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대 높은 벤츠, 파격 할인으로 막판 뒤집나···벤츠 vs BMW, 올해 수입차 왕좌는?
수입차업계 점유율 1위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8년 만의 1위 탈환을 단단히 벼른 BMW에 맞서 메르세데스-벤츠는 이례적인 할인 공세로 맞불을 놨다. 올 10월 누적 판매량에서 BMW가 앞서고 있어 8년 만에 수입차 시장 왕좌가 바뀔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두 회사 모두 공격적인 할인율을 유지하고 있어 국내 재고 확보 정도에 따라 올해 수입차 1위가 판가름 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자동차업계 시각이다.
벤츠에 근소한 차이로 앞서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BMW는 올 10월까지 국내에서 6만2514대를 판매해 이 기간 벤츠(6만988대)를 앞섰다. 다만 두 회사 올해 누적 판매량 차이는 1500대 내외로 근소하다. 언제 순위가 뒤집혀도 이상하지 않은 수준이다. 지난해에도 11월까지 BMW가 근소하게 앞서다 마지막 한 달간 벤츠가 집중적인 물량 공세로 막판 뒷심을 발휘하며 순위를 뒤집었다. BMW는 지난해 11월 누적 판매량이 7만1713대로, 7만1525대를 기록한 벤츠를 살짝 앞섰으나 마지막 12월 판매량에서 역전 당해 분루를 삼켰다. BMW는 2009년부터 2015년까지 7년 연속 국내 수입차 시장 선두를 달렸으나 2016년부터 2022년까지는 벤츠에 1위를 내주고 7년간 2위에 머물렀다. 2018년 EGR(배기가스 저감장치) 리콜과 연이은 화재 사건으로 평판 타격이 컸다.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 BMW는 3시리즈, 5시리즈 등 스테디셀러 차종이 꾸준히 인기를 끌며 1위 재탈환을 벼른다. BMW의 막판 뒷심에 힘을 보태는 모델은 최근 선보인 ‘뉴 5시리즈’다. 2017년 이후 6년 만의 8세대 완전변경 모델이다. 5시리즈는 BMW 브랜드를 대표하는 준대형 세단이다. 1972년 처음 내놓은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800만대가 넘게 팔린 베스트셀링카다.
BMW는 뉴 5시리즈를 내놓으며 한국 시장에 각별한 공을 들였다. BMW는 뉴 5시리즈의 전 세계 첫 판매를 한국에서 시작했다. 그만큼 한국 시장 위상을 남다르게 본다는 의미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한국은 중국 다음으로 5시리즈 판매량이 많은 국가다. 지난해 세계 시장에서 판매된 5시리즈 가운데 약 20%가 한국에서 팔렸다.
뉴 5시리즈는 디자인과 인테리어부터 확 달라졌다는 평가다. 차체도 커졌다. 이전 세대보다 길이 95㎜, 너비 30㎜, 높이가 35㎜ 증가했다. 앞뒤 축간거리도 20㎜가 길어졌다. 5시리즈 최초로 길이가 5m를 넘겨 동급 차량 대비 가장 큰 실내외 공간을 자랑한다. 벤츠 E클래스와 비교하면 100㎜ 이상, 현대차 신형 그랜저보다도 25㎜ 길다. 외관 디자인에서는 BMW 시그니처 ‘키드니 그릴’ 테두리에 새로운 라디에이터 그릴 조명 ‘아이코닉 글로우’를 추가한 것이 눈에 띈다.
내부 인테리어도 대폭 개선됐다. 눈에 띄는 대목은 커브드 디스플레이다. 스티어링 휠 뒤에 위치한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과 14.9인치 컨트롤 디스플레이가 입체적인 스크린을 이룬다. 컨트롤 디스플레이에서는 다양한 콘텐츠도 즐길 수 있다. 차량에 유튜브 앱이 내장돼 있어 별도 스마트 기기 없이도 영상 시청이 가능하다. 차량 내 게임 기능도 최초로 지원한다. 7시리즈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인터랙션 바’도 적용됐다. 백라이트가 적용된 크리스털 디자인의 ‘인터랙션 바’는 계기판 하단과 대시보드를 가로질러 양쪽 도어 패널까지 펼쳐진다. 터치 방식의 조작 패널이 통합돼 운전자와 차량 간 상호작용도 강화했다.
