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초 개최' 7부능선 넘은 한·중·일 정상회의…'中 역할론' 신경전은 여전
2019년 12월 이후 4년째 열리지 않은 한·중·일 3국 정상회의에 청신호가 켜졌다. 26일 한국 부산에서 만난 3국 외교장관이 가능한 이른 시기에 한·중·일 정상회의를 개최하자는 데 뜻을 모으면서다. 다만 정상회의 일정은 당초 목표였던 ‘연내 개최’ 대신 내년 초 개최를 염두에 두고 향후 3국 간 구체적 의제와 일정을 조율할 예정이다.
3국 협력 '제도화·강화·확대' 합의
한·중·일 외교장관은 이날 회의를 통해 ▶3국 협력 제도화 ▶3국 실질협력 강화 ▶3국 협력의 저변 확대 등 3가지 사항에 합의했다. 특히 한·일-한·중-중·일 등 양자 관계의 부침에 따라 3국 정상회의도 중단되는 근본적 문제 해소를 위해 3국 간 다양한 소통채널을 활성화하고, 협력의 제도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3국 간에는 정상회의를 비롯해 21개의 장관 회의와 70여개의 각 협의체가 있는데, 이를 더 발전시키는 동시에 중단된 협의체를 재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끝내 무산된 공동기자회견·만찬
3국 외교장관은 당초 이날 회의 직후 공동 기자회견과 공식 만찬을 함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회의를 며칠 앞두고 중국 측에서 갑작스레 기자회견·만찬 참석이 어렵다는 뜻을 전해왔고 결국 두 일정 모두 취소됐다. 이에 따라 외교부는 친교 일정으로 준비되던 점심 식사의 형식을 공식 오찬으로 변경했다.
외형상 중국 측의 기자회견·만찬 불참 사유는 왕이(王毅)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의 바쁜 일정 때문이었지만, 실제론 중국이 한·미 외교장관과 함께 나서는 공동기자회견 자체를 부담스러워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 8월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 이후 북·중·러 간 밀착이 부각되고 북·러 군사 협력이 가시화하는 상황에 대한 질문이 이어질 수 있어서다. 중국은 한·미·일 3국이 요구하는 ‘중국 역할론’을 마냥 부인할 수도, 그렇다고 호응할 수도 없는 난감한 상황에서 결국 기자회견 불참을 택했을 가능성이 있다.
'中 역할론' 강조하고 소통 물꼬 텄다
왕이 위원은 한반도 정세의 안정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하겠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안보 불안의 원인을 제공한 북한의 책임을 언급하진 않았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 위원은 “지금까지, 또 앞으로도 계속해서 한반도 정세의 완화를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발휘하겠다”고 말했다. 또 “양국은 경제문제의 정치화, 과학기술문제의 도구화, 경제무역문제의 범안보화 경향을 함께 배척해야 한다”며 미국의 대중 첨단기술 수출통제에 한국이 동참하지 말 것을 사실상 권유하기도 했다.
북핵 문제를 둘러싼 한·중 간 입장차는 여전했지만 이번 회담을 계기로 양국 소통 복원의 물꼬를 튼 점은 성과로 꼽힌다. 최근 APEC 정상회의 기간 미·중-중·일 정상회담은 열렸지만 한·중 정상회담이 개최되지 않아 한·중 냉각기가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으나, 이날 회담에서 양국은 우호 협력 강화 의지를 확인했다. 계획대로 내년 초 한·중·일 정상회의가 개최된다면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간 소통과 교류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
日 엑스포 개최지 韓 지지 표명
한편 부산에서 한·중·일 외교 수장이 머리를 맞댄 가운데 한·미·일 3국은 이날 제주 동·남방 공해상에서 북한 핵·미사일 개발을 억제하고 무력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연합 해상훈련을 실시했다. 북한의 3차 위성 발사에 대한 맞대응 차원에서 우리 해군의 세종대왕함과 미 항공모함 칼빈슨함, 일본 해상자위대의 키리사메함이 훈련에 참가했다. 또 북한이 지난 7월 신형무인기를 공개한 데 맞서 이번 훈련에선 미사일·항공기 도발 상황을 가정한 해상기동훈련도 이뤄졌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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