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위험한 독립 조합” 中 긴장시킨 대만 부통령 후보
대만 ‘전묘(고양이전사) 외교’을 대표하는 인물인 샤오메이친(52) 주미 대만경제문화대표부(TECRO) 대표가 여당 민진당의 부총통 후보로 지명됐다. 그는 미국 혼혈 출신으로 미국에서 유학을 한 ‘미국통’으로 대만에 강력한 미국 네트워크를 더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는 한편, 중국으로부터는 강력한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대만 중앙통신, 중국시보 등에 따르면 라이칭더 부총통 겸 민진당 총통 후보는 지난 20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샤오 후보를 러닝메이트로 공식 지명했다. 샤오 후보는 이날 지명식에서 라이 후보에게 화답하며 “우리는 많은 신념을 공유하고 있다. 우리 둘 다 대만에 대한 책임을 기꺼이 맡을 것”이라고 의지를 표명했다. 그는 선거에 전념하기 위해 이날 오전 주미 대만경제문화대표부 대표직을 사임했다.
라이 후보는 이에 대해 “샤오 후보를 러닝메이트로 선정한 것은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는 결정이자 최선의 결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몇 년간 샤오 후보는 미국에서 거둔 외교적 성과를 높이 평가한다”면서 “그는 대만의 최교 외교 인사 중 한 명이며 보기 드문 외교적 인재”라고 강조했다.
샤오메이친은 타이난 신학교 학장 등을 역임한 신학 교육자인 대만인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로, 영어에 능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샤오 후보는 1971년 일본에서 태어나 이후 대만 타이난에서 자랐다. 그는 이후 미국 오벌린대에서 동아시아 연구로 학사를, 컬럼비아대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샤오 후보는 1996년 대만으로 돌아와 민진당 참모로 정치 경력을 시작했다. 그는 2000년 천수이볜 당시 총통의 번역가이자 총통부 고문을 역임한 뒤 민진당 의원으로 활동했다.
샤오 후보는 특히 주미대사 격인 대만경제문화대표부 대표로 3년간 외교경력을 쌓는 동안 대만-미국 관계를 집중적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샤오 후보가 역임하는 동안 지난해 6월 ‘미국-대만 무역 이니셔티브’가 출범했고, 미국은 대만에 코로나19 백신을 처음으로 지원했다. 이 기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중요한 군사 지원을 제공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즈(NYT)는 샤오 후보를 가장 영향력 있는 주미대사 중 한 명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샤오 후보는 특히 대만 ‘전묘 외교’의 대표 인물로 평가받는다. 전묘 외교는 중국의 ‘전랑(늑대전사)’ 외교에 맞서는 대만의 외교 전략으로, 유연하게 다른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한다는 의미다. 그는 SNS 등에 자신의 이름을 영어로 쓸 때도 대만어 발음을 따라 ‘Hsiao Bi-Khim’이라고 표기하는 등 대만인이라는 정체성을 강조한다.
이 때문에 중국은 부총통이었던 라이 후보뿐 아니라 샤오 후보에 대해 강한 적개심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했을 때 샤오 후보를 제재 명단에 올렸다. 중국은 지난 4월에도 샤오 후보에게 “독립 지지자”라며 두 차례 제재를 가했다.
중국 관영 매체인 중앙TV(CCTV)는 21일 ‘라이칭더·샤오메이친 ‘두 독립 조합’(雙獨組合)은 대만을 재앙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을 것’이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두 후보를 향해 “가장 위험한 조합”이라고 강조했다. CCTV는 두 후보 조합을 사자성어 ‘낭패위간’(狼狽爲奸·흉악한 무리가 모략을 꾸민다는 의미)에 비유하며 “라이칭더와 샤오메이친은 양안의 긴장과 충돌을 격화시키고 대만을 전쟁 위험 지역으로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차기 총통 후보 중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라이 후보에게 샤오 후보의 미국 내 네트워크가 힘이 돼줄 것이라고 전망한다. 20여년간 샤오 대표와 교류해온 미국-대만 비즈니스협의회의 루퍼트 해먼드-챔버스 회장은 “샤오는 만만치 않은 정치인”이라며 “라이 후보에게 꼭 필요한 외교·안보 분야의 중요성을 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라이 후보가 당선된다면, 샤오 후보는 그에게 없는 모든 미국 내 네트워크를 대만 정부에 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안 문제 전문가이자 미국 독일마샬기금(GMF) 인도태평양 연구 이사인 보니 글레이저는 “샤오 후보는 대만의 이익을 매우 훌륭하게 증진시켰다”며 “그는 미국 의회의 운영 방식뿐 아니라 미국 행정부 및 의회와 협력하는 방법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AFP통신에 전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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