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위병 개미’로 얼룩진 증시 [취재수첩]
‘공매도 세력의 앞잡이’ ‘공매도 세력과 결탁해 돈을 받아 먹었냐’.
요즘 개인 투자자들에게 이런 연락을 받는 여의도 애널리스트가 부쩍 늘었다고 한다. 에코프로를 비롯 2차전지 몇몇 종목의 경우 ‘찬양일색’의 텍스트가 아니라면 개인 투자자들이 다짜고짜 ‘공매도 앞잡이’라며 달려든다. 최근에는 그 수위가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는 지적이 비등하다.
신한투자증권은 ‘배터리 아저씨’로 불리는 박순혁 전 금양 홍보이사 지지자들의 항의 집회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들은 박 전 이사가 분석한 종목에 대한 매도 주문이 신한투자증권 계좌에서 집중됐다는 이유로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에코프로 매도 보고서를 냈던 김현수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출근길 ‘박지모(박순혁을 지키는 모임)’ 회원들로부터 봉변을 당했다. 지난 11월 8일에는 박지모 네이버 카페에 금감원 출입기자단 연락처 파일이 공유돼 논란이 확산했다. 카페 운영진이 해당 게시물을 삭제하고 사과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사정이 이렇자 중국 문화혁명 말기 광기만 남은 홍위병들에 빗대 ‘홍위병 개미’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홍위병 개미’의 창궐은 우리 자본 시장을 퇴보시킨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무엇보다 합리적인 밸류에이션(가치 평가)을 가로막아 매수, 매도 등 시장을 작동하게끔 하는 의사 결정을 지연시키기 때문이다. 밸류에이션 기능은 시장 참여자로부터 고른 정당성을 획득했을 때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밸류에이션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때 펀드 시장 발전과 현물 수급 강화로 이어져 증시 전체의 변동성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우리 시장은 이와 정반대로 가고 있다. 포퓰리즘 정책과 ‘홍위병 개미’의 광기로 얼룩진 연말 증시를 금융당국은 어떻게 바라보는지 묻고 싶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35호 (2023.11.22~2023.11.2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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