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전기차 배터리를 800℃ 불에 구우면 이렇게 됩니다

최대열 2023. 11. 2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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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안전연구원 광주 친환경차·부품인증센터
실제 전기차 배터리 화재 내구성 시연 설비 갖춰
"전기차 사고나도 사람+배터리 모두 안전해야"
배터리 화재시험 LPG연료, 韓 제안해 국제기준

전기차 배터리에 강제로 불을 붙이면 어떻게 될까. 전기차가 바닷물에 빠지거나 갑자기 큰 충격을 받으면 배터리에 불이 붙을까. 전기차에 불이 나면 끄기 어렵다는데, 안전에는 문제가 없을까.

전기차 보급이 늘면서 안전을 둘러싼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자동차는 다른 어떤 제품보다 안전기준이 촘촘히 있다. 다만 전기차는 본격적으로 늘어난 게 아직 오래되지 않아 아직 기준이 완전히 정비되지 않았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 주요국이 함께 어떻게 안전기준을 짤지 머리를 맞대고 있는 것도 그래서다.

25일 자동차안전연구원 친환경자동차부품 인증센터 화재시험챔버에서 배터리 화재 시험을 하고 있다. 가운데 불길이 둘러싸인 게 코나 전기차 배터리다.[사진제공:한국자동차기자협회]

친환경車 자동차·부품 인증센터 개관
국내 최대 화재재현 시험 가능 설비

23일 찾은 자동차안전연구원 친환경 자동차·부품 인증센터는 전기차를 중심으로 각종 친환경차가 안전한지를 시험하고 평가하는 기관이다.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충돌·충격 시험이 가능한데, 여기에 배터리 관련 시험설비를 갖췄다. 전기차와 관련 부품의 안전 성능을 한 곳에서 일괄 평가할 수 있는 곳은 국내에서 이곳뿐이다. 정식 개관을 하루 앞두고 취재진에 주요 시설을 공개했다.

배터리 시험동 뒤쪽에 있는 화재시험챔버는 자동차 화재를 시연할 수 있는 시설로는 국내 최대 규모로 꼽힌다. 대형버스 실차 화재재현 시험이 가능하다. 이날 현대차 코나 전기차에 썼던 배터리팩에 불을 붙이는 실험을 했다. 전기차 화재나 주변에 불이 났을 때 배터리가 견딜 수 있는지, 열전이는 없는지 살펴보기 위한 테스트다.

친환경 자동차부품 인증센터 배터리시험동 내 화재시험챔버에서 배터리 화재시험을 준비하고 있다.[사진제공:한국자동차기자협회]
화재 시연을 마친 전기차 배터리. 배터리팩 외관에 있는 플라스틱은 불에 녹아 매캐한 연기가 났다. 배터리팩 안쪽에 불이 붙거나 내부 온도가 높아지진 않았다. 불이 꺼진 후에도 문제가 생길지 3시간가량 더 지켜본다.[사진제공:한국자동차기자협회]

챔버 안 가운데 연소설비 위에 배터리를 올려둔 채 800℃가 넘는 온도로 60초가량 아래쪽에서 불을 붙였다. 30초 정도 지나자 배터리팩 바깥 플라스틱이 타면서 매캐한 연기가 났다. 연기는 천장 쪽으로 연결된 거대한 환풍기를 통해 배출, 따로 정화과정을 거친다.

불이 꺼진 후 배터리를 살펴보니 겉 부분만 탔다. 외관상 배터리 안쪽으로 불이 옮겨붙거나 폭발하진 않았다. 배터리 내부 온도가 올라가지도 않았다. 배터리 내부에 불이 나면 쉽게 꺼지지 않는 만큼 일정 기간 외부 화재에 견디고 불이 옮겨붙지 않아야 한다. 실제 시험에선 180초 정도 불을 붙인다고 한다. 불을 끈 후에도 3시간가량 문제가 생기는지 지켜본다.

문보현 자동차안전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전기차 주변에서 불이 나도 차나 배터리는 안전해야 한다는 점을 살펴보기 위한 시험"이라며 "개발단계에서 문제가 발견되면 해당 제작사와 원인을 찾고 보완하는 과정을 거친다"라고 말했다.

자동차안전연구원 친환경자동차부품 인증센터 배터리 시험동 화재시험챔버[사진제공:한국자동차기자협회]
전기차안전연구원 친환경자동차부품 인증센터 내 배터리시험동에 전시된 전기차 배터리팩[사진제공:한국자동차기자협회]

휘발유 대신 LPG로 연소…온도 더 높아
한국 제안한 시험기준, 글로벌 표준으로
2025년 이후 배터리 특화 인증기관 운영

연소연료는 불의 온도를 800℃ 이상으로 내기 위해 액화석유가스(LPG)를 쓴다. 유럽 등 주요 나라에선 그간 LPG보다 연소 시 온도가 낮은 휘발유를 썼는데, 우리나라가 LPG를 제안하면서 이제는 휘발유나 LPG 둘 다 쓸 수 있도록 기준이 바뀌었다. 자동차·부품 성능을 평가하는 기준을 국제사회가 결정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 기준이 반영된 첫 사례다.

배터리 시험은 이 외에도 단락시험, 과충전·방전 시험, 충격·압착, 낙하시험 등 12가지를 한다. 국제기준(10개)보다 2개를 더 한다. 배터리를 10t 무게로 짓누르거나 80℃ 온도에 장시간 노출하는 등 가혹한 여건을 견뎌야 안전하다고 인정받는다.

전기차 배터리 침수시험실. 수조 내 물은 바닷물과 비슷한 수준의 염도다. 홍수 등 일상 생활에서의 침수는 대부분 그보다 낮은 염도의 물이다.[사진제공:한국자동차기자협회]

침수시험은 그간 우리나라에서만 하다 최근 중국도 도입했다. 허리케인으로 큰 홍수 피해를 겪은 미국에서도 도입 여부를 따져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 책임연구원은 "침수 후 발화 가능성이 있는 만큼, 바닷물과 비슷한 염도의 물을 채운 수조에 직접 담가본다"며 "시험기준을 충족한 배터리를 쓴다면 전기차가 바다에 빠져도 배터리가 문제 될 일은 없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배터리는 2025년부터 안전성을 미리 당국에 검증받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자동차나 부품에 대해 제작사가 스스로 인증하는 자기인증 제도를 근간으로 하나 배터리는 화재 등의 우려로 사전인증받도록 바뀌었다. 중장기적으로 전기차 보급이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배터리 안전이나 평가 기준과 관련해선 우리나라가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평을 듣는다.

전준호 자동차안전연구원 처장이 23일 차체강도 시험시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제공:한국자동차기자협회]

엄성복 자동차안전연구원 원장은 "자동차와 관련한 각종 표준을 논의하는 유엔유럽경제위원회(UNECE) WP.29(자동차 국제기준 조화기구)에서도 우리나라가 제안한 내용을 받아들이거나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일이 많이 늘었다"며 "이번에 문을 연 센터는 배터리 특화 인증기관으로 운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보현 자동차안전연구원 책임연구원이 23일 실차연소시험 영상을 보며 설명하고 있다.[사진제공:한국자동차기자협회]

광주=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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