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찮은 중고 거래? 옷 내다놓기만 하세요

나건웅 매경이코노미 기자(wasabi@mk.co.kr) 2023. 11. 24.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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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 투자만 54억…김혜성 마인이스 대표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중고 거래가 빠르게 대중화된 요즘.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고를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은 여전히 존재한다. 말 그대로다. 중고는 그야말로 ‘불편’하다. 최대한 새것처럼 보이도록 제품을 닦고, 사진을 찍어, 앱에 올리고, 설명글을 달고…. 심지어 생면부지 상대방과 가격을 놓고 신경전을 펼칠 때도 있다.

김혜성 마인이스 대표(32)가 운영하는 패션 앱 ‘차란’은 기존 개인 간 중고 거래 서비스에서 문제점으로 꼽혔던 번거로움을 전부 대신해준다. 이용자는 문 앞에 팔고 싶은 옷을 내다놓기만 하면 된다. 차란이 의류를 대신 수거해 살균·세탁도 해준다. 까다로운 촬영도, 가격 협상도, 진품 감정과 사이즈 실측, 마지막 판매에 이르기까지 모두 회사가 대신 다 한다.

“중고 거래가 활성화됐다지만 여전히 그냥 버려지는 옷들이 너무 많아요. 내다 파는 과정이 너무 귀찮기 때문이죠. 쓰레기통에 들어갔을 옷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차란 앱에 올라온 옷이 팔리면 판매자와 마인이스가 돈을 나눠 갖는다. 옷마다 다 다르지만 보통 70%를 셀러가, 30% 정도를 회사가 가져오는 식이다. 옷이 비싸게 팔릴수록 판매자에게 할당되는 비율이 더 높아진다. 좋은 상태의 옷이 더 많이 들어오게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구조다. 판매가 어려운 옷은 동의를 얻은 후 판매자 이름으로 기부된다.

“재구매율이 45%, 재구매에서 3차 구매로 가는 고객 비율이 60%나 돼요. 앞으로 가격 데이터가 쌓이고 사진 촬영 등에 필요한 자동화 기술이 고도화되면 수익도 더 커질 것으로 확신합니다.”

패션 리커머스라는 ‘핫’한 아이템. 여기에 명확한 수익 모델까지 갖춘 스타트업이 등장하자 자본 시장은 뜨겁게 반응했다. 오픈 베타 서비스를 론칭하고 불과 5개월 만인 올 7월, 총 53억6000만원 규모의 시드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투자 혹한기에 신음하는 요즘 스타트업 업계에서 이례적인 거액이다.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 등 여러 선배 창업가들의 엔젤 투자를 비롯해, 차란 서비스에서 물류 부문을 담당할 CJ대한통운 같은 전략적 투자자도 여럿 참여했다.

1991년생/ 시카고대 경제학과/ 2012년 프린터스 창업/ 2018년 KTB네트워크 투자 심사역/ 2022년 마인이스 대표(현)
차란은 아직까지는 여성 의류만 취급 중이다. 조만간 남성 패션으로 범위를 넓히고 이어 유아·신발·가방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해나갈 계획이다.

“여성 패션은 종류도 많고 모양도 제각각이라 상품화가 가장 어려운 분야입니다. 여기서 쌓은 노하우를 기반으로 다른 카테고리까지 영역을 빠르게 확장해나갈 계획이에요. 고퀄리티 중고 제품을 언제 어디서나 쉽게 살 수 있는 ‘온라인 중고 백화점’이 꿈입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35호 (2023.11.22~2023.11.2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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