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쪽지] 쾌락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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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는 욕망 긍정의 시대이다.
그 욕망이 나를 인간답게 하는가 인간답게 하지 않는가의 문제는 별로 고민하지 않는다.
욕망 중에는 그 실현이 오히려 나의 인간적 가치를 감소시키는 그런 욕망이 있다.
쾌락의 역설을 직시하고 긍정해야 할 나의 욕망과 절제해야 할 나의 욕망을 구분하는 지혜를 가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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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는 욕망 긍정의 시대이다. 그 욕망이 나를 인간답게 하는가 인간답게 하지 않는가의 문제는 별로 고민하지 않는다. 마치 욕망은 절대적 선이어서 무슨 수를 쓰든 그 욕망을 충족시켜야 한다고 모두가 합의한 듯하다. 그런데 욕망이 자라는 속도는 늘 욕망을 충족시키는 현실적 여건이 마련되는 속도보다 빠르다는 데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30평 아파트에 이사하고 나면 몇 달 지나지 않아 40평 아파트를 희망하게 되지만 실제로 40평 아파트로 이사 가는 것은 몇 년이 걸릴 수도 있고 아니면 아예 불가능할 수도 있다. 욕망의 속도는 늘 현실의 속도를 추월하기 때문에 욕망을 추구하면 추구할수록 오히려 불행감이 커지게 된다. 철학자들은 이를 두고 ‘쾌락의 역설’이라 했다. 쾌락을 추구하면 추구할수록 오히려 불만족과 고통이 커진다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평안한 마음을 원한다.
그런데 욕망에 시달리는 마음으로는 평안할 수 없다. 어떤 욕망은 충족하고 나서 만족감이 오래가고 어떤 욕망은 충족하고 나서 오히려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욕망 중에는 그 실현이 오히려 나의 인간적 가치를 감소시키는 그런 욕망이 있다. 약물을 하고 싶다거나 하는 식으로 중독에 빠지게 만드는 욕망은 나의 인간적 가치를 감소시킨다. 인간적 가치를 감소시키는 욕망은 그 실현에 노력이 들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오히려 그 욕망에 딸려가지 않는 데 나의 노력이 든다. 나의 인간적 가치를 높여주는 욕망을 실현하는 데는 노력이 들고 인간적 가치를 낮추는 욕망을 실현하는 데는 노력이 들지 않는다.
에피쿠로스학파는 쾌락의 역설을 얘기하고 아타락시아(ataraxia, 감정적인 혹은 정신적인 동요나 혼란이 없는 마음의 평정상태)를 지향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들 철학자는 우리가 욕망하는 모든 것이 행복한 삶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며 오히려 어떤 종류의 욕망은 평온한 삶을 전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든다는 것을 강조했다. 나의 인간다움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욕망은 참된 욕망이고 나의 인간다움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 욕망은 참되지 않은 욕망이다. 당장은 노력이 들고 힘이 들어도 참된 욕망을 실현하려고 노력할 때 그런 자기 자신에게 만족하게 되고 만족스러운 인생을 살게 된다.
물질적 풍요를 누리는 데 집중하다 보면 쾌락의 역설에 빠지게 된다. 쉽게 딸려가게 되는 욕망에 휘둘릴수록 인간은 불행해진다. 결국 나에게 자괴감을 안기고 말 욕망에 부나방처럼 달려들어서는 안 된다. 부족한 것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이 오히려 약물중독에 빠지거나 하는 이유는 결핍이 없기 때문이다. 결핍이 없으면 추구해야 할 것이 없고 추구하고자 하는 것이 없으니 삶에서 의미를 찾기도 어려워진다. 삶의 의미는 내가 타자의 인간다움에 기여하게 될 때 창출된다. 쾌락의 역설을 직시하고 긍정해야 할 나의 욕망과 절제해야 할 나의 욕망을 구분하는 지혜를 가질 필요가 있다. 어느 욕망을 긍정하고 어느 욕망을 부정하는가에 따라 나의 삶이 달라진다.
박은미 철학커뮤니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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