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3호 DTx 기대"…산업 발전 관건은 '순응도'
"국내, 정부가 이끌고 있어
3·4호 허가 신청 기대"
임상도 이상반응, 순응도 등 달리 봐야
개발업체들 "문제는 앱을 안쓰는 것"
순응도 향상이 새로운 과제 떠올
국내에서도 디지털 치료기기(DTx)가 출현하면서 빠르면 연내 3호 DTx의 출현도 기대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앞으로의 DTx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실제로 환자가 DTx를 활용하는 정도인 '순응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24일 서울 광진구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열린 '2023년 대한디지털치료학회 추계학술대회'에 마련된 '스마트 임상시험 신기술 개발' 세션에서는 DTx 산업 발전을 위한 다양한 제언이 나왔다. 그 가운데 임상 분석과 실제 개발 과정에 나서고 있는 학계와 산업계 연사들은 DTx에 맞는 새로운 평가 방법 등을 논하면서 동시에 실제 치료 효과 입증을 위해서는 환자들이 애플리케이션(앱)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순응도를 높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DTx에 맞는 이상반응·사이버 보안 논의 필요해
먼저 발표에 나선 신재용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에버트라이 대표)는 "연내에 식품의약품안전처에 3호나 4호 DTx의 허가 신청이 들어올 것"이라며 "국외에서는 안 좋은 상황도 있었지만 국내 시장은 예방·치료·유지에 대한 의학적 접근이 있었고, 정부가 허가와 수가 제도 개발을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상황이 좋아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신 교수는 안전성 이슈와 1차 치료화에 대비한 비열등성 평가시험 연구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그는 "규제기관에서는 사이버 보안을 강조하지만 개발하는 입장에서는 이를 고민하지 않거나 혹은 개인정보 보호 인증을 받기 어려운 면이 있다"며 앞으로 이를 중점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약을 먹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DTx가 1차 치료가 될 수도 있는 만큼 (표준 치료법에 대한) 비열등성 평가시험 연구도 하려 한다"고도 말했다.
이어 발표에 나선 조주희 삼성서울병원 교수는 DTx의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과 관련해 다양한 방법론을 전하면서 "과거의 기술을 새로운 것에 적용하면 다 틀리게 된다"고 신기술인 만큼 새로운 방법론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현재 DTx 시장이 크게 확장되지 않는 것에 대해 "의료진이 안 쓰기 때문"이라는 따끔한 지적도 하며 실제 효과 입증을 위한 충분한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도 짚었다.
조 교수는 그런 만큼 개발사들 역시 이 같은 DTx에 특성에 맞춘 개발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DTx를 개발하는 임상에 대해서는 이상 반응, 용량 상승(dose escalation) 같은 기존의 임상에서 다뤄지는 지점들이 조금은 달리 다뤄져야 한다고도 설명했다.
그는 "(DTx가) 이상 반응이 없다고들 하지만 이는 의약품에서 생기는 오심, 두통 같은 게 없다는 것일 뿐"이라며 "DTx도 이상 반응이나 부작용이 있을 수 있고, 이를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현재까지 DTx와 관련해 용량, 빈도 등은 많이 연구되지 않은 것 같다"며 "얼마나, 언제 쓰게 하는지를 개념 입증(PoC) 단계에서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조 교수가 임상과 관련해 강조한 건 '치료 의도(intention-to-treat)'다. 조 교수는 "보통 유명 학회지에서 임상 환자의 탈락률이 15%가 넘어가면 논문을 내지 말라고 하는데 DTx는 보통 탈락률이 40%가 넘는다"며 "매일 쓰는 앱은 메신저 앱을 제외하면 없는 만큼 매일 꾸준히 DTx 앱을 쓰게 하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앱을 안 쓴다는 것"…순응도 향상이 중요
실제 DTx를 개발하고 있는 임재현 루먼랩 대표와 윤찬 에버엑스 대표 역시 이 같은 순응도를 개발에 있어 핵심 사항 중 하나로 꼽았다. 아동 문제 행동 개선 및 중재를 위한 DTx '루셋(LUCET)'을 개발하고 있는 임재현 대표는 "DTx의 최고의 문제는 앱을 안 쓴다는 것"이라며 이 같은 순응의 어려움을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루먼랩은 동영상과 설문으로 아이의 발달 지연 여부를 판단하고, 중재 치료를 제공하는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임 대표는 "동영상 AI는 동영상의 어느 부분을 라벨링하고, 판정할지 등 데이터 전처리가 훨씬 어렵다"며 이에 대해 분류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아동의 발달 수준, 나이, 성장 등을 모두 고려한 데이터 등을 수집하고 이를 라벨링 해 빠른 행동 평가가 가능해지도록 하는 지표를 만들어 극복했다고 자사의 기술력을 강조했다.
하지만 임 대표는 "보호자들이 앱은 모두 다 다운받는데 별도의 개입이 없다면 절반 이상이 이를 열어보지 않는다"며 "별도로 개입하지 않아도 잘 써준다는 건 환상"이라고 토로했다.
그가 초점집단면접(FGI)을 통해 찾은 해결책은 '쉬운 앱'이다. 임 대표는 "'중재'라는 단어는 저한테는 편하지만 쓰면 안 되는 단어"라며 "수면 등 어려운 단어를 최대한 지양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다양한 불편함을 개선하고 시각화 요소를 많이 넣는 등의 방법을 추가했다. 또한 "가장 효과적인 참여 향상 방법은 리마인드를 위한 알람"이라며 "아이를 위한 것인 만큼 보호자의 의지는 확실히 있어 리마인드하면 잘 쓰는 편"이라며 정기적 개입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이어 윤찬 에버엑스 대표도 자사의 근골격계 질환 솔루션 '모라(MORA)'가 현재는 순응도가 높지만 향후 개발 방향에 대해서는 고민을 갖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에버엑스가 모라의 DTx 버전으로 개발하고 있는 '모라-DTx'는 우선 슬개대퇴통증후군(PFPS)을 적응증으로 하고 있다. 윤 대표는 "국제슬개대퇴연구학술대회(iPFRR)에서 PFPS에 대해 운동 치료를 1차 치료법으로 권고하고 있다"며 여기에 심리적 요인을 고려한 인지행동치료(CBT)를 병합하는 새로운 형태의 다학제적 DTx라는 개발 방향을 강조했다. 현재 모라-DTx는 매일 운동을 수행한 환자의 비율이 60%가 넘어선 상태다. 윤 대표는 "이런 수행률 자체가 50%를 넘기기도 쉽지 않은 만큼 긍정적인 수행률"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표는 이어 "PFPS는 관절염이 나타나지 않은 환자들인 만큼 환자의 연령이 놀아봐야 50대"라며 "향후 관절염 환자에게도 비슷한 DTx로 효과를 볼 수 있게 하는 게 다음 과제인 만큼 그때는 모바일 기기가 고령층에게 얼마나 작동할지에 대해 다른 해석이 필요할 것"이라고 앞으로의 과제를 설명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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