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노동 시장 양극화…대미 수출 불안해졌다 [경제칼럼]
美 노동 시장 양극화…수출 기업 대응 절실
최근 미국 채권 시장의 금리 상승은 한국 경제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 동결에도 불구하고 시중 유동성 흡수를 위해 국채를 계속해 시장에 매각하며 달러를 거둬들이는 상황이다. 이 여파로 채권 시장에서 국채 가격 하락, 채권 금리 상승은 계속되고 있다. 미국 채권 금리 상승은 우리나라 채권 시장에도 금리 상승 압력을 준다. 심지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동결을 계속해도 우리나라 시장 금리는 상승할 수밖에 없다.
미국 채권 금리 상승이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연방준비제도 의장을 비롯해 주요 통화 정책 의사 결정자들이 달러 유동성 공급 축소를 의미하는 ‘긴축 메시지’를 계속 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물가 상승 압력이 충분히 제어되지 않은 상황에서 노동 시장이 강세를 띠고, 심지어 과열에 가까운 조짐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의 임금 상승 압력을 높여 물가 상승으로 연결될 수 있다.
미국 노동부의 9월 고용 상황 통계에 따르면 비농업 부문 일자리는 8월 대비 33만6000개 증가했다. 시장 전망치의 2배로 지난 1월 이후 최대 증가치다. 실업률도 3.8%로 20개월 가까이 4% 미만으로 유지되고 있다. 최근 미국 자동차 노조 파업을 비롯해 노동 쟁의가 증가하는 등 노동자 측 협상력이 높아지는 것 역시 노동력 초과 수요, 공급 부족과 관련이 깊다.
하지만 최근까지 IT를 비롯해 기술 업종 중심으로는 노동 시장 사정이 개선되기보다는 오히려 악화됐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전체 실업률은 3%대인데 IT 분야는 4% 이상이다. 또한, 금융이나 전문 서비스업 등 비교적 부가가치 창출 능력이 큰 업종의 사정이 좋지 않아 이 부문에서 일자리를 구하는 구직자 숫자가 증가했다. 즉, 미국에서는 전반적인 노동 시장 강세에도 불구하고 일종의 ‘노동 시장 양극화’가 동시에 진행 중이다.
특히 미국에서 노동력이 부족해 임금 인상 압력이 높은 업종은 레저·숙박업·외식·도소매유통 등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을 받던 부문이다. 즉, 미국이 이민 등의 방법으로 해당 부문에 저임금 노동력을 공급하지 않는 이상 전반적인 임금 상승 압력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생산성 향상을 통해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업종 관련 전문직이나 고부가가치 업종에서의 노동 시장 상황은 여전히 좋지 않다.
미국 노동 시장 양극화는 향후 미국 경제 흐름, 통화 정책 수행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전반적인 노동 시장 강세, 특히 저숙련 노동 공급 부족에 따른 생산비용 상승으로 임금 인상, 물가 상승 압력은 계속되지만 미국 경제의 전반적인 생산성 향상과 부가가치 증대는 제약될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노동 시장이 강세를 보이는 업종은 대개 미국 내수와 관련된 부문이다. 우리나라의 대미 주요 수출 품목인 반도체, 자동차, IT와는 관계가 크지 않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노동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한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 또는 긴축 기조가 계속되는 가운데, 미국 경기 회복에 따른 우리 경제의 수출 증대는 충분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향후 우리 경제 운영 방안과 수출 기업 대응책도 함께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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