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시선] '황금알→낙동강 오리알' 유준원, 과한 욕심의 결과

황금알을 낳을 줄 알았더니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전락했다. MBC 아이돌 서바이벌 오디션 ‘소년판타지’를 1위로 마쳤던 유준원 이야기다.

지난 24일 서울서부지방법원 21민사부는 유준원이 MBC ‘소년판타지-방과후 설렘’(이하 ‘소년판타지’) 제작사 펑키스튜디오를 상대로 제기한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유준원 측은 판결에 따라 펑키스튜디오 측의 변호사비 등 소송 비용까지 부담하게 생겼다.

재판부는 펑키스튜디오가 제시한 계약 내용 대부분은 표준전속계약서에 따랐고, 유준원이 지적하는 내용들이 특별히 부당하게 불리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펑키스튜디오가 유준원에게 무리한 요구를 했다거나 이로 인해 신뢰를 훼손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와 같이 볼 증거도 없다고 봤다.

‘소년판타지’는 지난 6월 종영한 프로그램이다. 서바이벌을 거쳐 12인조 그룹 판타지 보이즈를 탄생시켰다. 유준원은 ‘소년판타지’에서 최종 1위를 차지해 센터로 활동할 예정이었지만, 9월 데뷔를 앞두고 돌연 펑키스튜디오가 불합리한 계약조항을 요구했다며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갑작스럽게 팀을 이탈한 유준원 때문에 판타지 보이즈는 센터 멤버 없이 11인 체제로 급히 재편해 데뷔를 해야만 했다.

소년판타지.(사진=펑키스튜디오 제공)

최근 피프티 피프티 등 소속사와 멤버 간 전속계약 분쟁이 계속 이슈가 되는 상황에서 유준원의 전속계약 가처분 소송 결과 또한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과거에는 전속 계약이 종료되는 시점에서 아티스트가 소속사에게 받은 부당한 대우를 고발하는 경우가 많았다면, 유준원은 서바이벌 그룹의 정식 데뷔도 전부터 소송을 진행한 초유의 사태였기에 더욱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유준원이 ‘소년판타지’에서 1위를 했다는 이유로 남은 11인의 멤버들과 다른 수익 배분을 요구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됐다.

무엇보다 유준원의 행동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은 판타지 보이즈 멤버들이었다. 판타지 보이즈의 방향성과 홍보 전략 등에도 큰 변화가 생기고, 자칫 멤버들의 의욕도 꺾일 수 있는 다급한 상황이었다. 판타지 보이즈는 이미지가 생명인 가요계에서 ‘멤버 이탈 그룹’이라는 꼬리표를 단 채 데뷔를 해야만 했다. 심지어 ‘소년판타지’에서 최종 13위를 한 멤버가 문현빈이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며 데뷔 기회를 놓쳤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판타지보이즈.(사진=포켓돌스튜디오 제공)

결국 이번 법원의 판결로 유준원이 과한 욕심으로 잘못된 판단을 했다는 게 인정된 셈이다. 또 펑키스튜디오는 유준원을 상대로 제기한 30억원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앞뒀다. 백조로 비상할 수 있었던 유준원은 그야말로 진퇴양난에 빠진 상황이 됐다.

뛰어난 재능과 피나는 노력으로 ‘소년판타지’ 1위라는 큰 성과를 얻은 유준원이었지만 결국 막대한 소송 비용과 함께 가요계 최악의 선례에 이름만 남기게 됐다.

권혜미 기자 emily00a@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