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더레코드]조진웅 "제가 정의롭다고요? 영화가 스승이죠"
영화 '독전2' 형사 원호役
"애착 강한 배역…해방시키며 작별"
"조진웅은 정의로운 성격이라고 오해하시는데 절대 그렇지 않아요. 영화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캐릭터의 성정에서 늘 배워요. '암살'(2015)의 속사포도 인상적이었죠. 염석진(이정재) 대사 중 '독립이 될지 몰랐다'는 말도 기억에 남아요. '소년들'이나 '블랙머니'(2019) '대장 김창수'(2017)도 그렇죠. 영화는 기록의 기능을 지녔어요. 그런 점에서 제가 하는 일도 의미가 있지 않나. 작품에 진중하게 임하고, 또 여러 사람과 협업 과정에서 사고가 열려있지 않으면 안 되죠. 배우로 사는 덕분에 또래보다 젊게 살아요."
배우 조진웅(47·조원준)이 형사 원호로 돌아왔다. 또 형사 역할이다. 놀라운 것은 그가 연기한 형사의 레이어드가 다 다르게 다가온다는 점이다. 연기하는 배역이 유독 정의롭다. 악역이라 할지라도 사회 정의와 권선징악의 메시지를 향해 내달리는 까닭이다. 인간 조진웅도 정의로운 것 같다고 말하자 그는 이같이 말하며 손사래 쳤다. '영화의 힘'을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아시아경제와 만난 조진웅은 "영화 '독전2'(감독 백종열)가 나를 돌아보게 할 줄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원호는 무언가를 위해 디테일하고 깊이 있게 들어가는 사람이다. 배역을 알기 위해 나도 질문을 던지고 답을 구하기를 반복했다. '독전2'를 집에서 보면서 '우리는 요만한 먼지 같은 존재구나'라고 느꼈다"고 했다.
지난 17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독전2'는 2018년 개봉해 520만명을 모은 '독전'의 후속편이다. 한국영화 최초로 전작이 다룬 시간대 중간에 일어난 일을 그리는 미드퀄 형식으로 제작됐다.
영화는 용산역에서 벌인 지독한 혈투 이후, 여전히 이선생을 쫓는 형사 원호(조진웅)와 사라진 락(오승훈), 다시 나타난 브라이언(차승원)과 사태 수습을 위해 중국에서 온 큰칼(한효주)의 독한 전쟁을 그린다.
조진웅은 전편에서 강렬한 형사 원호로 분해 인기를 얻었다. 속편 도전에 부담은 없었을까. 그는 "만들어질 줄 몰랐는데 그래도 이야기가 좀 있었다"고 말을 꺼냈다. 그러면서 "원호는 제가 정말 사랑하는 캐릭터다. 치열하게 만들었고 굉장히 아꼈다. 이 친구만은 깊이 있게 들여다보면서 안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출연을 결심했다"고 했다. 또 "시나리오가 좋다거나 분량이 많고 적은 것과는 상관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속편 출연을 결심한 건 원호를 혼란스러운 질문들에서 해방시켜야 하는 게 아닌가, 결국은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원호야, 잘 가. 수고했어' 하면서 잘 보내줬어요. 마지막 장면 찍고 조진웅으로 아주 즐겁게 집에 갔죠. 작품이 끝나면 캐릭터를 깨끗이 지우는 편이라서요. 홍보할 때 보니 오히려 어색하더라고요.(웃음) 영화 끝나고 좀 먹먹하더라고요."
조진웅은 영화 '대외비' 촬영을 마치고 바로 '독전2' 촬영에 들어갔다. 그는 "어려운 지점은 없었다"며 "오래된 친구를 만나는 기분이었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혼란스러운 감정을 좀 더 깊이 있게 심어낼 수 있을까, 여기까지 흘러오게 된 계기는 뭐지? 오두막 앞에 와 있는 원호가 오두막 앞에 와 있는 건지, 내 생각의 끝에 와 있는 건지. 여러 질문을 잘 다독거려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2편을 여름에 촬영하며 무더운 날씨에 고생했다는 조진웅은 "'독전'은 정말 덥고, 추웠다. 이번에는 더워서 숨을 못 쉬겠더라. 한살 한살 들어가면서 더 그렇다"며 웃었다.
