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나온 류준열 승자?"...글로벌 1위에도 혹평 쏟아진 이 영화
넷플릭스 비영어 영화 1위지만…
국내외 평점 최악, 520만 1편 못 넘어
글로벌 시청 순위만 높으면 성공작일까.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독전2’(감독 백종열)가 지난 17일 출시 후 글로벌 톱 10 비영어권 영화 부문 1위에 올랐다.
한국을 비롯해 싱가포르, 태국, 모로코 등 23개국에서 많이 본 순위 10위권에 올랐다. 반면 시청자 평점은 역대 넷플릭스 오리지널 최하위급이다. 리뷰 사이트 ‘왓챠피디아’에서 5점 만점에 1.8점(이하 24일 기준), 네이버는 10점 만점에 2.08점에 그쳤다. 1편(감독 이해영) 주연이었지만 2편에 출연 안 한 배우 류준열이 승자란 말까지 나올 정도다.
‘독전2’는 2018년 극장 개봉해 520만 흥행을 거둔 1편을 토대로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용으로 제작한 속편이다. 그간 글로벌 OTT 한국 오리지널 출시작의 만듦새가 허술해도 해외 성적이 좋으면 성공작으로 인정해온 시청자들도 ‘독전2’는 허용치를 넘었다는 반응이다.
1편에서 호응을 얻은 주요 배우, 감독이 바뀐 데다, 주요 캐릭터‧세계관 설정마저 붕괴해서다. 네이버에선 “1편에서 이선생을 찾던 진하림이 2편에서는 어떻게 갑자기 이선생을 모시는 사람이 되냐?”는 리뷰에 1291명이 공감했다. 해외 비평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도 “감독과 작가가 1편을 못 본 것 같다”는 혹평과 함께 저조한 점수(53%, 만점은 100%)를 받았다.
‘독전2’ 설정 붕괴에 “감독…작가 1편 못 본 듯”
신인 오승훈으로 대체된 류준열 뿐 아니라, 지린성파 두목 진하림 역의 김주혁, 조 형사의 상관 역인 남문철 등 1편 이후 자동차 사고‧암으로 유명을 달리한 배우들도 각각 변요한‧최광일로 캐스팅이 바뀌었다.
각본‧연출도 백 감독으로 바뀌었다. 전작 ‘뷰티 인사이드’(2015)에서 외모가 매일 바뀌는 주인공의 러브스토리란 실험적인 광고 설정을 장편 영화로 녹여냈던 그가 ‘명량’ ‘군도’ ‘표적’ 각본에 참여한 전철홍 작가의 오리지널 원안을 토대로 2편의 각본‧연출을 맡았다. 그는 "'미드퀄' 방식이 새롭고, 1편에서 호기심이 생긴 틈을 2편으로 메우면 새로울 거라 생각했다"고 2편 제작의 의도를 밝혔다. 그러나 낯선 형식도 5년의 시차만큼 달라진 배우들의 외양, 캐릭터의 결 등을 극복하지 못했다.
절절 사연 내세운 캐릭터…1편 긴장감 잃어
형사가 범죄조직원으로 가장해 위장 수사하는 ‘언더커버’ 수사물의 다소 익숙한 이야기는 스펙터클을 하나로 꿰기 위한 실 정도의 역할이랄까. 모든 등장인물이 주연급이라 할 만큼 강한 존재감, 빠른 전개 속도로 승부했다. 대규모 폭발 장면 직후 간발의 차로 살아남은 마약조직 관계자(김성령)가 중요한 단서를 쥐고 경찰을 찾지만, 돌연 급사하며 다음 캐릭터에게 바통을 넘기는 게 한 예다.
인천 공장 폭발, 염전 한복판의 마약 제조실, 노르웨이 설원 등 이색 풍광 속 액션 위주 전개에도 중심을 잃지 않은건, 강렬한 캐릭터들 덕분이다. 류준열의 조직 말단 서영락 캐릭터가 후반부에 뒤통수 치는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었던 것도 화려한 악인의 향연이 관객의 눈을 제대로 가려준 덕분이다. 광기 어린 마약중독자 모습을 그려낸 진하림 역의 김주혁, 정밀한 연기로 독특한 캐릭터를 탄생시킨 차승원 등 배우들의 반전 캐스팅이 빛났다. 욕설까지 통역하는 수화 통역사 역의 박성연, 진하림보다 더 광기 어린 아내이자 부두목 역의 진서연 같은 새 얼굴도 발굴했다.
글로벌 OTT 등으로 해외에도 소개된 뒤 ‘독전’ 팬덤이 생겨난 까닭이다. 이선생의 정체를 거듭 반전시키며 끝내 명확히 드러내지 않은 연출 방식으로 긴장과 여운을 다 잡아냈다.
“‘독전’ 시리즈물 결정된 바 없다”
1편의 서스펜스를 고조시켰던 차가운 캐릭터가 미적지근해졌다. 그를 비롯해 마약 기술자인 청각장애 남매 등 상대적으로 젊은 캐릭터들이 활약하며 세대 전복을 보여준 지점도, 2편에선 윗세대에 대한 인정욕구나 복수심에 사로잡힌 인물 묘사가 강조되며 사라졌다.
신선한 캐릭터, 서사 동기를 주지 않고 1편의 ‘이선생 찾기’를 답습하며 진하림의 광기를 베낀 듯한 악당들을 출연시킨 것도 흥미를 반감시킨다. 중국 측 마약 조직 보스인 '큰 칼' 역의 한효주, 진하림 역을 이어받은 변요한 등 스타 배우가 가세했지만, 전편의 아류에 갇혀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다만, 액션 분량이 1편보다 늘어난 점은 일부 장르 팬에 환영받았다.
2편 출시와 함께 일각에서 드라마판 ‘독전’이 제작된다는 예상도 나왔다. 제작사는 본지에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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