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재고없어 발 동동…반복되는 '수소차 대란' 해법 못찾는 정부

김기환 2023. 11. 24.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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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인근 수소충전소에 운영시간 단축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최근 전국 곳곳에서 ‘수소차 대란’이 벌어졌다. 수소차 소유자가 수소를 제때 충전할 수 없어 발을 동동 굴렀다. 경기도 구리 수소 충전소는 24일 오전 11시쯤 일찌감치 문을 닫았다. 수소 재고가 다 떨어져서다. 전날인 23일 오전엔 인근 서울 강동구 수소 충전소에 충전을 기다리는 수소차 7대가 늘어섰다. 충전소 직원은 “인근 하남 수소 충전소가 운영을 멈춰 차량이 몰렸다”고 설명했다. 앞서 22일엔 여의도 국회 앞 수소 충전소에 일찌감치 ‘재고 소진’이란 공지가 붙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4일 수소 생산자·공급사·충전소·사업자, 지방자치단체 등과 함께 중부 지역 수소 충전소 수급 상황과 관련한 점검 회의를 열었다. 최근 수소 수급 문제로 수도권과 강원·충청권 충전소 23곳이 충전량을 제한하거나 밤늦게까지 운영하던 영업시간을 오후 5~6시로 당겨 마감하는 등 문제가 발생하면서다.

산업부는 이날 회의에서 정상 가동 중인 수소 생산 설비에서 나오는 여유 물량을 수소 수급이 불안정한 충전소에 공급할 수 있도록 수소 공급사에 협조를 요청했다. 또 수급을 정상화할 때까지 수소 생산업계와 한국가스공사 등 유관기관, 지자체 간 비상연락망을 구축해 수급 상황을 상시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하지만 반복되는 수소차 대란의 해법은 내지 못했다.

이번 수소차 대란의 원인은 이달 초 수소생산 업체 중 하나인 현대제철의 당진 공장에서 운영하는 수소 생산 설비 3개 중 2개에 문제가 생기면서다. 현대제철이 만드는 수송용 수소는 연간 약 3500t 규모다. 수도권 등 중부지역 수요의 20∼30%를 공급한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생산 설비 1개는 정상 복구했지만, 나머지 1개는 부품을 수입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다음 달 말까지 복구할 예정이지만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수소 공급망이 한 업체의 사고 때문에 흔들리는 것도 문제지만, 각종 원인으로 발생한 수소차 대란이 매년 반복된다는 점이 우려된다. 지난해 6월엔 화물연대가 파업한 여파로 수소 공급에 차질이 생겼다. 수도권·충청권에서 30곳 넘는 수소 충전소가 운영을 일시 중단했다. 같은 해 8월에도 일부 수소 충전소가 운영시간, 수소 충전량을 제한해 수소 대란을 겪었다. 국제유가 급등으로 수소 생산 공장 가동률이 낮아진 여파다.

수소차 대란을 막는 근본 해법은 충전 인프라 확충이다. 하지만 진척이 더디다. 고압 충전이 필요한 수소 연료 특성상 충전소 설치·유지 비용이 많이 들어서다. 한국가스안전공사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전국의 수소 충전소는 178곳이다. 같은 시점 기준으로 수소차 등록 대수 3만3678대로 충전소 1곳당 수소차 189대꼴이다. 신축 아파트 곳곳까지 충전소가 들어선 전기차와 구별된다.

사고도 잦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한무경(국민의힘) 의원이 한국가스안전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3년 8월까지 수소 충전소 165곳 중 146곳(88%)에서 수소 누출 사고가 일어났다. 최근엔 수소 순도가 떨어지는 ‘불량 수소’ 검출 문제가 불거졌다.

한무경 의원은 “충전소 확대도 중요하지만 수소 생산부터 유통, 충전까지 전 과정에서 안전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수소차 생태계의 양과 질을 모두 업그레이드해야 할 시점이 왔다”고 말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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