.

이런 방침은 AI 개발을 주도하는 거대 IT기업들이 ‘정당한 대가 지불’에 대해 아직 별다른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다시 한번 뒤집어질 수 있다. 정부에선 IT업계가 내년에도 산업 육성을 위해 데이터의 저작권을 제한하는 ‘공정이용’을 지속적으로 주장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글로벌 AI산업의 흐름이 상업화로 현저히 쏠릴 경우 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저작권을 제한하자는 목소리를 키울 것은 불보듯 뻔하다.

현재 IT기업과 창작자의 역학관계가 매우 불균형돼 있다는 점도 우려를 키운다. 일부 기업들이 최근 들어 콘텐츠 이용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겠다며 전향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제시액은 턱없이 낮은 게 현실이다. AI의 상업화에 가속도가 붙을 경우 힘의 불균형은 외려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의 ‘정당한 대가 지급’ 방침에도 불구하고 창작업계가 여전히 불안해하는 배경이다.

최근 법조계에서는 호주 사례에 주목하고 있다. 호주는 2021년 구글 등 거대 포털이 언론사에 뉴스이용료를 지급하도록 하는 내용의 뉴스 미디어 교섭 규정(The News Media and Digital Platforms Mandatory Bargaining Code)을 세계 최초로 법제화한 바 있다. 이를 계기로 구글과 호주 최대 미디어그룹인 세븐웨스트미디어가 당시 우리돈 260억원에 뉴스 콘텐츠를 공급하는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 포털 등장으로 미디어 환경이 악화되자 2020년 4월 당시 스콧 모리슨 정부가 경쟁및소비자 위원회(ACCC)에 디지털 플랫폼과 미디어 기업 간 교섭력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한 필수 규정을 개발하도록 지시한 결과다. 호주의 법제화는 포털과 언론의 힘의 불균형 해소를 위해선 정부 개입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우리 정부도 내년 출범하는 ‘AI-저작권법 제도개선 워킹그룹 2기’에서 ‘대가 지불’에 대한 구체적인 방식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AI 활성화와 저작권 보호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참고할만한 사례라고 본다.

최일권 디지털편집부장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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