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완독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2023. 11. 27.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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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을 때 우리는 은연중에 완독에의 강박을 느끼고는 한다.

한 권의 책을 모두 읽어야만 그 책을 '제대로' 읽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빠르게 넘겨보거나 몇 문장만 훑어본 경우에는 아예 읽지 않은 것으로 간주하기도 하며 명작의 경우 완독하지 않고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에게는 일말의 조롱과 비웃음이 주어지기도 한다.

책 읽기의 즐거움은 책 한 권을 완독할 때에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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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오 시인


책을 읽을 때 우리는 은연중에 완독에의 강박을 느끼고는 한다. 한 권의 책을 모두 읽어야만 그 책을 ‘제대로’ 읽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빠르게 넘겨보거나 몇 문장만 훑어본 경우에는 아예 읽지 않은 것으로 간주하기도 하며 명작의 경우 완독하지 않고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에게는 일말의 조롱과 비웃음이 주어지기도 한다.

물론 완독에는 장점이 있다. 지루함을 참다보면 어느 부분에서 예상치 못한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도 있고, 소설의 경우 반전 있는 결말을 맞이할 수도 있으며, 한 권을 모두 읽었다는 뿌듯함을 경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모두 읽었다고 해도 어느 부분은 놓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완독과 부분 독서는 본질적으로 비슷한 행위가 된다. 한 문단을 읽었든 전체를 읽었든 간에 독자의 기억에 남는 것은 완전한 원본이 아니라 가공되거나 발췌된 책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질문도 가능할 것이다. 부분은 언제나 전체보다 못한 것일까? 전체를 알아야만 부분을 이해할 수 있는 걸까? 한 문장의 좋음은 책 전체의 좋음보다 사소한 것일까? 우리가 부분과 전체 사이에 위계를 설정해온 것은 아닐까?

내 책장에는 완독하지 않은 책들이 잔뜩 꽂혀 있다. 전체를 다 읽지 않았지만 나를 얼마간 뒤흔들었던 문장들을 품고 있는 책들도 있고 첫 페이지에서 압도당해 더는 읽지 못하고 덮어둔 책도 있다. 물론 다 읽고 여러 번 재독한 책들도 많다. 책 읽기의 즐거움은 책 한 권을 완독할 때에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우연히 펼친 페이지에 적힌 문장 하나에 마음이 설렐 때에도 찾아온다. 한 권의 책에서 좋은 문장 하나만 발견해도 독서의 목적은 달성된 것이다. 비단 책만이 아니다. 우리가 삶의 모든 흐름을 장악할 필요는 없다. 아름답고 소중한 순간 하나만 있어도 살아 있음의 가치는 충분하다. 그러한 믿음으로 오늘도 책을 펼치고,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김선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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