이번 뉴 5시리즈에는 가솔린, 디젤 등 내연기관은 물론 라인업 최초의 순수전기차 ‘i5’도 포함됐다. 전기차 모델 ‘뉴 i5 eDrive40’의 최고 출력은 340마력, 최대 토크는 40.8㎏·m다. 1회 충전 주행 거리는 384㎞다. 가격은 9390만~1억170만원. 전기 모터가 2개 탑재된 최상위 모델 ‘뉴 i5 M60 xDrive’ 주행 성능은 더 강력하다. 합산 최고 출력 601마력에 81.1㎏·m 최대 토크를 자랑한다. 제로백은 3.8초에 불과하다. 이번 뉴 5시리즈 내연기관 모델 중 가장 힘이 센 ‘뉴 530i(최고 출력 258마력, 최대 토크 40.8㎏·m)’를 훌쩍 웃돈다. 뉴 i5 M60 xDrive 판매가는 1억3890만원에 달한다. 내연기관 모델인 뉴 520i는 6880만~7330만원, 뉴 530i xDrive는 8420만~8870만원으로 각각 책정됐다.
지난해 연말 순위가 뒤집혔던 기억 탓에 BMW는 주요 모델 할인으로 막판 스퍼트를 낸다. 3시리즈의 경우 1200만원가량 할인이 이뤄지고 있다. 4시리즈도 최대 1000만원, 신형 5시리즈도 500만원 이상 할인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진다.
E클래스 재고 밀어내기
BMW 질주에 벤츠도 바짝 긴장했다. 콧대 높기로 소문난 벤츠지만 이례적으로 최근 차량 할인율을 크게 높여 주목받는다. 벤츠는 다른 수입차와 달리 할인에 박한 브랜드로 잘 알려져 있다. 올 11월 들어 주요 차량에 최대 4000만원의 할인을 제공하는 등 파격 행보를 보인다. 고금리와 경기 침체 우려에 따른 차량 수요 둔화, BMW와의 역대급 1위 다툼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지난해까지 부동의 수입차 1위였던 벤츠는 올 10월까지 BMW에 밀려 2위에 머무른다. 다만, 최근 월별 판매량은 BMW를 제쳤다. 올 9월 6971대로 6188대를 판매한 BMW에 앞섰고 10월에도 6612대로 5985대를 판매한 BMW를 제쳤다. 올 10월 누적 판매량에서도 격차가 1526대로 줄었다. 점유율은 고작 0.7%포인트 차이다.
올 상반기 판매량 부진을 겪은 벤츠는 베스트셀링카 E클래스를 앞세워 BMW를 바짝 뒤쫓는다. 벤츠 측은 내년 상반기 E클래스 완전변경 모델 국내 출시를 앞두고 기존 E클래스 모델에 대한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이 때문에 연말로 갈수록 E클래스 판매량이 늘어난 덕을 봤다. E클래스는 올 10월 3578대가 팔려 수입차 월간 베스트셀링 모델에 올랐다. E클래스 외에 올 10월 누적 판매 기준 S클래스가 3위(8946대), GLC가 7위(5472대), GLE가 8위(5336대)로 판매 톱10에 올라 있는 점도 눈에 띈다.
벤츠와 딜러사 등에 따르면 벤츠는 인기 모델인 E클래스를 1000만원 이상 할인하고 있다. E클래스 250 아방가르드 모델, E250 AMG LINE, E300 등 주요 트림을 950만~1100만원가량 할인해 재고 물량을 밀어내고 있다. 인기가 시들한 디젤 모델인 E220d의 경우 1400만원까지 할인한다.
상대적으로 고가인 전기차는 할인폭이 더 크다. 차량 가격 1억9000만원인 EQS 450은 최대 4000만원의 할인이 제공된다. 1억원 초반대인 EQE도 1500만원가량 할인을 받을 수 있다. 딜러사별로 무이자 금융상품도 출시되고 있어 소비자 입장에서는 구매 부담을 한결 덜 수 있다. 벤츠 딜러사 관계자는 “매년 연말 할인율이 상대적으로 높지만, 최근 고금리로 판매가 위축되고 BMW와 1위 경쟁까지 있어 상대적으로 할인율이 더 높게 책정된 것”이라고 했다.
다만, 내년에는 벤츠의 우세를 점치는 시각도 적지 않다. 벤츠는 신형 E클래스를 올 4월 월드 프리미어를 통해 공개했으며 국내 출시 시점은 본사와 조율 중이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 신형 E클래스 국내 판매를 시작할 것으로 알려진다. 한국은 지난해 판매량 기준 E클래스 세계 1위, S클래스 세계 3위 시장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35호 (2023.11.22~2023.11.2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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