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서 사라진 아기, 러 야당 대표가 납치·입양

고기정 2023. 11. 24.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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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남부에서 실종됐던 아기가 알고 보니 러시아로 납치돼 정치인 부부에게 입양된 것으로 드러나 화제가 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 지역에 살던 '마르가리타'라는 이름의 여아가 러시아의 친정권 성향 야당 '정의 러시아당' 대표인 세르게이 미로노프 의원의 부부에게 입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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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우크라에서 납치된 여아 마르가리타
정의 러시아당 대표 미로노프에게 입양

우크라이나 남부에서 실종됐던 아기가 알고 보니 러시아로 납치돼 정치인 부부에게 입양된 것으로 드러나 화제가 되고 있다.

이고르 카스튜케비치 러시아 하원의원(왼쪽)이 지난해 10월 우크라이나 헤르손의 아동 보호소에서 어린이들을 차에 태워 가는 모습. [사진=X(옛 트위터), 카스튜케비치 의원 텔레그램 갈무리]

24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 지역에 살던 '마르가리타'라는 이름의 여아가 러시아의 친정권 성향 야당 '정의 러시아당' 대표인 세르게이 미로노프 의원의 부부에게 입양됐다.

헤르손은 지난해 러시아에 점령된 지역이다. 이후 해당 지역 아동 보호소에서 납치·실종된 아이는 48명이었는데, 마르가리타는 48명의 아이 중 가장 어린 나이였다.

마르가리타가 있던 헤르손 아동 보호소는 부모가 없거나 양육권을 잃은 아이들이 머무는 곳이었다. 마르게리타의 어머니는 출산 직후 양육권을 포기했고, 아버지는 행방을 알 수 없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당시 생후 10개월이던 마르가리타는 기관지염으로 병원에 입원해 치료받고 있던 중, 자신을 찾아온 낯선 여성과 짧은 만남을 가졌다. 해당 여성은 자신을 '모스크바에서 온 아동 문제 책임자'라고 소개했다.

이후 그해 10월 러시아 하원의원인 이고르 카스튜케비치는 다른 당국자들과 함께 보호소를 찾아 마르가리타를 비롯한 아이들을 차에 태워 데려갔다.

목격자인 보호소 간호사 류보프 사이코는 "카스튜케비치 의원을 비롯한 당국자들이 군복 차림에 선글라스를 쓰고 나타나 아이들을 빼앗아 데려갔다"며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 같았다. 굉장히 무서웠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후 카스튜케비치 의원은 자신의 텔레그램을 통해 아동 보호소에서 아이들을 버스와 구급차에 태워 가는 영상을 올렸다. "아이들은 크림반도의 안전한 곳으로 이동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마르가리타, 정의 러시아당 대표 미로노프에게 입양

2012년 러시아 대선 후보였던 세르게이 미로노프가 선거일에 투표하는 모습. 그는 최근 결혼한 부인과 우크라이나 아동을 불법 납치, 입양했다고 주요 외신이 폭로했다. [사진=연합뉴스]

이후 외신은 해당 보호소에 있던 아동 48명의 현재 거처를 추적했고, 마르가리타가 병원에 입원했을 무렵 그를 찾아온 여성이 러시아 의회 출신인 '이나 발라모바'라는 것을 알아냈다.

발라모바는 마르가리타가 아동 보호소를 나온 날 기차를 타고 모스크바에서 헤르손으로 왔고, 당일 밤 마르가리타를 데리고 모스크바로 돌아가는 기차에 올랐다.

이후 발라모바는 정의 러시아당 대표이자 하원 원내대표인 미로노프와 결혼했다. 이들 부부가 부모로 올라있는 '마리나'라는 여아의 생일 기록은 마르가리타와 같은 2021년 10월 31일이었다.

이후 외신은 마르가리타의 입양 기록을 추가로 입수해 '마르가리타 프로코펜코'가 양아버지인 미로노프의 성을 따라 '마리나 미로노바'가 된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미로노프는 이런 보도 내용에 대한 질의에 별다른 답변을 하고 있지 않다.

한편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침공으로 전쟁이 발발한 이후 러시아로 끌려간 것으로 확인된 우크라이나 어린이가 1만9546명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돌아온 어린이는 400명이 채 되지 않는다.

지난 3월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아동을 납치해 강제로 러시아 본토로 이주시키는 전쟁범죄에 관여했다는 이유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하기도 했다.

이에 러시아는 ICC 회원국이 아니라는 이유로 해당 조처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전쟁터가 된 우크라이나에서 어린아이들을 대피시켰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고기정 인턴 rhrlwjd031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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