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출의 아름다움에 취해 지나칠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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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길 1코스는 '제주올레'에서 가장 먼저 열린 길이다.
이 길을 시작으로 27개의 올레길을 내게 된다.
성산일출봉에서 섭지코지에 가는 길목에 있는 광치기 해변은 물이 빠지는 썰물 때 바닷물에 숨겨져 있던 비경들이 속속들이 드러난다.
일출봉 끝자락이 물들고, 넓은바위와 검은 모래도 누르스름하게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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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운주 기자]
▲ 성산 일출봉 광치기 해변의 일출 모습 |
ⓒ 문운주 |
올레길 1코스는 '제주올레'에서 가장 먼저 열린 길이다. 이 길을 시작으로 27개의 올레길을 내게 된다. 말미오름과 알오름을 거쳐간다. 억새와 띠, 검은 돌담에서 제주도만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시흥에서 광치기 해변까지 오름과 해안길이 이어진다.
광치기 해변에서 출발하기로 했다. 역방향 트레킹이다. 성산일출봉의 비경과 일출을 보기 위해서다. 총길이가 15.1km, 소요시간은 4~5 시간 예상된다. 해맞이 해안로를 따라가다가 알오름을 거쳐 말미오름으로 오르는 코스다.
▲ 성산일출봉 광치기 해변의 아름다운 모습. 물이 빠진 썰물 때라 모래톱이 햇빛을 받아 누르스럼한 색상으로 변했다. 남해의 다랑논을 보는 것 같다. |
ⓒ 문운주 |
▲ 광치기 해변 물 빠진 해변 바위들이 이른 아침 햇빛을 받아 누렇게 물들었다. 멀리 섭지코지가 한 눈에 들어온다. 썰물 때 봐야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
ⓒ 문운주 |
▲ 성산일출봉 일출 광치기 해변에서 바라본 성상일출봉과 일출 모습 |
ⓒ 문운주 |
성산일출봉에서 섭지코지에 가는 길목에 있는 광치기 해변은 물이 빠지는 썰물 때 바닷물에 숨겨져 있던 비경들이 속속들이 드러난다. 녹색 이끼와 검은 모래가 연출하는 풍경이 장관이다. 특히 성산 일출봉 옆으로 떠오르는 일출은 아름답다 못해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해 뜨는 시각이 7시 9분, 일출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50여 명에 달한다. 언덕 밑에 검은 모래를 넘어서면 넓은 바위가 길게 깔려 있다. 구멍이 송송 뚫리기도 하고 거북이 모습을 한 바위도 있다. 거대한 마당바위다.
▲ 말 타고 달리는 백기사(?) 광치기 해변에서 말을 타고 달리는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다. 새벽 햇살을 가르며 마치 황야를 달리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
ⓒ 문운주 |
"와!" 하는 탄성이 동시에 터진다. 전문 사진가가 아니라 아름다움을 프레임에 담을 수 없는 것이 아쉬움이다. 동영상을 찍는 사람, 하트 모양을 하고 있는 사람, 실루엣으로 뒷모습을 찍는 사람 등 저마다의 즐거움을 찾는다. 멀리서 다가오는 점 하나, 기사님 한 분이 말 타고 아침 햇살을 가르며 달린다.
▲ 4·3 성산추모공원 표석 강중훈 시인의 '섬의 우수'와 함께 새겨진 노벨 문학상 수상자 르 클레지오의 <제주 기행문> 중에서 발췌하여 기록한 표석 |
ⓒ 문운주 |
"섬에는 우수가 있다. 이게 어디서 나오는지 알 수 없다. 그것이 마음 갑갑하게 만드는 이유다. 오늘날 제주에는 달콤함과 떫음, 슬픔과 기쁨이 뒤섞여 있다. 록과 검정. 섬의 우수를 우리는 동쪽 끝 성산 일출봉 즉 '새벽바위'라 불리는 이곳에서 느낄 수 있다. 바위는 떠오르는 태양과 마주한 검은 절벽이다.
한국 전역에서 순례자들이 첫 해돋이의 마술적인 광경에 참석하러 오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1948년 9월 25일 아침에 군인들이 성산포 사람들을 총살하기 위하여 트럭에서 해변으로 내리게 했을 때 마을사람들 눈앞에 보였던 게 이 바위다.
나는 그들이 이 순간에 느꼈을 것, 새벽의 노르스름한 빛이 하늘을 비추는 동안에 해안선에 우뚝 서 있는 바위의 친숙한 모습으로 향한 그들의 눈길을 상상할 수 있다. 냉전의 가장 삭막한 한 대목이 펼쳐진 곳이 여기 일출봉이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은 1948년 4월 3일에 제주에서 군인과 경찰이 양민 학살을 자행한 진부한 사건으로 시작되었다.
오늘날 이 잔인한 사건은 지워지고 있다. 아이들은 바다에서 헤엄치고, 자신들 부모의 피를 마신 모래에서 논다. 매일 아침 휴가를 맞은 여행객들은 가족들과 함께 바위 너머로 솟는 일출을 보러 이 바위에 오른다. 숙청 때 아버지, 할아버지, 할머니, 삼촌들을 잃은 시인 강중훈 씨조차 시간의 흐름에 굴복했다. 그가 잊어버리지 않았다면 - 그의 시 한 편이 그 9월 25일의 흔적을 지니고 있다- 그걸 뛰어넘을 필요성도 알고 있다.
성산포 JC 공원에서 올레길을 따라 한 십여 분 걸었을까. 터진목(터진 길목) 제주 4·3 성산추모공원을 만난다. 북동쪽으로 일출봉이 보이는 위치다. 여기서는 군말이 필요 없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르 클레지오의 <제주 기행문> 중에서 발췌하여 세운 표석에 새겨진 내용을 옮겨 적는다.
일출봉 옆으로 붉게 솟아오는 일출의 아름다움에 취해 자칫 지나칠 뻔했다. 터진목 학살터 현장이다. 제주도의 비경인 성산일출봉과 일출을 보기 위해 광치기 해변을 찾았던 그 많던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뒤다.
"오늘날 이 잔인한 사건은 지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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