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끌기용"에 단톡방 나간 혁신위원…인요한 "사의표명 아냐"
국민의힘 혁신위원회(위원장 인요한)가 ‘지도부·친윤·중진 험지 출마 혹은 불출마’ 혁신안을 30일 공식 요구하기로 하면서 지도부와의 갈등 양상이 깊어지고 있다.
혁신위는 오는 30일 ‘지도부·친윤·중진 험지 출마 혹은 불출마’를 정식 안건으로 의결해 최고위원회에 보낼 예정이다. 그 전까지는 ‘구두 권고’만 했는데 이를 공식적으로 요구하겠다며 ‘배수진’을 친 것이다.
이에 대해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24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혁신위가 그동안 나름대로 의미 있는 활동을 많이 했기 때문에 활동 결과를 잘 지켜보도록 하겠다”며 “좋은 의견을 잘 참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혁신위의 공식 요구가 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즉답을 피한 것이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울산은 내 지역구(울산 남을)고 내 고향인데, 울산 가는 게 왜 화제가 되느냐”고 반문했다. 당 관계자는 “중진 험지출마 요구안이 최고위로 와도 바로 안건으로 올리지 않는 것은 물론, 자신의 용퇴도 없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당에선 찬반양론이 분분하다. 일단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수도권 중진인 윤상현 의원은 BBS라디오에서 “중요한 공천은 내년 2~3월에 이뤄지는데 친윤계나 중진, 김 대표의 결단 요구가 지금 나오는 건 너무 빠른 얘기다. 그런 대승적 결단은 내년 1월부터 나오는 게 맞다”며 “혁신위가 바라는 일정과 지도부의 일정이 안 맞다. 즉, 아귀가 안 맞는 상황”이라고 했다.
근거가 부족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고위가 컷오프(공천배제) 대상자인 ‘당무감사 하위 20%’ 의원명단을 확정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여권 관계자는 “막연하게 ‘당신은 중진 혹은 영남권 의원이니 총선에 나오지 말라’고 했을 때 누가 쉽게 받아들이겠냐”며 “적어도 당무감사 자료를 갖고 얘기해야 설득력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에 영남권 초선 의원은 “김 대표가 ‘1호 용퇴’를 받아들이면 다른 중진도 용퇴할 수 있는 길이 열려 당의 혁신 분위기가 살아날 것”이라며 “신중론을 계속 펴면 국민은 ‘잘못된 버티기’로 보고 국민의힘에 대한 실망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이날 페이스북에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자리 지키기’에 본인도 죽고 당도 죽는다”고 썼다.
혁신위 내부도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박소연·이젬마·임장미 혁신위원이 전날 혁신위 회의 뒤, 온라인 단체대화방을 나가고 연락도 받지 않으면서 사의 표명설이 흘러나왔다. 비(非)정치인 세 사람은 전날 회의에서 김경진 혁신위원이 “혁신위는 시간끌기용”이라고 발언하자 크게 반발했다고 한다. 익명을 원한 혁신위원은 통화에서 “세 사람이 지나치게 강한 입장을 내비치자 김 위원이 이를 완화하려는 뉘앙스로 말했는데 이를 문제 삼은 것 같다”며 “이런 양상이 지난 한 달 동안 이어져 왔는데, 이번에 곯아 터진 것”이라고 했다.
인 위원장은 24일 세 사람과 오찬을 함께 한 뒤 “세 사람은 사의를 표명한 적이 없다”고 공식 부인했다. 하지만 해체설, 조기종료설, 사퇴설 등 혁신위를 둘러싼 잡음이 계속되자 당내에서는 “혁신위의 권위와 동력이 사실상 상실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혁신위 사정을 잘 아는 여권 인사는 “혁신위마저 갈등 양상을 보이는데 혁신안을 중진 중 누가 받아들이겠냐”며 “다음달 24일까지 혁신위 활동 기간이 한 달 더 남았지만,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어렵지 않겠느냐”라고 했다. 이용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혁신위는 시간끌기용’이라는 실토가 나온 것은 혁신위가 그동안 지도부와 ‘짜고 친 고스톱’임을 고백한 것”이라며 “혁신위는 더는 지도부에 들러리 서지 말고 자진 해산하라”고 썼다.
한편 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회(위원장 이철규 의원)는 12월 초부터 영입인재를 ‘약자·미래·변화’ 등 세 가지 범주로 나눠 순차적으로 발표하기로 했다. 인재영입위원인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24일 여의도 당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각 그룹을 대표할 수 있는 인재를 한 번에 3∼5명씩 발표할 예정”이라며 “12월 초에 1차 발표를 시작해서 1월 중하순까지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효성·김다영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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