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다이어리]올해 美블프가 특히 주목받는 이유

뉴욕=조슬기나 2023. 11. 26.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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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프라이데이를 이틀 앞둔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34번가에 위치한 메이시스 백화점 1층은 연말 쇼핑 대목을 맞이한 고객들로 빼곡했다.

매장 곳곳에 위치한 화려한 크리스마스 장식과 쇼핑객들을 유혹하는 할인율 안내문은 연말 분위기를 한층 들뜨게 했다.

블랙프라이데이부터 본격화되는 미국의 쇼핑 시즌은 말 그대로 대목 중 대목이다.

전미소매연맹(NRF)은 올해 11~12월 연말 쇼핑 시즌 동안 미국인들이 작년보다 더 많은 돈을 지출할 것으로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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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미국 일상 속 이야기들을 전합니다

블랙프라이데이를 이틀 앞둔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34번가에 위치한 메이시스 백화점 1층은 연말 쇼핑 대목을 맞이한 고객들로 빼곡했다. 매장 곳곳에 위치한 화려한 크리스마스 장식과 쇼핑객들을 유혹하는 할인율 안내문은 연말 분위기를 한층 들뜨게 했다. 하지만 향수 판매매장의 한 직원은 "나쁘진 않지만, 그다지 좋지도 않다"면서 "고객들의 손에 쇼핑백이 많지 않은 걸 보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블랙프라이데이부터 본격화되는 미국의 쇼핑 시즌은 말 그대로 대목 중 대목이다. 전미소매연맹(NRF)은 올해 11~12월 연말 쇼핑 시즌 동안 미국인들이 작년보다 더 많은 돈을 지출할 것으로 추산했다. 블랙프라이데이부터 사이버먼데이까지 쇼핑객 숫자는 전년보다 1570만명 늘어난 1억8200만명으로 전망했다. 이는 NRF가 집계를 시작한 2017년 이후 최대 규모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마냥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CNBC 등 현지 언론들은 NRF 자료를 인용해 "블랙프라이데이에 먹구름이 드리워져 있다"는 평가를 내놨다. 연말 쇼핑 시즌 매출 증가율은 전년 대비 3~4%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2021년 쇼핑 시즌의 성장률이 12.7%였음을 고려할 때 확연히 둔화한 수치다. 블랙프라이데이에 앞서 소매 경기를 가늠해볼 수 있는 아마존의 '프라임데이' 할인판매 매출도 전년 대비 2% 정도 증가하는 데 그친 상태다.

여기에 소매기업들의 전망은 좀 더 우울하다. 홈디포, 로우스, 베스트바이 등 상당수 기업이 이미 부진한 4분기 실적을 예고했다. 장난감 소매업체인 하브스로의 크리스 콕스 최고경영자(CEO)는 "연말 연휴에 대해 조심스러운 전망을 갖고 있다"며 연간 매출 가이던스를 하향 조정했다. 월마트의 존 데이비드 레이니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소비자들이 식료품, 생필품 소비도 줄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타깃의 브라이언 코넬 CEO 역시 "의류, 오락 등 재량품목 구입에 대한 압박이 커졌다"며 우려했다.

이러한 우려 배경으로는 고금리와 학자금 대출 상환 재개, 신용카드 연체 증가, 저축률 감소 등이 손꼽힌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 2조달러에 달했던 미국인들의 초과 저축이 빠르게 고갈되는 가운데, 신용카드 채무는 지난 3분기 1조원을 돌파했고 연체율 또한 10여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그만큼 미국인들의 소비 여력이 줄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주 공개된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는 중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재정 압박이 커지고 있어 당국자들이 소비지출 데이터를 주시하고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가운데 올해 블랙프라이데이는 '소비 대국' 미 경제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주요 시그널이나 다름없다. 불과 연초까지만 해도 월가 안팎에서는 이맘때쯤이면 누적된 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미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이러한 예측을 무너뜨린 것은 강한 소비, 즉 미국의 소비자들이었다. 미 국내총생산(GDP) 3분의2 이상을 차지하는 소비가 올해 내내 견조한 흐름을 보이며 경제 전반을 떠받친 것이다.

이제 월가 안팎에서는 내년 경기침체 전망이 오르내리고 있다. 인플레이션 시대에서 미 경제의 연착륙(소프트랜딩)이 가능할까.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이 질문에 대한 답변 또한 상당 부분 미 소비자들에게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불황형 쇼핑 등의 시그널엔 유의할 필요가 있겠지만, 이번 블랙프라이데이 쇼핑 시즌이 그 첫 가늠자가 될 것이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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