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통장 가입땐 2%대 주담대…근데 서울 청년 못 웃는 이유
정부가 무주택 청년의 내 집 마련을 돕기 위해 연 2%대 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새로 출시하는 ‘청년 전용 청약통장’에 가입한 뒤 주택 청약에 당첨되면 분양가의 80%까지 저리로 돈을 빌려주겠다는 것이다. 또 청년 청약통장 가입 소득 요건을 연 5000만원으로 늘리고, 금리도 연 4.5%로 올리기로 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생색내기”라는 반응이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24일 당정 협의 결과 이런 내용을 담은 ‘청년 내집 마련 1·2·3 주거지원’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청년 전용 청약통장에 가입하면 2%대 장기 저금리로 ‘내 집 마련’의 금융 기회를 제공하는 파격적인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청년 주택드림 청약통장’이 신설된다. 주택청약 기능에 높은 금리 등 혜택이 추가된 상품으로, 기존 청년 우대형 청약통장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만 19세 이상 34세 이하 무주택자가 가입할 수 있는데, 기존 청년 통장보다 문턱이 크게 낮아졌다.
소득 요건이 연 36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올라갔고, ‘무주택 세대주’ 조건은 무주택자로 완화됐다. 세대주가 되려면 사실상 ‘독립’이 전제돼야 하므로 정책 대상이 적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이자율은 최대 연 4.3%에서 연 4.5%로 상향되고, 납입 한도 역시 월 50만원에서 월 100만원으로 늘어난다.
이 통장으로 청약에 당첨되면 ‘청년 주택드림 대출’을 통해 최장 40년간 최저 2.2%의 저금리로 분양가의 80%까지 자금을 빌릴 수 있다. 연 4~6%대인 시중은행 주담대보다 금리가 크게 낮다. 청약 당첨 시 만 20~39세로 연 소득이 미혼 7000만원, 기혼이면 1억원 이하여야 한다. 청약통장 가입 기간 1년 이상, 납입액은 1000만원 이상이면 대출 가능하다. 대상 주택은 분양가 6억원, 전용면적 85㎡ 이하다.
대출 후 결혼·출산·다자녀 요건을 충족하면 우대금리가 적용된다. 결혼하면 0.1%포인트, 첫 출산 시 0.5%포인트, 추가 출산의 경우 한 명당 0.2%포인트씩 적용받는 식이다. 대출 금리 하한선은 연 1.5%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개인의 상환능력을 따지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존속하는 한 이런 특례대출은 계속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의 청년 우대형 청약통장 가입자는 새 청약통장으로 자동 전환된다. 가입 기간과 납입 횟수도 모두 인정받는다. ‘청년 주택드림 통장’은 내년 2월 주택공급규칙 개정 뒤 신설되고, 대출 상품은 2025년 출시될 예정이다. 정부는 연간 10만명 이상이 대출 혜택을 받을 것으로 추산한다.
이 외에도 청년의 전·월세 부담을 낮추기 위한 금융·세제 지원이 추진되고, 고령자 특화 민간임대주택인 ‘실버스테이’가 도입된다. 공공이 공급하는 고령자복지주택의 공급 물량은 연 1000가구에서 3000가구로 확대된다.
전문가들은 청년 대출이 출시돼도 수도권에선 수혜 대상이 많지 않을 것으로 본다. 최근 분양가가 치솟으면서 6억원 이하 주택 공급이 쪼그라들어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서울 민간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3215만5200원으로, 1년 새 14.6% 올랐다. 전용 59㎡가 7억원대인 셈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정책 취지는 좋지만, 분양가가 비싼 서울에선 대출 수혜자가 있을지 의문”이라며 “분양가 기준을 9억원으로 올려야 실질적인 혜택이 주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20·30세대에 혜택이 쏠리면서 중·장년층이 소외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내 집 마련이 더 시급한 40~50대와 고령층에 대한 주거 대책이 빠진 점은 아쉽다”며 “총선용으로 급조되기보다 무주택 서민을 위한 근본적이고 중장기적인 주거복지 로드맵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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