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쇼핑시즌 '블프' 개막…'트레이드 다운'에 씀씀이 줄어들까
고물가·고금리에 지갑이 얇아진 미국 소비자들이 올해 쇼핑 대목에 씀씀이를 줄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에서는 추수감사절(매년 11월 네 번째 목요일) 다음날 시작하는 블랙 프라이데이부터 크리스마스를 지나는 연말연시를 최대 쇼핑 시즌으로 꼽는다.
뉴욕타임스(NYT)는 올해 블랙 프라이데이를 하루 앞둔 23일(현지시간) "소매업체들이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며 "올해 강세를 보였던 소비자 지출이 둔화할 조짐을 보인다"고 진단했다. 소매업체들의 한 해 매출 약 20%가 11~12월 연말 쇼핑 시즌에 집중돼 있다. 미국소매협회(NRF)는 올해 쇼핑 시즌의 소비 증가율은 3~4%에 그쳐 최근 5년 새 가장 낮을 것으로 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올해 1~9월 장난감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 줄었는데, 크리스마스를 앞둔 이번 연휴 시즌에도 부진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의 '트레이드 다운(Trade down)' 욕구가 높아졌다고 분석한다. 소비자들이 당초 계획했던 쇼핑·여행 등을 더 저렴한 대안으로 바꾸거나 아예 포기하는 현상을 뜻한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앤드컴퍼니에 따르면 소비자의 약 80%가 트레이드 다운을 고민하고 있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정점(전년 대비 9.1%)을 찍었던 시기인 지난해 6~7월보다 5%포인트 높아졌다.
이는 미국인들의 소비 여력이 작아진 영향이다. 최근 고용시장에서 임금 상승세는 둔화하고 실업률은 올랐다. 고금리 기조에 가계의 부담이 커진 데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간 유예됐던 학자금 대출 상환이 재개됐다. 체감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다는 점도 가계의 소비를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미국의 소비 둔화 신호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미국의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0.1% 감소했다. 올 3월 이후 첫 마이너스(-)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실적 부진을 우려한 소매업체들이 인플레이션에 지친 소비자를 매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더 가파른 가격 인하를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어도비 애널리틱스는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의류(19%→25%)‧텔레비전(10%→24%) 등 제품의 11·12월 평균 최대 할인율이 지난해보다 크게 높아질 것으로 봤다. 이윤을 일부 줄여서라도 쇼핑 대목 효과를 누리고, 재고를 정리하기 위해서다.
다만 올해 들어 소비가 강했던 점을 고려하면, 최근의 둔화세가 예상보다 크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투자은행 웰스 파고의 팀 퀀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쇼핑 시즌 매출이 2020∼2021년만큼 강하지는 않지만, 코로나19 이전 기준으로는 괜찮은 수준일 것"으로 봤다. 딜로이트는 올해 쇼핑 시즌에 1인당 평균 지출액이 567달러(약 74만원)로 지난해보다 약 13% 많아질 것으로 추산했다.
소비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미국의 경제 성장세와 직결된다. 인플레와의 전쟁을 벌이는 미 연방준비제도(Fed)도 연말 소비 경기를 주시한다. 소비가 얼마나 위축되느냐에 따라 통화 긴축 효과를 가늠할 수 있어서다. 소비가 꺾이지 않으면 경제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지만, 물가 하락 압력은 약해진다.
서지원 기자 seo.jiwo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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