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볼레오]토레스 EVX, 가격은 착하고 배터리 보증은 패기있네
10년·100만㎞ 보증, LFP 배터리 '자신감'
가성비 전략으로 중형 전기 SUV 시장 공략
보조금 받아 3000만원대 구매 가능
넓은 실내 공간에 기본 옵션도 '빵빵'
우리는 물건을 살 때 여러 조건을 따집니다. 디자인, 성능, 브랜드, 애프터서비스(AS), 가격까지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많죠. 이 중 가장 중요한 건 성능과 가격의 조화일 겁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죠. 가계 지출에서 자동차는 집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입니다. 그만큼 가격 민감도도 높습니다. 특히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가격이 비싼 전기차는 가격이 판매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KG모빌리티는 ‘가성비’ 전략을 내세워 국내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의 틈새를 영리하게 파고들었습니다. KG모빌리티는 무쏘, 코란도 등 정통 SUV로 시장을 개척했던 쌍용자동차의 새로운 이름인데요, 사명 변경 이후 첫 번째 신차로 중형 전기 SUV 토레스 EVX를 내놨습니다. 가성비 좋은 전기 SUV를 만들기 위해 KG모빌리티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탑재를 선택했고요. 지난 7일 토레스 EVX를 시승하며 주행·배터리 성능 등을 직접 테스트해봤습니다. 시승 코스는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영종도까지 약 60㎞ 구간이었습니다.
-토레스 EVX, 첫인상은 어떻던가요.
▲일단 처음 본 인상은 강인하고 터프한 느낌이었습니다. 우락부락한 근육질의 인상이 아니라 간결하고 다부진 모습이라고 할까요. 먼저 눈에 띈 건 수평형 LED 주간주행등(DRL)이었는데요, 미래형 전기차의 느낌을 강조했습니다. 특히 외관 디자인에서 인상적인 부분은 후면부였습니다. 후면부에는 육각형 모양의 가니시(장식) 디자인을 적용해 마치 스페어 타이어가 붙어 있는 듯한 느낌을 냈습니다. 오프로드를 자주 달리는 정통 SUV는 후면에 스페어 타이어가 장착된 경우가 많죠. 실제 타이어를 붙이면 트렁크 도어의 무게나 비용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아집니다. KG모빌리티는 이를 똑똑하게 디자인적인 요소로 풀어냈어요.
-LFP 배터리를 탑재한 토레스 EVX, 실제 달려보니 어땠나요.
▲일반 도로에서 주행 성능엔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급가속·제동 성능도 좋았고 코너링이나 핸들링 능력도 괜찮았습니다. 일상생활에서 패밀리카로 사용하기엔 충분할 것 같습니다. 토레스 EVX에는 73.4kwh(킬로와트시)의 LFP배터리가 장착됐습니다. 전기 모터의 최고 출력은 152.2㎾(207마력), 최대 토크는 34.6㎏f·m입니다. 1회 충전 시 주행가능 거리는 433㎞, 공인 복합 전비는 장착했을 때 5㎞/kwh예요(18인치 휠 기준).
토레스 EVX에 장착된 LFP배터리는 중국 BYD가 만들었습니다. LFP배터리는 외부 충격에 강하고 화재 위험성이 낮아 내구성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어요. 반면 에너지 밀도가 낮아 주행거리가 짧다는 게 단점입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BYD는 ‘셀투팩(cell to pack)’ 공법을 활용했어요. 일반적으로 배터리는 셀-모듈-팩의 순서로 만들어집니다. 최소 기본 단위인 셀을 합쳐서 모듈을 만들고, 여러 모듈을 합친 데다가 배터리관리시스템(BMS) 등을 추가해서 팩을 만듭니다. 그런데 BYD는 중간 모듈 과정을 없애고 셀에서 바로 팩으로 배터리를 만들어요. 그러면 단위면적당 더 많은 셀을 넣을 수 있고 가능 주행거리도 길어지는 거죠.
토레스 EVX의 1회 충전 주행거리는 433㎞로 리튬이온배터리를 탑재한 동급 경쟁 모델인 아이오닉 5(456㎞), EV6(475㎞)와 어깨를 견줄 만합니다. LFP배터리를 사용하면서 이 정도의 주행거리를 뽑아냈다는 건 혁신적인 일이죠. 게다가 KG모빌리티는 배터리 보증 기간을 10년·100만㎞로 정했습니다. 10년·16만㎞ 수준인 경쟁사의 배터리 보증 기간과 비교하면 엄청난 자신감입니다.
-가족들과 캠핑 같은 야외활동을 자주 하는 편인데, 패밀리카로 사용은 어떨까요.
▲토레스 EVX는 중형 SUV로 실내 공간도 널찍하게 만들었습니다. 특히 트렁크 용량이 839ℓ로 동급 모델 대비 가장 큽니다. 2열 좌석을 접으면 1662ℓ로 캠핑이나 차박에도 유용하게 쓰일 것 같네요. 또한 전기차 배터리 전력을 외부로 끌어다 쓸 수 있는 V2L 기능도 추가됐습니다. 야외에서 전기히터나 빔프로젝터, 전기매트 같은 전기 용품들을 장시간 사용할 수 있을 정도예요. 전기차 배터리 용량이 20%로 떨어질 때까지 쓸 수 있다고 합니다. 또 차량의 지상고(지면에서 차량 바닥까지의 거리)가 175㎜로 동급 차량 대비 높은 편입니다. 비포장도로 등 울퉁불퉁한 길에서도 거침없이 달릴 수 있습니다.
-편의사양이나 인포테인먼트 사용은 어떤가요.
▲편의사양도 만족스러운 수준이었습니다. 교차로에서 충돌 위험이 있으면 미리 경고해주는 긴급제동 기능이나 앞 차량과 안전거리를 유지하며 달리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선 변경 시 뒤에서 오는 차를 감지하고 경고하는 후측방 충돌방지 경고, 차선의 중앙을 유지하면서 달리게 하는 차선유지 보조 등 기본적인 사양은 모두 탑재됐어요. 다만 고속도로에서 스스로 차선을 변경하는 자동 차선변경 기능은 다소 실망스러웠는데요, 꽤 멀리서 뒤차가 오는데도 토레스 EVX는 차선을 바꾸는데 망설이더라고요. 안전을 위해 보수적으로 설정을 해놓는 건 좋지만 고속주행 차량이 많은 우리나라 고속도로에서 과연 사용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가성비 좋은 전기차라고 하니 가격이 어떻게 나왔는지 가장 궁금하네요.
▲토레스 EVX의 가격경쟁력은 동급 경쟁모델과 비교해보면 뚜렷하게 알 수 있습니다. 토레스 EVX는 중형 전기 SUV 경쟁 모델로 현대차 아이오닉 5, 기아 EV6 등을 꼽고 있는데요, 토레스 EVX는 사전계약 당시보다 가격을 최대 200만원가량 낮춰 E5 트림이 4750만원부터 시작합니다. 아이오닉 5 가격이 5050만원, EV6가 4870만원에서 시작하는 점을 고려하면 경쟁력이 있죠(세제 혜택 후 가격 기준). 보조금까지 포함한 가격을 비교해 보면 서울시 기준 토레스 EVX는 3800만원대, 아이오닉 5는 4100만원대, EV6는 3900만원대로 살 수 있습니다.
그만큼 KG모빌리티가 가격 면에서 우위를 가져가기 위해 공격적인 포지셔닝을 한 겁니다. 이 같은 가성비 전략이 전기차 시장에서 통할 수 있을지 한번 지켜봐야 하겠네요.
우수연 기자 yes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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