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넷제로 원전 포함..."한국은 탈원전 시즌2"
[한국경제TV 고영욱 기자]
<앵커> 요즘 큰 이슈죠. 민주당 주도로 국회 상임위에서 내년 원전 예산을 대거 삭감했습니다.
업계 일선 현장에선 탈원전 시대로 돌아간 것 같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이대로 예산이 확정되면 안된다고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데요.
산업부 고영욱 기자와 자세히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고 기자. 국회에서 삭감한 예산 항목이 어떤 것들입니까.
<기자> 1900억원 가량의 예산이 삭감 됐고요. 세부항목은 표로 준비했는데요.
먼저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 연구개발 사업비 약 332억원 전액이 삭감 됐습니다.
또 과거 탈원전 정책으로 주저앉았던 원전 중소기업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저금리로 돈을 빌려주는 사업예산 1000억원, 이것도 내년예산에 신규 편성했는데 모두 잘렸습니다.
또 떠나간 인력들을 다시 불러들이고, 잃어버린 기술력을 갖추는 등에 쓰는 원전생태계지원사업예산. 원전 기업이 해외 수출할 때 보증해주는 예산도 잘렸습니다.
탈원전 정책으로 인한 피해였던 만큼 정책으로 다시 지원해주겠다는 게 이번 정부 예산안의 취지였습니다.
어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도 산업부 원전 담당 공무원 등이 파견 돼 예산의 당위성 등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원전업계 쪽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한 마디로 탈원전 시즌2다. EU는 지금 원전기술을 넷제로법에 포함시켰는데 시대를 거꾸로 가고 있다는 입장이었고요.
관련해서 직접 들려드릴 인터뷰 준비했습니다.
[노백식/한국원자력산업협회 상근부회장: 기업들의 활력을 되살리는 데 필요한 비용들이니까 심각한거죠. 탈원전 시즌 2로 간다. EU에서는 탄소중립 산업법이라는 걸 만들어서 원자력을 친환경에 넣고. 우리나라는 거꾸로 가는 형태입니다.]
원전학계에서도 SMR 관련해 지금 산학연이 모두 머리를 맞대 초고속으로 개발해도 모자른데 골든타임을 놓치게 생겼다고 걱정했습니다.
역시 직접 들어보시죠.
[정범진/한국원자력학회 회장: SMR은 다른 나라들은 진작 시작했는데 우리는 탈원전 정부 때문에 거의 2022년 말에 착수해서 이제 시작할 참인데 그 예산을 깎아버렸잖아요. 국가의 성장 동력에 해당하는 예산을 깎았다고 보시면 됩니다.]
원전은 에너지 안보와 관련된 사항입니다. 전 세계가 미래 원전인 SMR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우리가 글로벌 공급망에 들어 가냐 마냐, 다시 말해 생존의 문제인데 정치 논리로 접근하는 방식 자체가 틀렸다는 겁니다.
<앵커> 이대로 확정되면 원전 업계에서도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 곳은 어디인가요?
<기자> 전문가들은 창원 공단에 있는 원전 기업들이 가장 먼저 타격받을 것이라고 걱정했습니다.
우리나라가 원전 기술 세계 1위인 이유가 건강한 원전산업생태계 덕분입니다.
750곳 가량의 원전 기업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공정에 따라 언제 부품을 조달하면 되는지 어떻게 만들면 더 좋은지 등을 경험적으로 딱딱 알고 있거든요.
영국과 미국이 원전 선진국이긴 하지만 원전을 직접 만들지는 못합니다. 생태계가 망가져서입니다. 원전을 한 40년 안 지어 버리니까 숙련 기술자들 다 떠나고, 기업도 망했습니다.
우리도 탈원전 정책으로 라인 다 멈추고 직원 내보내고 하는 기업이 많았는데요. 이번 예산안이 이대로 확정되면 이 원전생태계 복원 시기를 놓칠 수 있습니다.
<앵커> 이번 정부 들어서 원전 생태계 회복에 많이 노력했는데 현재 상황은 어떻습니까.
<기자> 취재하면서 원전업계 중견, 중소기업 대표들 이야기도 들어봤는데요. 정부가 많은 노력을 했지만 여전히 상황이 어렵습니다.
특히 지금 신한울 3,4호기 일감이 돌고 있는데요. 뒷단 공정을 맡은 곳은 아직 일감을 받지 못했습니다.
제가 취재한 곳 중에도 이런 기업이 있었습니다.
이 회사 대표는 그래서 SMR 시제품 개발에 참여해 신한울 일감이 나올 때까지 버텨볼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SMR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는 소식에 내년 살림을 어떻게 꾸릴지 막막하다고 했습니다.
R&D예산 삭감에 대한 불만도 나왔습니다.
또 다른 기업 대표는 올해 SMR이라든지 원전 유지보수와 관련해 R&D 자체 투자를 했는데 여기에 대한 지원을 내년부터 갑자기 끊겠다고 하니 허탈하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대기업 영향은 어떻게 될까요.
<기자> 대기업들은 일단 예산안 삭감 자체에 대한 언급을 하는 것은 부담스러워 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대기업 관계자는 “예산 심사는 국회 고유권한이고 아직 최종 결정되지 않은 상황인 만큼 회사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국내 최대 원전 기업 두산에너빌리티의 경우 당장 실적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미래기술에 대한 투자 영역이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버틸 여력도 있고요. 다만 전체적으로 산업 생태계가 망가질 것을 걱정했습니다.
SK와 GS에너지 등이 포함된 민관 합동 SMR 얼라이언스는 이 사안에 어떻게 대응할지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조만간 성명발표나 간담회 등을 진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고 기자 오늘 얘기 잘 들었습니다.
우리가 세계 1위 경쟁력을 갖고 있는 산업이 많지 않습니다. 국회에서 현명한 결정을 내리도록 저희가 계속 지켜보겠습니다.
고영욱 기자 yyko@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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