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포커스] ‘9·19 일부 정지’ 이상도 검토를

2023. 11. 27.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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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 21일 심야에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했다.

우리도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계획하는 가운데 북한의 정찰위성만 문제삼는 것이 비례적 조치이냐는 의문을 제기하는 이도 있다.

이미 정부는 지난해 12월 무인기 침투 이후부터 북한이 군사합의를 계속 위반할 경우 효력 정지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혀 왔다.

셋째, 남한 내부의 안보 우려를 자극하면서 남한을 쥐락펴락하려는 북한의 술책을 무력화하기 위해서도 군사합의 효력 정지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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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


북한이 지난 21일 심야에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했다. 정부는 ‘9·19 군사합의’의 1조 3항, 즉 군사분계선 일대 일정 지역(10~40㎞)에서의 비행금지구역 설정에 대한 효력을 정지한다고 발표했다. 일각에서는 이 조치가 남북한 간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하지만 다음 세 가지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

첫째, 북한의 행위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 전면 중지’라는 군사합의 1조의 정신을 정면으로 훼손한 것이다. 그뿐아니라 같은 시기 맺어진 ‘판문점 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도 사문화(死文化)하는 것이다. 우리도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계획하는 가운데 북한의 정찰위성만 문제삼는 것이 비례적 조치이냐는 의문을 제기하는 이도 있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그 정찰위성의 운용 목적이다. 북한은 정찰위성 발사 직후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공화국 무력의 전쟁 준비태세를 확고히 제고하게 되었고 공화국 무력의 작전상 관심 지역에 대한 정찰 능력을 계속 확보하게 되었다”고 평가했다. 남한에 대해 임의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한 지난해의 핵무력정책법, 지난 8월 31일의 ‘전술핵 타격훈련’ 등과 연계하면 북한의 정찰위성이 무엇을 노리는가를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더욱이 평양이 정찰위성 발사에 사용한 ‘천리마-1형’은 탄도미사일로 전용될 수 있고 북한은 탄도미사일에 핵탄두를 탑재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유엔 안보리 결의가 반복해서 북한의 탄도미사일이나 탄도미사일 기술을 응용한 발사체 발사를 금지해 온 것도 바로 그 위험한 야망 때문이었다.

둘째, 우리의 군사합의 효력 정지는 즉흥적으로 이루어진 게 아니다. 여러 차례 사전 예고가 있었다. 그동안 북한의 군사합의 위반 횟수는 큰 건수만 상정해도 17회이고, 세부적인 사항까지 따지면 3600회에 이른다는 게 국방부의 설명이다. 이미 정부는 지난해 12월 무인기 침투 이후부터 북한이 군사합의를 계속 위반할 경우 효력 정지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혀 왔다. 합의문 자체의 위반과 함께 합의 정신 훼손(한반도 긴장 고조)까지도 살필 것이라는 점도 명확히 했다. 그런데도 북한이 미사일 도발이나 정찰위성 발사를 강행한 것은 자신들의 목표에 따라 한반도 긴장을 어떻게든 고조시킬 것임을 명확히 한 것이다.

셋째, 남한 내부의 안보 우려를 자극하면서 남한을 쥐락펴락하려는 북한의 술책을 무력화하기 위해서도 군사합의 효력 정지는 필요하다. 전방지역에서의 비행금지구역 설정은 북한의 믿기 어려운 선의를 기대하고 우리가 우위인 감시정찰 능력을 스스로 제한한, 합의 당시부터 문제가 많았던 부분이었다. 북한의 도발과 공격 징후를 판단·예측하고 초기 조치를 취하기 위해 전방지역의 감시정찰 능력 강화는 필수다. 이 능력이 강화될수록 북한의 도발 의지는 오히려 차단될 수 있다. 미국이 우리의 대응에 대해 ‘신중하고 절제된 대응’이라고 평가한 것도 이 때문이다.

“9·19 합의에 의해 누구도 피 흘리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되돌아보아야 한다. 그렇게 ‘길들여진’ 남북한 관계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를. 이러한 자세로는 북한의 도발과 합의 위반이라는 악순환을 끊을 수 없다. 이제 북한의 도발 여하에 따라서는 나머지 합의 역시 효력 정지될 수 있고 미국의 확장억제 조치를 포함한 우리의 구체적인 대응 조치들이 실행에 옮겨질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를 도운 러시아에 대해서도 평양과 모스크바가 위험한 거래를 계속한다면 한국 역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배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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