"제가 12월에도 원래 내복을 안 입거든요? 사나이 자존심이 있지, 무슨 내복이냐고 큰소리쳤는데 웬걸요. 요새는 핫팩을 아이언맨처럼 붙이지 않으면 꼼짝도 못 해요. 배우들도 힘들 때 더 잘 뭉쳐요. 서로를 위해주며 챙기죠. '독전2' 때 총기나 화기를 사용하는 장면에서는 철저한 교육을 통해 촬영했어요."
'독전'은 강렬한 캐릭터 플레이로 인기를 끌었다. 속편에 대한 기대가 컸을까. 반응은 갈렸다. 따지자면 혹평의 비중이 더 높다. 이번에 새롭게 합류한 배우 한효주와 류준열을 대신해 합류한 오승훈의 반응도 엇갈렸다.
조진웅은 "새롭게 합류한 배우들은 출연을 결정하기 쉽지 않았을 거다. 애매한 지점들이 있다. 두 친구가 열심히 했다"고 감쌌다. 그러면서 "저녁 식사를 함께하며 허심탄회한 이야기도 나눴는데, 그러면서 친해졌다"고 했다.
이번에도 형사다. 그런데 다르다. 작품이 다르더라도 한 배우가 같은 직업을 연기하면 일정 부분 겹치기 마련이다. 조진웅이 연기한 형사는 신기하게 매번 다른 얼굴을 띈다. 그는 "어떤 감독도 '시그널'에 나온 형사처럼 연기해달라는 사람은 없다. 제가 표현할 수 있는 영역에는 한계가 있지 않나. 그래서 오로지 스크립트에 의존한다. 어디로 가는가, 또 시퀀스는 어디에서 마무리되는지 고민하며 따라간다"고 했다.
"'독전' 속 원호는 마른 장작을 이미지로 삼았어요. 푸석해서 건드리면 먼지가 확 일어나는. 불씨 하나에도 확 불타는 푸석한 장작. 누군가 기찻길을 걸어갈 때 철로로 가기도 하고 철로 옆으로 걷기도 하잖아요. 그런 차이가 존재하지 않나. 그런 부분을 감독과 공유하며 만들어가요. 그 과정이 괴롭지만 재밌어요. 저는 인류가 다 같이 연기를 해봤으면 좋겠어요. 그만큼 재밌다는 말이죠.(웃음)"
조진웅은 마지막 장면 촬영 때 '컷' 소리와 동시에 빠르게 차를 타고 촬영장을 빠져나간다고 했다. 그만큼 배역에서 바로 빠져나온다는 설명이다. 가장 오래 머무른 캐릭터를 묻자 영화 '폭력써클'(2006) 조홍규 역과 '뿌리 깊은 나무'(2011) 무휼 역을 꼽았다.
"'폭력써클' 홍규는 정도 많고 정의로운 아이예요. 덩치가 크고. 혼자 사는 고아인데 꿋꿋하게 학교에 다니죠. 어느 날 어떤 일에 휘말려 학교를 잘려요. 한동안 못 빠져나왔어요. 계속 그 녀석이 생각났죠. '뿌리 깊은 나무' 무휼은 촬영이 끝나고도 한동안 무휼 말투로 살 정도였어요. 한석규 선배와 술 없이 식사만 하면서 두시간 동안 수다 떨고 그랬어요. 선배가 '늘 내 뒤 3보에서 지키라더니 어디 갔냐'며 저를 찾으시곤 했죠. 당시 영화 '범죄와의 전쟁'(2012) '퍼펙트게임'(2011)을 동시에 촬영할 때였는데, 나도 모르게 말투가 나오더라고요."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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