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개그콘서트 험난한 앞길 [하재근의 이슈분석]

데스크 2023. 11. 25.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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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TV

한국 코미디 프로그램을 대표했던 KBS ‘개그콘서트’가 부활했다. 2020년 6월에 폐지된 후 3년여 만에 다시 문을 연 것이다. 인기가 너무 떨어져 종영했던 것인데 마지막 회 시청률이 3%대였다. 부활한 후 1회 시청률이 4.7%가 나와 희망이 보이는 듯했지만 2회에 3.2%로 주저앉았다. 3년 전 마지막 회 시청률에 근접한 것이다.

한때 코미디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부문 중 하나였다. 70년대 배삼룡, 80년대 이주일과 심형래 등 국민스타들이 잇따라 배출됐고 90년대 이후에도 최고 시청률 35%에 달하는 ‘개그콘서트’가 국민의 웃음을 책임졌다. 하지만 2010년대 이후 급격하게 존재감이 미미해졌다.

같은 기간 예능이 초전성기를 맞이했다. ‘무한도전’이 새로운 웃음 제조기로 떠올랐고, ‘1박2일’, ‘패밀리가 떴다’ 등 국민적 인기를 누리는 예능프로그램들이 잇따라 나타났다. 유재석과 강호동으로 대표되는 예능 사회자들이 방송가의 정점에 섰고, 코미디언의 위상은 하락하고 말았다.

‘무한도전’과 같은 예능은 리얼하고 생생한 날것의 재미를 선사했다. 시청자는 이 리얼의 맛에 점점 길들여졌고 그럴수록 코미디 콩트와 거리가 멀어졌다. ‘무한도전’ 전성기가 저문 후에 리얼리티의 인기는 더욱 강해졌다. 이젠 예능인이 아닌 배우, 가수, 운동선수 등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이 예능의 주인공이 되었다. 그들이 자연스럽고 리얼한 느낌을 전해주기 때문이다.

그럴수록 웃기려고 상황을 짜내는 코미디언들의 입지가 위태로워졌다. 코미디언들은 리얼의 시대와 어울리지 않는, 작위적이고 설정이 과한 존재로 여겨졌다.

외모 비하 같은 1차원적 코미디가 과거엔 큰 사랑을 받았지만 지금은 시청자의 감수성이 완전히 달라졌다. 코미디가 함부로 표현해선 안 되는 금기가 늘어갔다. 그러면 더 수준 높은 풍자 코미디 같은 것을 해야 하는데 한국에선 그것이 불가능하다. 사회가 받아주지도 않고, 코미디언들 스스로도 그런 걸 해본 적이 없으니 능력을 기르지 못했다.

규제의 사각지대인 개인방송 등 뉴미디어에선 온갖 자극적인 볼거리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방송엔 온 사회의 규제, 감시 역량이 총집결되고 다른 플랫폼보다 더욱 엄격한 잣대가 적용되기 때문에 방송 코미디의 운신의 폭이 더 좁아졌다.

시청자들이 예능에 익숙해진 것만으로도 코미디의 위기가 닥쳤었는데 이젠 인터넷 개인방송까지 시청자들을 끌어 모은다. 짧은 개인방송 시청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TV 프로그램 시청에 더 답답함을 느끼게 됐고 코미디 프로그램도 더 힘들어졌다.

TV 코미디 프로그램을 향한 기대치가 유독 높기도 하다. 개인방송을 볼 때는 잠시 ‘피식’ 웃는 정도로도 만족하지만, TV 코미디 프로그램을 볼 땐 시청자들이 ‘큰 웃음 빅 재미’로 빵빵 터지길 기대한다. TV 코미디가 ‘피식’ 정도로 끝나면 미진하다고 느낀다.

이런 조건이기 때문에 부활한 ‘개그콘서트’의 앞길은 매우 험난해 보인다. 과연 방송 코미디는 살아날 수 있을 것인가?

코미디 프로그램을 통해 웃음 인재들이 길러지면 그들이 이경규, 유재석, 신동엽처럼 예능의 주춧돌이 될 수 있다. 이렇게 코미디 프로그램은 기본 인프라의 성격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꾸 하다보면 실력도 더 늘 것이다. 예능의 웃음이 돌발적이라면 코미디는 기획된 것이기 때문에, 코미디가 더 깊고 수준 높은 웃음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다. 코미디를 살려야 하는 이유다.

풍자를 비롯해, 표현에 관대한 사회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코미디언들에게 자유가 생기고 능력이 신장될 수 있을 것이다. 수준 높은 풍자 능력이 배양되기 위해선 근본적으로 교육이 수준 높은 코미디언과 향유자를 길러내야 한다. 하지만 입시경쟁으로 교육 붕괴 상황이기 때문에 유라에겐 요원한 이야기다.

그러므로 지금 당장 수준 높은 코미디 문화가 만들어지는 건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시청자들이 웃기는 사람들을 보다 관대하게 봐준다면 그래도 상황이 조금은 나아질 것이다. 지금은 ‘어디 얼마나 웃기는지 보자’라고 하면서 시험하는 듯한 시선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질타할 문제점을 잡아내기 위해 불을 켜고 감시하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이러니 코미디언들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모처럼 부활했으니 당분간은 따뜻하게 봐주면 좋겠다.

글/ 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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