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제노사이드 간토 대학살 이대로 묻혀선 안 돼"
[차원 기자]
▲ 다큐멘터리 영화 <1923> 삽입곡인 '너의 이름' 부르는 가수 겸 작곡가 김현성(왼쪽 기타를 치는 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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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죽창에 찔려 죽었어요. 나는 쇠몽둥이에 맞아 죽었어요.
나는 불길 위에 던져 죽었어요. 나는 칼에 베어져 죽었어요.
조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나는 그저 조선인 노동자일 뿐.
나는 그저 조신인 아낙네일 뿐, 나는 그저 조선인 아이일 뿐.
이제 몸도 마음도 없어요. 일본 사람들이 무서워요.
다시는 세상에 오지 않을 거예요. 다시는 세상에 오지 않을 거예요."
- 다큐멘터리 < 1923 > 삽입곡 '다시는 세상에 오지 않을 거예요' 가사
가수 김현성의 '이등병의 편지' 작곡(1983년) 40주년을 기념하고 간토 대지진 이후 벌어진 조선인 집단 학살(1923년) 100주기를 추모하는 공연이 지난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열렸다(관련 기사: '이등병의 편지' 쓴 김현성씨 "이렇게 사랑받을 줄 몰랐다"). 김현성, 김덕호, 김용호, 이윤창, 김가을로 이루어진 밴드가 남해멸치, 통영, 오세암, 그 사내 이중섭, 새벽 첫 차 6411 등 김현성의 지난 노래들을 불렀다. YB의 윤도현과 허준, 영화 1923의 김태영 감독, 시인 겸 화가 임의진, 시인 권미강도 함께해 자리를 빛냈다.
강욱천 프로듀서는 "다큐멘터리 영화 < 1923 >을 후원하고 지원하기 위해 이 콘서트를 기획했다"며 "공연 순수익금 전액은 간토 대학살을 다룬 다큐 영화 < 1923 >(감독 김태영) 후원에 쓰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현성은 "영상, 사진 자료를 보기 전에는 아름답게 보이던 그 강이 자료를 본 후에는 전혀 다르게 보이더라"며 "숫자로만은 그 끔찍함을 다 알 수 없다. 탐사를 통해 알아낸, 이전에는 공개되지 않았던 내용들도 영화에 많이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또 "유대인들이 영화를 통해 아픈 역사를 끊임없이 환기한 것처럼, 우리도 그러해야 한다"며 "더 이상 덮고 묻어서는 안 된다. 수면 위로 꺼내서 기록하고 얘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의 마음을 알리기 위해 일본어로도 노래를 불렀다"며 "영화가 개봉하고 여러분들과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영화를 위해 일본 촬영에도 동행했으며 다시는 세상에 오지 않을 거예요, 너의 이름, 귀향 등 삽입곡을 작사 작곡해 불렀다.
▲ 공연이 끝난 후 기자와 만나 포즈를 취한 김태영 인디컴 대표, 1923 감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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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등병의 편지, 반전 평화 상징 대표 대중가요"
영화 제작을 적극적으로 지원한 김원호 씨알재단 이사장은 "우리가 일본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힘든 이유는 과거가 제대로 정리되고 봉합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관동대학살이 국제사법재판소에서 일본의 제노사이드임이 인정된다면 우리와 일본이 진정한 이웃이 되는 길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것을 통해 관동대학살의 희생자들이 평화와 안식을 누릴 수 있도록 모든 국민이 함께해 줬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2019년 김현성과 같이 시가집 <심야버스>를 발표하고, 고 노회찬 의원에 대한 헌정 음반 <새벽 첫 차> 작업을 함께 했던 시인 겸 화가 임의진도 "지금 세계가 전쟁 중이다. 우리나라도 요 며칠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며 "'이등병의 편지'는 반전, 평화를 노래하는 우리나라 대중가요의 대표곡"이라며 그 가치를 강조했다. 또 "전쟁의 반대는 '집에 가는 것'"이라며 "모두가 집에 가서 편히 밥을 먹고 잠을 잘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 공연 시작 전 리허설 하는 김현성과 밴드. 가운데 기타를 치는 이가 김현성, 맨 왼쪽에서 기타를 치는 이는 그의 아들인 김가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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