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공매도 논란 [MONEY톡]

명순영 매경이코노미 기자(msy@mk.co.kr) 2023. 11. 26.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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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투자자 보호한다지만 주가 상승 미지수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 팔거나, 보유하지 않은 채 매도(무차입 공매도)한 뒤 가격이 떨어지면 저가에 되사서 갚고 돈을 버는 투자기법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4일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 근본적인 개선방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공매도를 금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기간은 내년 6월 말까지, 약 8개월간이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임(매경DB).
공매도 금지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2011년 유럽 재정 위기, 2020년 코로나 사태 등 과거 주식시장이 크게 출렁일 때마다 한시적으로 단행됐고, 이번이 네 번째다. 윤 대통령은 공매도 금지가 장기적으로는 우리 증권시장 경쟁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길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각에서는 이번 공매도 금지 조치로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선진지수 편입이 어려워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다”고 밝히면서도,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의 증권시장은 변동성이 크고 개인투자자 비중도 높다는 점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앞으로도 불법 공매도를 방치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하지만 공매도 논란은 진행 중이다. 공매도 금지 이후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은 공매도 금지에서 제외된 시장조성자와 유동성 공급자로 향한다. 앞서 금융당국은 공매도를 전면 제한하면서도 시장조성자와 유동성 공급자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차입 공매도를 허용한 바 있다.

거래소에 따르면 ▲시장조성자의 시장조성 목적 ▲주식 유동성 공급자의 유동성 공급 목적 ▲파생 시장조성자의 헤지(hedge·위험회피) 목적 ▲ETF(상장지수펀드) 유동성 공급자의 헤지 목적 등에 한해 예외적으로 차입 공매도를 허용한다. 개인 투자자들은 시장조성자와 유동성 공급자들에 대한 예외는 ‘반쪽짜리 공매도 금지’라며, 공매도 금지가 제대로 효과를 나타내기 위해선 시장조성자의 공매도까지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공매도 금지는 주가 향상에 도움이 되는 걸까. 주가가 내려야 돈을 벌 수 있는 데다 정보와 자금력을 갖춘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이 주로 활용하는 투자법이기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를 주가 하락의 원흉으로 지목해 왔다. 경제위기 등의 이유로 주식시장이 나쁠 때, 공매도는 ‘주가를 급락시키고 시장을 불안하게 하는 주범’으로 꼽혀 ‘규제’를 받았다. 특히 최근 대형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대규모 불법 공매도가 적발되면서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공매도 폐지 여론에 불이 붙었다.

그러나 공매도 금지가 곧 주가 상승은 아니다. 오히려 결과를 분석한 대부분의 연구는 공매도 규제가 나쁜 결과를 낳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2008년 9월19일부터 10월8일까지 14거래일간 797개 금융주에 대해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 적이 있다. 먼저 영국이 공매도를 금지한 2008년 9월18일 에스앤피(S&P)500 금융주 지수가 11.73% 뛰었다.

19일에는 11.11% 폭등했다. 하지만 주가는 결국 내재가치를 따라갔다. 공매도 금지를 해제한 그 해 10월9일에도 11.74% 폭락했다. 9월17일부터 이날까지 금융주 지수 하락폭은 24.6%였다. 그 뒤에도 두 달가량 하락이 이어졌다. 대중의 요구에 따라 규제를 하기는 하지만, 주가가 내재가치보다 고평가돼 있다면 공매도 규제로 주가 하락을 막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증권가에서도 이번 공매도 금지가 증시 향방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일 거라 본다. 공매도 금지 첫날 급등한 증시는 곧장 제자리로 돌아갔다. 이경민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공매도 금지 임팩트가 단기에 강하게 유입됐지만 이후 하락은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었다”며 “앞으로 코스피는 정상 궤도에서 글로벌 증시와 발을 맞춰 방향성을 만들어 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제 공매도 금지 이슈를 뒤로 하고 다시 글로벌 투자 환경, 매크로 환경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했다.

[글 명순영 「매경이코노미」 기자 사진 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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