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호' LG, 미래준비·세대교체 속도…'1등 전문가' CEO 중용

문채석 2023. 11. 24.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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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수 용퇴로 '2인 부회장 체제' 변화
부품계열사 CEO 교체…'1등 해본' 전문가 중용
구광모 '색깔강화' 시선도…LG는 "사업재편에 주안점"

취임 6년 차 구광모 LG그룹 회장 2024년도 인사는 미래준비·세대교체로 요약된다.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이 용퇴하며 권봉석 ㈜LG 부회장과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2인 체제로 바뀌었다. 대신 디스플레이(정철동 사장), 이노텍(문혁수 부사장) 등 부품 관계사 최고경영자(CEO)를 바꾸면서 '안정 속 변화'를 해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 예상을 넘어선 파격적인 부회장 인사는 나오지 않았고(안정), 엔지니어 출신 CEO 교체를 했기(변화) 때문이다.

LG는 내년도 임원인사에 대해 "'성과주의'와 '미래준비'라는 기조를 유지했다"고 말했다. 배터리 셀, 전기자동차, 가전 플랫폼 등 대규모 설비투자와 선단기술이 필요한 사업을 하는 만큼 장기적인 그룹 펀더멘털(기초 체력)을 강화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관계사별, 사업본부별 실무 경험과 전문성이 풍부한 인재를 중용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사진출처=연합뉴스]

배터리 셀(에너지솔루션), 디스플레이, 전기차·휴대폰 부품(이노텍) 신임 CEO 모두 자기 분야에서 세계 1위, 원천 기술 확보 같은 '확실한 실적'을 냈던 인물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신임 CEO는 자동차전지사업부장을 맡으면서 주요 완성차 고객 수주를 늘리고 합작법인(JV) 추진을 늘린 일등 공신이다.

정철동 LG디스플레이 CEO는 '애플통'으로 평가받는 B2B(기업 간 거래) 전문가다. LG반도체 최고생산책임자(CPO) 출신으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원천기술, 생산공정 혁신을 주도했다. '재무통' 정호영 사장이 '기술통' 정철동 사장으로 바뀐 것에 대해 재계에서는 LG디스플레이가 애플 수주를 늘리고 기술 리더십을 확보하는 공격적인 경영을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문혁수 LG이노텍 CEO는 카메라 모듈 광학 전문가로 유명하다. LG이노텍 광학솔루션 연구소장 출신으로, 세계 최초 기술 적용 카메라 모듈을 개발해 회사를 광학솔루션 세계 1위 기업으로 키웠다. 2020년 광학솔루션사업부장으로 오른 뒤에는 LG이노텍을 글로벌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 선두 기업으로 이끌었다.

LG는 "1위 사업 달성에 필요한 장기적인 준비를 위해 해당 산업에서 성과를 내고 전문 역량을 갖춘 사업 책임자를 보임해 변화 드라이브를 가속화하고자 했다"고 했다.

주목할 점은 CEO들이 젊다는 사실이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CEO는 1969년생(54세), 문혁수 LG이노텍 CEO는 1970년생(53세)이다. LG는 두 사람을 CEO로 올린 인사에 대해 "혁신과 미래준비를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는 준비된 CEO를 선임해 세대교체를 이뤘다"고 자평했다.

LG는 이들을 '구광모 사람'으로 보는 시각에 선을 그었다. LG는 "이번 임원인사를 통해 선임된 최고경영진들은 구본무 선대회장 재임 당시 임원으로 발탁된 이후 구광모 대표 체제에서도 중책을 맡은, 차세대 경영인으로 지속 육성한 인물들"이라며 "앞으로 LG의 고객가치 철학을 구현하고 회사를 성장시켜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사진출처=연합뉴스]

초미의 관심사였던 부회장단은 권영수 부회장 용퇴 후 2인 체제로 바뀌었다. 권영수 부회장 용퇴 후 조주완 LG전자 CEO, 정철동 LG디스플레이 CEO 등 새로운 관계사 CEO 연쇄이동 가능성 등이 높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지만 이는 실현되지 않았다. 조주완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할 경우 '지주사 1명(권봉석)-화학계열 2명(권영수·신학철)'에서 '지주사 1명(권봉석)-화학계열 1명(신학철)-전자계열 1명(조주완)'으로 좀 더 균형 잡힌 부회장단을 꾸릴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2018년 3M 출신 신학철 부회장 영입 같은 외부 수혈도 없었다.

전체 승진 규모는 139명으로 작년 160명보다 줄었다. 승진 인사 139명 중 99명은 신규 임원이다. 신규 임원 평균 연령은 49세로 작년과 같았다. 다만 신규 임원 97%(96명)가 1970년대 이후(53세 이하) 출생자였다. 1980년대생(43세 이하) 임원도 5명이었다. 최연소 임원은 1982년생(41세) 손남서 LG생활건강 상무다.

연구개발(R&D) 인재 31명을 승진시키면서 기술 리더십 확보에 집중했다. 그룹 내 R&D 임원 규모는 역대 최대인 203명으로 늘었다. 전년 196명보다 7명 증가했다. 특히 ABC(AI·Bio·Clean Tech) 16명, 소프트웨어(SW) 8명 등 신성장 분야 R&D 인재 24명을 승진시켰다. 새로운 외부 기술과 아이디어를 보강하기 위해 홍관희 LG유플러스 사이버보안센터장 전무, 진요한 LG CNS AI센터장 상무 등 15명의 외부 인재를 영입했다.

아울러 여성 인재 9명이 승진했다. 여성 신규 임원은 8명이다. LG 여성 임원은 61명이다. 2019년 초(29명)와 비교하면 5년 만에 61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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